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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독’에서 새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 발견
  • 2019.08.23.
경희대 연구팀, 폐암 동물실험서 확인
"종양 내 대식세포만 표적 제거"

국내 연구진이 벌독에서 새로운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을 찾았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연구진이 벌독 성분에서 종양 내 대식세포만 골라 죽이는 방식의 새로운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을 개발했다. 대식세포는 암세포 성장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경희대 한의대 기초한의과학과 연구팀(배현수 교수, 이찬주 박사)은 벌독 유래 성분인 멜리틴과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펩타이드를 결합한 형태의 암 표적용 약물 ‘멜리틴-펩타이드(MEL-dKLA)’를 폐암 유발 생쥐에 투여한 결과, 혈관 생성이 억제되고 암세포가 사멸되는 효과가 관찰됐다고 23일 밝혔다.

멜리틴은 벌독 성분 중 약 50%를 차지하는 ‘26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성분이다. 주로 항염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세포사멸 유도 펩타이드(dKLA)는 일종의 단백질 조각으로 세포밖에서는 독성이 없다가 세포 안에 들어가면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하는 성질이 있다. 다른 물질과 결합해 주로 질병 진단과 치료에 사용한다.

연구팀은 이 두 물질을 결합해 암에 걸린 생체에 전달하면 종양 내 대식세포를 사멸함으로써 암세포가 사라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폐암에 걸린 쥐에게 멜리틴-펩타이드를 주사했다.

대식세포는 원래 선천성 면역을 담당하지만 종양 내에서는 오히려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 또 종양 내 혈관 신생을 통한 산소 및 영양소의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암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멜리틴-펩타이드를 주입한 쥐는 암세포 성장이 효과적으로 억제된 것은 물론 종양 성장에 중요한 혈관 신생 역시 유의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상 조직의 대식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종양 내 대식세포만 줄어들고, 이를 통해 암세포 사멸이 유도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하면 종양 내 대식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암을 치료하는 방식의 새로운 면역항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기술이전 등을 통한 치료제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배현수 교수는 “기존 화학 항암제나 면역항암제에 대한 내성 원인이 종양 내 대식세포 때문이라는 보고가 나오면서 대식세포를 표적 제거하는 게 요즘 항암제 개발의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며 “향후 치료제로 개발되면 항암 내성을 갖는 환자들에게 복합 처방을 통한 맞춤형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데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암 면역치료 저널(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최근호에 발표됐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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