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Play
  • 헬스
  • 열대야에 토라진 잠…마음 돌리려면…
  • 2019.07.23.

#서울에 사는 직장인 강모(33)씨는 지난 주말 잠을 잘 자지 못하다보니 이번 주 피곤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주말 동안 태풍으로 기온은 높지 않았지만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강씨는 밤새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한 번 잠이 깬 뒤에는 다시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아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보게 됐고 잠은 더 멀리 달아나버렸다. 결국 사무실에서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게 된 강씨는 상사에게 핀잔까지 듣게 됐다.

태풍 ‘다나스’가 물러간 뒤 한 해 중 가장 덥다는 중복과 대서가 찾아오는 등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열사병, 일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의 위험도 높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 시기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이다. 수면은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수면 리듬이 깨지게 되면 피로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각종 사고나 질병의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잠 잘 못자면 집중력 저하·졸음 등으로 사고 위험↑=우리가 흔히 열대야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더운 날 밤’이 아니라 여름 밤 최저 기온이 25℃ 이상인 현상을 일컫는다. 주로 일 평균 기온이 25℃ 이상이면서 일 최고 기온이 30℃이상인 무더운 여름에 나타나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장마가 끝난 뒤 나타난다. 열대야가 발생해 밤 기온이 높이 올라가고 습도까지 높아지면 선풍기나 부채 같은 것으로는 더위를 쫓기 어려워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진다. 밤에 개운하게 잠을 못자면 낮 생활에 지장이 생길뿐만 아니라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만성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빛이 줄어들고 체온이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에는 낮이 길고 기온이 높아져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 또한 날이 덥다보니 늦은 저녁 수박이나 음료, 맥주 등을 먹게 되면 요의를 느껴 잠을 자다 자주 깨기도 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면장애클리닉 교수는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이 계속되면 집중력 저하, 졸음 등으로 다음 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줘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각종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도 24~26℃ 유지 적당…약물 복용은 권하지 않아=그렇다고 무조건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온도가 너무 높아도 잠을 자기 어렵지만 너무 낮은 경우에도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침실의 온도와 습도를 수면에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수면에 적정한 온도는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18~22℃ 정도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이는 계절을 구분하지 않는 평균적인 온도이며 여름철 이 정도의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을 틀면 너무 추울 수 있다. 여름철에는 대략 24~26℃를 유지하는 것이 무난하다”며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새 켜놓을 경우 습도가 너무 떨어져서 호흡기 계통을 건조하게 하면 상기도 감염(감기)에 취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난히 더위를 못 견뎌 매일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라면 수면제 복용을 고민하기도 한다. 짧은 기간 동안의 수면제 사용은 분명 효과적이고 손쉽게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수면제의 장기간 사용은 금단증상과 의존 위험이 있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정 교수는 “수면제는 분명 의존성이 있는 약물로 특히 ‘내가 약을 먹고라도 잠을 자야 한다’라는 심리적 의존이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며“ 수면제 사용은 단기간에 그쳐야 하고 수면제 사용으로 인한 몽유병 및 낙상의 위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졸릴 때만 자고 카페인은 피해야…따뜻한 우유는 도움=숙면을 위해서는 수면제와 같은 약물의 도움보다는 생활습관을 수정하는 것이 부작용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선 숙면을 위해서는 항상 일정한 시간에 기상해 우리 뇌 속의 생체 시계를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거나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어 어제 못 잔 잠을 보충하려고 하다 보면 불면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졸릴 때만 잠을 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 교수는 “잠이 오지 않는데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 어떻게든 자보겠다고 하는 것은 불면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잠자리에 들었을 때 잠이 오지 않고 눈만 말똥말똥한 상태가 지속되면 차라리 잠자리에서 나와 컴컴한 마루 같은 곳에 앉아서 조용히 심호흡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잠이 올 때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운동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땀이 촉촉하게 배일 정도의 운동을 하루에 30분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되 다만 너무 늦은 저녁에 하는 것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저녁 시간에는 숙면을 방해할 수 있는 흥분을 피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특히 잠이 안 온다고 해서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하거나 TV 등을 시청하면 시각적인 자극이 뇌로 전달되어 뇌가 각성 상태(잠이 안 오는 상태)를 유지해 잠을 더 쫓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편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커피, 녹차, 홍차, 콜라, 초콜릿 등)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는데 술은 수면 뇌파를 변화시켜 잠이 들긴 들더라도 깊은 잠을 못 자고 자꾸만 깨게 만들기 때문에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과식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배가 고파 잠을 이루기 어려울 경우에는 따뜻한 우유 한잔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수박이나 시원한 음료수를 너무 많이 먹어서 밤에 화장실에 가느라 잠을 깨는 경우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