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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이 경험한 '산후우울증'…배우자 등 주변의 도움 중요
  • 2019.11.19.
-산모 10% 정도가 호르몬의 변화 등으로 산후우울증 겪어
-혼자 감당 말고 주변에 알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캡쳐 화면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82년생 김지영’은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최근 영화로도 제작돼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김지영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특히 증상이 심해지면서 그녀는 종종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외할머니, 엄마, 지인들로 빙의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산후우울증은 산모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가족 등 주변사람과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후우울증은 보통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에 나타난다. 우울한 기분, 심한 불안감, 불면, 과도한 체중 변화,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치가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심하면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산후우울증은 산모 중 약 10~15%에서 발생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 개월에서 수 년까지 우울증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과거 우울증 같은 기분 관련 장애 병력이 있으면 산후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은 증상의 심한 정도와 치료에 차이가 있어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여성은 출산하면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 출산 관련 스트레스, 양육 부담감 때문에 우울감을 느낀다. 우울감의 발생 빈도는 30~75%로 산후우울증보다 높게 나타난다. 우울하고 불안정한 기분, 의존감 증가, 쉽게 눈물이 나는 등의 증상이 몇 주간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산후우울증에 비해 증상이 약하고 대부분 수일 내에 치료 없이 호전된다.

반면 산후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증상이 유사하지만 발병 시기가 출산과 연관되어 있다. 급격하게 정서적인 변화가 있고 아기에 대한 죄책감과 양육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을 느끼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초산인 경우 산후우울증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이전에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다시 출산을 할 경우 우울증에 걸릴 위험률이 50~80%가 높아진다.

또한 임신 기간 중에 불안이나 우울을 경험하거나 갑자기 모유 수유를 중단한 경우, 주변 사람과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거나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는 경우 우울증 위험은 더 높아진다. 월경전증후군 경험, 과거 우울증 병력, 피임약 복용으로 기분 변화 경험,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나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출산 후 우울을 느끼는 시기는 수유 기간과 겹쳐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가 권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도가 심해 양육과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하면 전문가와 상의해 약물치료 및 정신건강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변 가족들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족간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영화 속 김지영도 치료를 기피하기보단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다.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무사히 치료를 마친 그녀는 건강한 모습으로 직장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출산과 양육에 대해 출산 전부터 정신과 신체를 건강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출산 후 심리 적응에 대한 교육을 받거나 주변 가족과의 관계와 역할 변화에 대해 충분하게 대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출산과 양육은 여성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의 도움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것임을 공감하고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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