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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적북적 물놀이땐 좋았는데…어~休, 눈·귀·입이 왜 이래?
  • 2019.08.08.
감염성 바이러스 빈번한 노출
각결막염·외이도염·수족구…
예방 못했다면 서둘러 치료를

폭염을 피해 여름휴가를 즐긴 시민들이 감염성 바이러스에 의한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사진은 김해에 있는 한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연합]

# 직장인 유모(31)씨는 지난 주 휴가철을 맞아 동해 해수욕장을 찾았다. 즐겁게 휴가를 보낸 뒤 일상으로 복귀했는데 며칠 전부터 눈곱이 많이 끼더니 어제는 눈 흰자위가 빨개지면서 눈이 퉁퉁 부어올랐다. 처음에는 왼쪽 눈만 그랬는데 자고 일어나니 오른쪽 눈까지 빨개지는 것이 보였다. 양쪽 눈이 다 그렇게되자 눈을 뜨기 불편해졌고 일 하는 것도 방해가 됐다. 무엇보다 눈병이 다른 사람에게 옮길까봐 유씨는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휴가철에는 많은 사람이 바닷가 등 물놀이 장소를 많이 찾게 된다. 물놀이로 더위는 가실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다보면 각종 세균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모든 바이러스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전염력 강한 ‘유행성 각결막염’=여름철 물놀이로 인해 생기는 질병 중 하나는 ‘유행성 각결막염’이다. 유행성이란 비슷한 시기에 특정 지역 내에서 집단적으로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고, 각결막염은 검은 동자에 해당하는 각막과 흰자위에 해당하는 결막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유행성 각결막염의 원인은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 중 하나인 아데노바이러스다. 이주용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을 매개로 하여 옮기기 쉬운데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수주에 이르는 기간 동안 불편한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각막혼탁에 의한 시력저하 같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행성 각결막염의 잠복기는 대개 5~7일이다. 보통 감염 후 3일째부터 눈물과 눈곱 등 분비물이 많아진다. 이어 흰자위가 빨개지면서 눈이 퉁퉁 붓고 햇빛을 보기 힘들어진다. 이는 아데노바이러스가 눈의 흰자위 부분을 덮고 있는 결막에 침범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대부분 한쪽 눈에 걸리면 반대쪽 눈도 전염된다. 눈물을 통해 나온 바이러스가 반대편 눈으로 전염되기 때문이다. 반대편 눈에 나타나는 증상은 처음 발병한 눈보다는 경미한 편이다. 대개 2주 정도가 지나면 치료되지만 바이러스의 증식이 왕성하면 각막 혼탁을 일으키고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다. 예방이 중요한데 전파를 막는 핵심은 격리와 개인위생이다.

이주용 교수는 “가족 중 한 명이 걸리면 다른 가족에게 옮기기 쉽기 때문에 수건, 침구 등 바이러스 감염을 매개할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하지 않아야 한다”며 “발병 후 약 2주간 전염력이 있으니 환자와 가족, 주변사람 모두 손으로 눈을 만지는 것을 삼가하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놀이로 수족구병·비브리오 패혈증 위험 ↑=또 다른 물놀이 관련 질병 중에는 ‘수족구병’이 있다. 손과 발, 입안에 물집이나 붉은 반점이 생기는 질환으로 고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에게 발병률이 높으나 성인도 걸릴 수 있다.

수족구병 바이러스는 주로 침이나 대변 등의 분비물로 전파된다. 한번 걸려도 다시 걸릴 수 있으며 예방하는 백신도 없다. 전염력이 강해서 격리하지 않으면 쉽게 옮길 수 있다. 입안에 궤양과 수포가 생기면 통증으로 잘 먹지 못해 탈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하면 뇌수막염, 뇌염같은 신경계 합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서현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물놀이 중 물을 코나 입으로 삼킬 때 세균이 들어오면서 설사와 구토, 발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잠복기가 몇 시간에서 1-2주까지 길어 물놀이와 연관됐다고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바닥분수, 벽면폭포, 공원의 작은 개울 등에서 신발을 신은 채 놀 때 오염된 물이 흩날리면서 감염원에 노출된다. 이런 시설의 물은 대부분 고여 있기 때문에 세균이 더 잘 번식한다.

수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바닷물 속에서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이 증식하기 쉽다. 세균은 물에 서식하는 해산물로 옮겨지고 이를 충분히 익혀먹지 않으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 바닷물에서 피부에 상처를 통해서도 균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서현 교수는 “발열, 복통과 함께 균혈증(균이 혈액 속에 들어간 것)이 생기고 주로 다리에 큰 물집이 생겼다가 점차 괴사조직으로 변하기도 한다”며 “특히 간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 경우 치사율이 높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에 물 들어갔다고 일부러 빼면 더 위험=귓병 중 주로 세균 감염으로 인해 생기는 ‘외이도염’도 여름철 많이 발생한다. 외이도는 귀 입구에서 고막으로 연결되는 기관이다. 외이도염의 주 증상은 귀 안이 붓고 진물이 흐르는 것이다.

만약 귀에 물이 들어갔더라도 억지로 빼려 하지 말고 머리를 기울여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귀를 파다가 상처가 생겨 염증으로 진행되면 통증, 가려움, 귀가 먹먹한 느낌이 나타나며 심하면 청력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김소영 분당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로 각종 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본인 스스로 깨끗이 한다고 외이도를 만지다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외이도염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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