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일반적으로 화이트 초콜릿·밀크 초콜릿보다 다크 초콜릿이 건강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상 다크 초콜릿도 건강한 초콜릿은 아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초콜릿이 항산화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지만, 그와 같은 효능을 얻기 위해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초콜릿에는 특히 설탕과 지방이 많이 함유돼 있어 섭취량이 늘어날 수록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WP는 인터넷에 초콜릿을 검색하기만 해도 ‘초콜릿의 입증된 7가지 장점’ 등 수많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기사들은 초콜릿이 특정 암의 위험과 혈압을 낮추며 당뇨병과 뇌졸중, 심장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우울증의 위험을 낮추는 다크 초콜릿이 슈퍼푸드에 해당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뉴욕대학교 식품영양학과의 매리언 네슬레(Marion Nestle, 식품기업 네슬레와 관계 없음)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초콜릿이 아니라 그 원재료인 카카오 콩에 풍부한 플라바놀(flavanols, 항산화물질) 성분”이라고 밝혔다.
플라바놀은 심장질환과 관련된 세포 손상을 줄이고 혈압을 낮추고 혈관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플라바놀이 풍부한 코코아는 쓴 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초콜릿 제조업체는 지방과 설탕을 다량 첨가해 달콤한 맛의 초콜릿을 만든다.
미국 보건당국에서 권장하는 하루 플라바놀 섭취량은 아직 기준이 없지만, 여러 연구에서 효능을 얻기 위해 사용한 플라바놀 양은 하루 750밀리그램(㎎)이다. 우리 몸이 이 정도의 플라바놀을 얻기 위해서는 밀크 초콜릿 기준으로 하루 1.1킬로그램(㎏), 다크 초콜릿 기준 하루 135그램(g)을 섭취해야 한다.
네슬레 교수는 “초콜릿에 들어 있는 플라바놀 정도로는 건강에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플라바놀 섭취량을 늘리기 위해 초콜릿을 많이 먹을 경우에는 오히려 더 많은 칼로리와 지방을 섭취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초콜릿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가 많은 이유는 식품업체들이 오랫동안 초콜릿 연구에 자금을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Vox)는 미국의 초콜릿 제조업체 마스(Mars)가 자금을 지원한 연구 100개 대부분이 코코아와 초콜릿의 건강상 이점을 보여주는 결과를 냈다고 지난해 보도했다. 초콜릿이 심장질환 위험을 낮추고 코코아의 질병 퇴치 효능이 확인됐다 등의 내용이었다.
‘초콜릿이 내 건강에 좋을 수 있을까’의 저자이자 영양학자 캐서린 제라츠키(Katherine Zeratsky)는 “카카오를 65% 이상 함유한 다크 초콜릿 제품을 선택하는 게 그나마 덜 해롭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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