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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스토리-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밥그릇 챙기기요?…의사들 길거리 외침에 귀 기울여달라”
  • 2019.12.13.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현 정부 비급여 전면급여화는 의료 이용한 포퓰리즘” 비판…1년8개월동안 서울시민 ‘건강지킴이’ 자리매김 앞장

“의사들이 길거리에서 집단행동 하는게 밥그릇 챙기기라고요? 우리도 지금 프레임에 갇혀 버렸어요. 의료제도가 붕괴돼가고 있는게 뻔히 보이는데 그걸 가장 잘아는 전문가인 의사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달라고 외치는겁니다”

지난 5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쌀쌀한 날씨에 영등포에 위치한 서울시의사회관에서 만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문재인케어에 대한 질문이 채 끝나기도전에 현 정부와 의료계 구성원들간의 소통부재와 정책 난맥상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연세의대 졸업 후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연세대의대 이비인후과교실 연구강사, 아주대 의대 교수 등을 지낸 박 회장은 국내 귀전문병원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소리이비인후과를 개원했다. 박 회장은 이후 강남구의사회 제14대 회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3월 31일 개최된 제72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 157명 중 105명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3만회원을 대표하는 제23대 서울시 의사회장에 선출됐다.

박 회장에게 현 의료계가 당면한 현안과 지난 1년8개월여동안 서울시의사회장으로써 서울시민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그간 해왔던 성과와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의 정책 추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취임한지 1년 8개월 정도 지났다. 서울시의사회를 이끌어 오면서 어떤 성과를 이뤘나?

A. 3년 임기니까 10월 말에 절반이 지났다. 서울시의사회장을 시작하며 얘기한 것이 서울시의사회가 회원만의 이익단체를 넘어 서울시민의 건강지킴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3년만에 메르스가 다시 출현한 것을 계기로 서울시와 감염병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라디오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질병정보를 제공해오고 있다.

또 청계천 걷기 등 시민과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통해 시민과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의사회가 되도록 주력했다. 서울시의회와도 정책토론회를 열어 서울시의 당면문제인 인구절벽과 난임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10월 서울에서 열린 100회 전국체전에서는 의무실을 전담 운영하는 의료 봉사활동을 진행했고 20세 이하 월드컵 응원시에는 긴급의료반을 편성해 시민에게 다가가는 의사회, 안전한 의사회를 만즐기 위해 임기 절반을 보냈다.

Q. 지난 5월 ‘전문가평가제’라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어떤 제도인가?

A. 전문가평가제는 무면허의료행위나 쇼닥터 등 국민들에게 지탄받는 사회적인 문제들이 발생했을떄 의사들이 자율적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의사 등 의료계 종사자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안이 발생했을때 서울시의사회 산하 25개 구의사회, 각종 의료기관 등이 참여하는 평가단이 꾸려져 의견을 나눈다.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서울시의사회 윤리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 경고,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제안하게 되고, 큰 하자가 없는 한 복지부가 이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11건을 진행 중이다. 불법적이고 선동적인 의료광고, 의료진의 폭언·폭행, 비윤리적인 문제(의료행위), 의원간 문제, 음주 후 진료 등이다. 제도가 정착되면 의사면허 관리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미국, 캐나다에서는 의사면허 관리를 의사들이 하고 있다.

Q. 최근 의료계 이슈인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누구에게 득이 될까 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시의사회 공식입장은 CCTV를 설치하면 진료 및 수술 행위에 위축을 주고 부담감을 줘 결국 환자에게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공개 토론회에서도 어떤 방법이 환자나 의료진에게 더 포괄적이고 효율적인가를 고민해보자는 의견을 나눴다. 지금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지만 이를 의무조항으로해 감시, 감독 기능만 부각되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Q. 현재 정부(복지부)와 의료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의정협의체 단장을 맡고 있다. 정부와는 어떤 의견을 나누고 있고 어떤 점을 강조하고 있나.

