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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의료비 부담 줄었지만…의약품 보장성 강화 ‘반쪽짜리’
  • 2020.01.02.
文케어 2년…보건의료정책 현주소는
3600만명 2조여원 의료비 경감 성과
MRI·초음파 등 건보 보장 확대에도
중증환자 신약 보험적용 여전히 안돼
약제 적정성 평가제 등 정책 지지부진
기준·등재 비급여 정책 실효성 의문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지 2년이 넘었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성과에도 의약품 보장성 강화는 답보상태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지 2년이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향후 5년간 30조 6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2015년 건강보험 보장률 63%에서 2022년 70%로 대폭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3800여개의 비급여 항목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급여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높은 편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OECD 국가들 중에서 멕시코(40.8%) 다음으로 한국(36.8%)이 가계직접의료비 부담 비율이 높다. 실제로 가족이 중증질환에 걸리게 되면 의료비 걱정부터 앞서게 되고,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의료 빈곤층인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러한 국민들의 과중한 의료비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혜택의 범위는 넓히고, 의료비 중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낮춰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어디까지 왔나?=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순차적으로 강화되어왔다. 2018년 1월 선택진료비가 사라지고 7월에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3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진단비의 경우 MRI는 2018년 10월 뇌, 뇌혈관, 특수 검사에서 2019년 5월 두경부, 11월 복부·흉부까지 확대됐고 올해에는 척추, 2021년인 내년에는 모든 분야의 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다.

초음파 진단비는 2018년 4월 상복부, 간경변증, 만 40세 이상 만성 B·C형 간염환자, 담낭용종 고위험군 환자가, 2019년 2월 하복부와 비뇨기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고 올해에는 흉부 및 심장초음파가 적용될 전망이다. 그밖에 2018년 7월부터 노인 치아 임플란트에, 2019년 7월부터 동네병원 2?3인실, 난임 치료 시술, 응급·중증 환자의 응급검사, 수술처치 치료재료에도 보험이 적용됐다. 현재 한방 치료용 첩약에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이 논의 중이다.

2019년 7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문재인 케어 2년간의 성과에 따르면, 약 3600만명이 보장성 강화 대책을 통해 약 2조 2000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노인, 아동 등 의료취약계층의 본인 부담률 인하로 환자 본인이 부담하던 의료비 약 8000억원이 경감됐으며, 그간 환자가 전액 본인 부담하던 의학적 비급여 진료 및 검사 등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약 1조 4000억원의 비용이 경감됐다. 수치상으로 문재인 케어를 통해 지난 2년간 많은 국민들이 의료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쪽자리 보장성 강화라는 지적도…특히 환자 요구도 높은 신약 보장성은 지지부진= 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지금, 문재인 케어 2년간의 성과에 대해 현장에서는 반쪽자리 보장성 강화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정된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효과적인 제도 운영이 중요한데 환자들이 가장 큰 의료비 부담을 느끼는 항목 중 하나인 ‘의약품’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9년 5월 고시한 제 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보면, 의약품 사후 재평가 등 규제는 강화된 반면 의약품의 혁신가치 인정과 보험등재를 효율적으로 유인하는 정책은 반영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 정책인 ‘선별급여제도’ 역시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비난 2012년 6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방안에 선별급여 도입이 처음 거론됐고, 2013년 12월 본격 시행된 바 있는 정책으로 재탕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선별급여제도는 비용효과성 등이 불명확해 급여적용이 어려웠던 의약품 중에서 사회적 요구가 높은 의약품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본인부담금 비율을 높여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그러나 선별급여에 해당되는 의약품들이 대부분 오래된 구약이라서, 환자들의 사회적 요구가 높은 신약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사회적 요구가 높은 의약품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선별급여제도의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의료비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 비급여 신약이라는 점에서, 선별급여는 의료비로 인해 가계파탄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간절함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인 제도다.

문재인 케어의 의약품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기준비급여’와 ‘등재비급여’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준비급여는 이미 등재가 되어 있는 의약품이 다른 적응증이나 연령 제한 등에 대해서 급여를 확대해주는 정책이며, 등재비급여는 기존에 아예 등재되지 않은 의약품으로 신약을 급여권으로 들여올 수 있는 정책이다. 기준비급여의 경우, 혁신 신약의 적응증 확대에 대한 평가방법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예를 들어, 환자들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항암제인 면역항암제와 같은 혁신적인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및 반영하기에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의학적,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추가 적응증에 대한 새로운 평가방법이 필요하다. 게다가 등재비급여는 지금까지 세부 내용이 발표된 바 없고 비급여 신약의 경우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가계파탄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초안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지 2년이 넘었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성과에도 의약품 보장성 강화는 답보상태라는 지적이다.

말뿐인 신약 접근성 강화…한시 급한 환자들만 발 동동 굴러=최근 글로벌 컨설팅 시장조사업체 IQVI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과거 대비 신약 접근성이 개선됐지만, 그럼에도 비만성질환과 비경증질환 약제를 제외한 ‘스페셜티 의약품(항암제, 중증 감염질환 약제, 희귀질환 약제 등)’에 대한 약제비 지출 비중은 OECD 평균 대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약제비 지출에서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대비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혁신적인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상황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정부 정책의 집행속도는 지지부진하다. 보건복지부는 신속한 보험 급여를 위해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허가-평가 연계 제도를 활성화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전 약제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약가협상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 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신속 등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면역항암제 등 기준비급여 신약의 적응증 확대에 대해서도, 정부의 태도는 아직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있다. 의약품의 급여 확대에 있어, 임상적 유효성, 비용 효과성, 의학적 필요성 등 다양한 가치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영향이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암 환자들이 장기 생존은 물론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혁신 신약임에도 ‘불확실성’이라는 잣대로 한시가 급한 환자들에게 치료기회를 제한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급여 신약이 등재될 수 있는 제도인 등재비급여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는 2018년 말 또는 2019년 초 세부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가 등재비급여 발표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으로, 그동안은 약가 결정이 필요한 미등재 의약품은 정부 협상력 약화 등을 고려해 제도 보완, 사후관리 체계 마련 등 대안 마련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밝혀왔었다.

그러나 연초 발표하겠다던 등재비급여 내용은 연말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으로, 중간에 발표된 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도 등재비급여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의약업계서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의약품 보장성 강화 정책이 새로울 것이 없다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높이더라도 신약을 보다 신속하게 급여권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체의약품이 있는 치료제라도 환자가 필요로 한다면 50% 정도로 본인부담금을 조정해 환자와 정부 모두 부담을 줄이면서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높은 치료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목표라면, 의료비 부담으로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암 및 희귀난치성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급여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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