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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시절 ‘학대 기억’ 만성질환 위험 높인다
  • 2019.12.05.
아동기 부정적인 경험 성인때까지 이어져
신경·내분비·면역체계 발달에 악영향
신체적 학대, 허혈성심질환 1.5배 증가
간·소화기질환 위험도 2.96배 높아
스트레스 해결 위해 음주·흡연 가능성도

최근 경기도 성남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5세 아이들 사이 성추행 의혹 사건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들 간 성추행에 대한 진실 여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지만 이 중 피해를 당한 아이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아이처럼 어린 시절 부정적인 경험을 한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각종 만성질환을 겪을 위험도 높을 수 있다.

▶아동기 스트레스는 면역체계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 줘=우리나라 아동학대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는 총 3만6417건이었다. 이는 2017년에 비해 약 6.6%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아동학대 사건이 모두 신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학대와 같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아동 신체에 광범위한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실제 아동기에 겪는 부정적인 경험이 성인에 이르러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조기사망 위험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기도 했다.

아동기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신경 및 내분비 그리고 면역체계 발달 과정에 부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이런 변화는 다시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인 기능의 손상과 우리 신체가 스트레스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즉 부정적인 경험이 있는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들과 신체 발달과 적응 단계에서 차이를 보이고 건강에 해로운 행동 등을 지속해 질병 발생에 더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 성인기 만성질환과 연관성 높아=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성인기 이후 주요 만성질환의 연관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성인기 이후 주요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토대로 이와 관련된 총 2편의 논문을 신속 문헌고찰 방법에 따라 분석했다. 두 편의 논문은 모두 최근 7년 이내에 발표됐으며 참여자 수는 각각 25만6300명과 34만명이었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유형에는 신체적 학대, 정신적 학대, 방임은 물론 성적학대, 언어폭력, 가정폭력, 약물복용, 범죄, 재정적 곤란, 불화까지 포함됐다. 가까운 사람들의 부재로 인한 상실(부모의 이혼 또는 친구의 사망)도 다뤄졌다.

그 결과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성인기 이후 주요 만성질환인 심뇌혈관질환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신체적 학대는 허혈성심질환을 1.5배, 기타 심장질환을 1.57배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학대와 방임도 허혈성심질환을 1.7배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뇌졸중은 신체적 학대나 방임과 유의한 상관 관계는 없었다.

제2형 당뇨병의 경우 부정적 경험을 했던 아동이 성인이 된 후 당뇨병을 겪는 위험은 1.3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학대는 간 또는 소화기질환이나 호흡기질환과도 연관성을 보였다. 간 또는 소화기질환 위험은 2.96배, 호흡기질환과의 연관성은 3.05배까지 나타났다. 호흡기질환에는 천식,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총 2편의 문헌을 분석한 결과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성인기 이후 주요 만성질환인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간 또는 소화기질환, 호흡기질환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고 특히 호흡기질환은 부정적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연관성이 3.05배까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이 연구들은 관찰연구였기에 인과성을 설명하는데는 제한이 있지만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성인기 이후 건강 결과 간 매개 요인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흡연·음주·약물 등에 노출되기 쉬워 신체 건강도 나빠지기 쉬운 환경=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아동의 신체와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줘 향후 심리적, 행동적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음주, 흡연, 약물복용 등의 부정적인 건강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조아랑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뇌의 전두엽도 발달하는데 어린 시절 가정불화, 폭력 등을 경험한 아이들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뇌 성장이 방해될 수 있다”며 “뇌는 소화기관 등 모든 신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뇌의 성장이 방해를 받으면 각종 신체도 온전히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더구나 부정적 경험을 한 아이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흡연, 음주, 약물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좋은 식습관을 갖기 힘들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결국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소화기질환과 같은 신체적인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

최근 경기도 성남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5세 아이들 사이 성추행 의혹 사건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들 간 성추행에 대한 진실 여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지만 이 중 피해를 당한 아이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아이처럼 어린 시절 부정적인 경험을 한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각종 만성질환을 겪을 위험도 높을 수 있다.

▶아동기 스트레스는 면역체계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 줘=우리나라 아동학대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는 총 3만6417건이었다. 이는 2017년에 비해 약 6.6%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아동학대 사건이 모두 신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학대와 같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아동 신체에 광범위한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실제 아동기에 겪는 부정적인 경험이 성인에 이르러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조기사망 위험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기도 했다.

아동기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신경 및 내분비 그리고 면역체계 발달 과정에 부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이런 변화는 다시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인 기능의 손상과 우리 신체가 스트레스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즉 부정적인 경험이 있는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들과 신체 발달과 적응 단계에서 차이를 보이고 건강에 해로운 행동 등을 지속해 질병 발생에 더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 성인기 만성질환과 연관성 높아=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성인기 이후 주요 만성질환의 연관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성인기 이후 주요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토대로 이와 관련된 총 2편의 논문을 신속 문헌고찰 방법에 따라 분석했다. 두 편의 논문은 모두 최근 7년 이내에 발표됐으며 참여자 수는 각각 25만6300명과 34만명이었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유형에는 신체적 학대, 정신적 학대, 방임은 물론 성적학대, 언어폭력, 가정폭력, 약물복용, 범죄, 재정적 곤란, 불화까지 포함됐다. 가까운 사람들의 부재로 인한 상실(부모의 이혼 또는 친구의 사망)도 다뤄졌다.

그 결과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성인기 이후 주요 만성질환인 심뇌혈관질환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신체적 학대는 허혈성심질환을 1.5배, 기타 심장질환을 1.57배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학대와 방임도 허혈성심질환을 1.7배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뇌졸중은 신체적 학대나 방임과 유의한 상관 관계는 없었다.

제2형 당뇨병의 경우 부정적 경험을 했던 아동이 성인이 된 후 당뇨병을 겪는 위험은 1.3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학대는 간 또는 소화기질환이나 호흡기질환과도 연관성을 보였다. 간 또는 소화기질환 위험은 2.96배, 호흡기질환과의 연관성은 3.05배까지 나타났다. 호흡기질환에는 천식,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총 2편의 문헌을 분석한 결과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성인기 이후 주요 만성질환인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간 또는 소화기질환, 호흡기질환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고 특히 호흡기질환은 부정적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연관성이 3.05배까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이 연구들은 관찰연구였기에 인과성을 설명하는데는 제한이 있지만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성인기 이후 건강 결과 간 매개 요인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흡연·음주·약물 등에 노출되기 쉬워 신체 건강도 나빠지기 쉬운 환경=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아동의 신체와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줘 향후 심리적, 행동적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음주, 흡연, 약물복용 등의 부정적인 건강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조아랑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뇌의 전두엽도 발달하는데 어린 시절 가정불화, 폭력 등을 경험한 아이들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뇌 성장이 방해될 수 있다”며 “뇌는 소화기관 등 모든 신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뇌의 성장이 방해를 받으면 각종 신체도 온전히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더구나 부정적 경험을 한 아이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흡연, 음주, 약물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좋은 식습관을 갖기 힘들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결국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소화기질환과 같은 신체적인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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