A. 지난달 13일에 복지부차관, 의협회장과 첫 모임을 가지고 진료현장에 있는 문제점 중 두 가지에 대해 얘기했다. 하나가 현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 전문가단체인 의사회와 더 소통을 많이 해달라는 것이고 두 번째가 의료진의 안전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강북삼성병원 임세훈 교수를 비롯해 최근 보상금 문제로 의료진에게 칼을 휘두른 사건에서 보듯이 진료현장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 돼 있다. 관련 법안도 발의되어있고 올해가 가기전에 서로 공감대를 이뤘으면 한다

Q. 의사단체가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단체라는 시각이 있다.

A. 문재인케어는 비급여항목의 급여화를 70%까지 올리고 후에 전면 급여화를 한다는 것인데 단순한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적 판단이 아닌 필요한 곳, 어려운 곳, 반드시 되어야 할 곳부터 급여화가 되어야 한다.

최근 불거진 건보재정 적자논란도 2년전부터 얘기해왔다. 재정고갈, 보험료 인상으로 국민이 피해보는 것이 뻔한데 전문가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웬만하면 다 대학병원가서 MRI부터 찍고보니 동네 병원들은 망해가고 있다. 환자가 많아 3차 병원에서는 MRI가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새벽 2~3시에 와서 MRI 찍으라는 나라가 어디있나. 이런 왜곡현상이 뻔히 보이는데 구경만 해야 하나.

국민들은 의사가 길거리에 나오면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며 밥그릇 챙기려는 것이라고 생각할수 있다. 하지만 결국 피해는 모든 국민의 의료비 급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의사들이 길거리에 나가 시위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봐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정말 밥그릇 때문인지, 그렇다면 대안은 어떤 것을 주장하는지 귀룰 기울여주셨으면 한다.

의사들도 사실 지금 ‘밥그릇 싸움’ 프레임에 갇혀 버렸다. 2인실 급여화가 지금 왜 필요한지, 당장 필요로하는 몇 천만원 하는 항암제는 왜 아직 보험적용이 안되는건지 서로 고민해봐야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의료 정상화가 아닌 의료를 이용한 포퓰리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Q. 서울시와 함께 추진하는 정책이나 사업 등이 있나?

A. 지난 8월에 열린 ‘서울 메디컬 심포지엄’에서 초저출산 시대에 인구절벽 문제와 난임치료 지원제도 관련 주요 보건의료 정책 제안서를 작성해 서울시에 전달했다. 예전에는 학술대회와, 연수교육 두 번의 행사를 했는데 학술대회를 1박2일짜리 심포지엄으로 확대해서 학술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서울시에 서울지역의 의료인들이 고민한 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의사뿐 아니라 시민단체, 언론, 시청 보건정책국, 시의회 등 다양한 시 구성원들과 함께 서울시민을 위한 의료정책을 만들자고 했다.

Q. 이력을 보면 대학교수(아주대 의대) 10년을 거쳐 2002년부터 소리이비인후과 대표원장을 맡고 있다. 의대 교수에서 일반 병원으로 전환한 계기는 무엇인가?

A. 2000년도 의약분업이 되면서 의료계가 혼란스러웠다. 기존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던 시대였다. 당시 대학에서 귀 전문 이비인후과 교수직을 하고 있었는데 대학병원은 환자가 검사, 수술 등 오랜 시간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해외에서는 전문병원(센터)가 많아 모든 것이 효율적으로 환자 입장에서 편리성이 개선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귀 전문가로서 귀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 국내에 없어 귀분야 전문의들과 전문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연수를 다녀온 후 병원을 만들었고 청각을 떠올릴 수 있는 ‘소리’라는 단어를 써서 ‘소리이비인후과’를 만들었다.

Q. 의협회장에 도전 의사 있나?

A. 얘길하건 안하건 의사회장은 당연히 의협 후보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금 의협회장 출마 뜻을 밝히는 것은 직무유기로 생각한다. 현재 서울시의사회장 자리에 충실하고 그 다음에 앞으로 주어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의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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