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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시설 종사자 10명 중 1명이 ‘결핵균’ 보유…결핵 후진국 탈출 아직 멀었나
  • 2019.06.19.
-질병관리본부, 집단시설 종사자 대상 결핵검진 사업 실시
-총 12만여명 중 1만7000여명(13.2%)이 잠복결핵 양성
-결핵검진 사업으로 환자 줄었지만 여전히 결핵 발병률 1위

[사진설명=한국은 OECD국가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륭이 가장 높다. 결핵 발병 위험이 높은 잠복결핵 시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의료기관, 어린이집, 유치원 등 집단시설에 종사하는 사람 10명 중 1명꼴로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균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는 않는 ‘잠복결핵’ 상태지만 향후 결핵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만큼 조기치료를 통해 집단감염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후진국에 해당하고 있어 이런 잠복결핵자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집단시설 종사자 중 13%가 ‘잠복결핵’ 양성=잠복결핵감염(LTBI)이란 결핵균에 감염되었으나 균이 잠복하고 있는 상태다. 임상적 증상이 없고 결핵균이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게 전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없다. 잠복결핵감염자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료를 받은 사람에 비해 결핵에 걸릴 위험이 3~4배나 높다. 보통 잠복결핵자의 10% 정도가 결핵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잠복결핵 감염자의 5% 정도는 2년 내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특히 어리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활동성 결핵 발병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집단시설 종사자 등 잠복결핵감염 검진사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검진자(의료기관 종사자, 어린이집 종사자, 학교 밖 청소년) 총 12만8906명 중 1만7045명이 잠복결핵감염 양성으로 확인, 평균 양성률은 13.2%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사자의 양성률은 11% 수준이었고 어린이집 종사자의 양성률은 18.6%로 보다 높았다. 학교 밖 청소년의 양성률은 3.3%로 가장 낮았다. 양성자의 평균 연령은 47세였으며 40대 17.7%, 50대 25.4%, 60대 이상이 31%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잠복결핵감염 양성률도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매일 72명 환자 발생, 5명 사망=결핵(TB)은 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공기 중에 비말핵 형태로 배출된 결핵균이 주위 사람들이 호흡할 때 폐로 흡입하면서 감염된다. 이때 폐로 들어간 결핵균이 증식하여 염증반응을 일으키면 폐 기능을 망가뜨리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은 전 세계적으로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이며 2016년 기준으로 170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4600명이 결핵으로 사망한 셈이다.

의료수준이 높은 우리나라도 결핵에 있어서는 고개를 들기 어렵다. 과거에 비해 결핵 환자가 많이 줄었지만 2018년 기준으로 매일 전국에서 약 72명의 결핵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매일 5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다. 한국은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발생률(인구 10만명당 70명)과 사망률(인구 10만명당 5명)을 보이는 ‘결핵후진국’에 속해 있다. OECD국가 중 2위에 해당하는 라트리아(발생률 10만명당 32명, 사망률 10만명당 3.7명)에 비해 발생률과 사망률의 차이가 크다.

▶잠복결핵자 치료율 30%…검진과 함께 치료 독려 필요=이런 결핵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는 적극적인 결핵검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달 ‘결핵 예방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하며 오는 2030년까지 국내 결핵발생률을 결핵퇴치 수준인 인구 10만명당 10명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검진을 통해 결핵 환자를 조기에 발견, 치료해 감염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12년 5만9500명이었던 결핵 환자 수는 2017년 3만6000명 정도로 떨어졌다. 결핵 사망자도 2466명에서 1800명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결핵균을 보유한 잠재적 결핵 환자인 잠복결핵에 대한 관리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결핵예방법 시행에 따라 집단시설 종사자에 대해 매년 1회 결핵검진, 기관 종사기간 중 1회 잠복결핵감염 검진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이런 의무를 하지 않았을 때 받게 될 처벌과 검진 시기 등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을 주고 있다. 특히 잠복결핵감염 검진의 경우 종사기간 중 1회로 기준을 정해 기관에서 일한지 한참 지난 뒤 검진을 받아도 되는 허점이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최근 결핵검진 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와 검진 시기를 보다 구체화했다. 김기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검진 의무 위반시 최대 200만원의 과타료를 부과하도록 기준을 정해 종사자의 결핵 검진을 독려하고 있다”며 “잠복결핵검진도 직원이 신규 채용된 뒤 되도록 1개월 내 실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진으로 잠복결핵 양성을 알게 됐더라도 이것이 치료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미비했다. 질병관리본부가 3월 발표한 ‘집단시설 잠복결핵감염 검진 사업 결과분석 및 코호트 구성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잠복결핵 양성자 중 치료율은 31%에 머물렀다. 김주상 가톨릭대학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결핵퇴치를 위한 잠복결핵감염 검진과 치료를 통한 발병예방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센터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으로 결핵 환자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선 선제적 예방과 함께 결핵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결핵 치료의 어려움 중 하나가 환자의 임의적 약물복용 중단인 만큼 결핵 환자가 꾸준하게 약물치료를 완료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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