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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의 반격②] 진짜 고기가 불 붙인 '식물성 고기'의 건강 논란
  • 2019.08.09.
- 식물성 고기 '건강' 문제로 갑론을박
- “식물성 고기는 포화지방, 나트륨, 칼로리 높은 가공식품”
- 가공 단계와 첨가물 줄인 식물성 고기 만들어야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가짜 고기가 건강에 좋다는 생각은 ‘건강 후광(health halo)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CNBC)

전 세계적인 ‘식물성 고기’ 열풍에 때 아닌 ‘건강 논쟁’ 이 일고 있다. 최근 영국 가디언, 미국 CNBC 등엔 “가짜 고기가 건강하다는 인식이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다”라는 골자의 기사가 게재됐다. 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가짜 고기’의 건강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이다.

댄 글릭먼 전 미국 농무부 장관은 CNBC를 통해 “고기는 필수 단백질 섭취원으로, 가짜 고기에는 이를 보충할 수많은 재료들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비욘드미트 등 식물성 고기가 진짜 고기보다 뛰어난 영양학적 요소를 지녔는 지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체 육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등장한 먹거리다. 환경보호, 동물복지, 건강 등의 이유로 고기를 섭취하지 않거나 섭취할 수 없는 사람들, 새로운 식품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소비자들에게 전에 없던 선택지 하나가 열린 것이다.

이 시장은 ‘웰빙’ 트렌드와 더불어 몸집을 키웠다. 식물성 고기는 채소와 콩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어 기존의 동물성 육류를 통한 포화지방, 항생제 섭취 등의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인식이 크다.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등 가축 전염병의 위험에서도 벗어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육류업계는 대체 육류가 “건강을 위한 선택은 아니다”라는 점에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의철 베지닥터(채식하는 의사들의 모임) 사무국장이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식물성 고기는 일종의 선택지”라며 “건강을 최우선으로 놓는다면 가공식품인 식물성 고기를 섭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마크로비오틱 전문가인 송지현 베지따블 대표 역시 "유통을 위해 여러 번 가공 처리한 대체육을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것을 추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 육류의 인기에 때 아닌 '건강' 논쟁이 일고 있다.

▶ 포화지방 비슷하고, 나트륨 높아…“식물성 고기는 가공식품” = 논쟁의 근거는 식물성 고기의 성분과 제조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대체 육류 시장을 선도하는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는 10여 가지 이상의 재료를 혼합해 만든 가공식품이다. 이 제품들의 성분을 살펴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식물성 단백질 임에도 포화지방이나 칼로리는 기존 육류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

소고기(한우 안심 기준·이하 동일)의 경우 100g당 포화지방 함량이 5.42g인 데 반해 비욘드 미트 패티 한 장(113g)은 5g, 임파서블 푸드의 패티는 8g(100g당)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칼로리의 경우 한우 안심보다 식물성 고기가 더 높다. 소고기는 100g당 193㎉이지만, 비욘드 미트는 270㎉(113g), 임파서블 푸드는 240㎉(100g)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트륨 함량 차이도 두드러진다. 소고기는 45㎎인데 반해, 비욘드 미트는 380㎎, 임파서블 푸드는 370㎎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반대편에서 지적하는 것은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선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국내의 한 식물성 고기 생산업체는 “비욘드 미트나 임파서블 푸드는 진짜 같은 가짜 고기, 즉 페이크 미트(fake meat)라고 부른다”며 “고기와 흡사하게 보이고,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내게 하기 위해 코코넛 오일이나 식염 등 일종의 첨가제를 넣는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식물성 고기는 진짜 고기와 흡사하게 보이고,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내게 하기 위해 각종 첨가물을 넣는다고 지적한다.

임파서블 푸드의 경우 콩의 뿌리에 기생하는 박테리아에서 헴(hem) 성분을 찾아내 육즙이 흐르는 것처럼 만들었고, 비욘드 미트는 콩·호박·버섯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고기 형태로 만들기 위해 코코넛 오일을 넣었다. 대체육을 생산하는 대다수의 국내외 업체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의 결착력을 높이고, 입맛이 당기는 맛을 내기 위해 식염을 넣는다.

이의철 전문의는 “굳이 헴 성분을 추출해 육즙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고기를 닮았다고 주장하기 위한 방법이다”며 “최대한 동물성 식품의 성분을 따라하고 싶고, 고기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가공 과정에서 하게 된 선택으로 사실 넣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 나타날 수 있는 인슐린 저항성, 대사증후군, 당뇨, 고지혈증 등의 건강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했는데 각종 오일 등의 성분이 들어간다면, 지방을 섭취하지 않을 때의 이득이 상당히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대체육에 대한 건강 논란에 비욘드미트를 수입하는 동원 F&B 관계자는 “비욘드 미트는 가공식품이 맞지만, 기존의 햄버거를 먹는 것과는 다른 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순수한 고기와 비교해 건강 논쟁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일반적인 햄버거 패티와 비교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비욘드 미트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0g인 데다, 비욘드 미트를 만드는 식물성 원료는 논(NON)-GMO 인증을 받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콩, 버섯, 호박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 육류를 생산하는 비욘드미트 [비욘드미트 제공]

▶ “상업 제품의 한계”…대체 육류 산업의 과제는? = 전문가들은 건강이 아닌 지구 환경과 동물복지 등을 위해 식물성 고기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선택지’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고, 가축 도살이나 공장식 사육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며,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지점에 '대체육'의 명분과 가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고기 시장은 이제 또 한 번의 진화를 거듭할 시점에 놓였다. 가공 단계와 첨가물을 줄인 식물성 고기를 생산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식물성 고기에 대한 건강상 논란이 나오는 것은 상업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의 한계일 수 있지만 더 나은 식물성 고기가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폴란드 솔리그라노 사의 베지 버거

지금도 국내외에선 한 단계 나아간 형태의 식물성 고기들이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중국에서 열린 시알 차이나(SIAL CHINA·상하이국제식품박람회)에선 폴란드 솔리그라노 사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곡물을 고기 패티 형식으로 만든 ‘베지 버거’(Vege Burger) 제품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기존의 식물성 고기와 달리 가공 단계를 줄이고, 첨가물을 배제한 이 제품은 혁신상 후보에 함께 오른 미국의 비욘드 미트를 제치고 은메달을 받았다.

제이영헬스케어에서 출시 예정인 식물성 고기 '소이필렛' [제이영헬스케어 제공]

국내 식물성 고기 생산업체인 제이영헬스케어는 오는 9월 첨가물을 넣지 않은 100% 콩고기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업체에선 단백질의 배열 구조를 바꾸는 기술로 대체육을 생산한다.

김주현 제이영헬스케어 부문장은 “환경 문제, 미래 자원 등 대체 육류가 탄생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식재료를 넣어 만든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런 이유로 첨가물을 배제한 보다 건강한 식물성 고기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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