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Play
  • 헬스
  • [팀장시각] ‘낭만닥터 이국종’ 사태를 보는 ‘두가지 시선’
  • 2020.01.16.

또다시 ‘이국종’이다. 최근 유희석 전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게 내뱉은 욕설이 한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 이후 이 교수와 병원측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귀순 북한병사 오창성 씨를 살려낸 중증외상분야 권위자로 중증외상센터 확대와 국가 지원 필요성 등을 꾸준히 지적해온 의료계의 유명인사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의 실존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 경영진 간의 ‘한정된 자원배분’에 관한 이견과 그동안 쌓인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비롯됐다. 이 교수 입장에서는 아주대병원이 권역응급의료기관으로 외상환자가 폭증해 병상이 부족하고 정부로부터 국고지원도 많이 받고 있으니 안 쓰는 본원 병실이 있으면 쓰겠다는 것이고, 병원 입장에서는 한정된 가용병상을 다른 진료과와의 형평상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줄 수 없다는 논리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불신하는 감정의 골이 극에 달한 듯하다. 복지부가 지난 201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해 아주대병원 등 3곳의 권역외상센터를 대상으로 ‘권역외상센터 손익현황 분석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들 센터는 외상환자 1인당 평균 145만8784원의 손해를 보고 있었다. 중증외상환자는 병원입장에서는 전혀 돈이 안 되는 저수가라는 결론이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현재 약 500억원이 넘는 보조금과 별도수가 등을 통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병원들은 자신들의 병원에 ‘별로 돈도 안되는’ 시설을 유치한 것까지는 어쩔수 없지만 굳이 본원의 병실을 추가로 내주면서까지 병원의 희생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더 분노한 건 지원된 보조금도 제대로 사용이 안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10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간호인력 67명을 충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22억원을 지원했는데 30여명만 채용됐고 본원 병상이 남아도는데도 외상센터에 병상을 주지않아 한 달 동안 가동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이 교수의 폭로로 아주대의료원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질병원의 표상이 된 듯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다툼이 발생하면 양쪽의 입장과 논리를 다 들어봐야한다. 병원 측은 “녹취록은 유 원장과 이 교수가 4∼5년 전 외상센터와 병원 내 다른 과와의 협진 문제로 논의하던 중 녹음된 것이고 파급력이 큰 녹취록을 방송 통해 공개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또 “정신과병동 등의 특수병동 등을 빼고 나면 1180개 병상 중 실제 가동 가능한 병상이 750개 병상으로 이걸 42개 진료과가 나눠 쓰는데 닥터헬기로 외상환자가 더 늘어나 포화상태다. 진료를 못하게 한 것처럼 보였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비판이다. 외상센터 환자만 중증환자가 아니다. 어느 한 센터에만 병상을 몰아줄 수는 없다. 암환자 등 다룬 중증질환 환자들도 병상을 받기 위해 몇 년씩을 기다리는데 그런 환자들은 외상센터 환자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항변했다.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열악한 한국의 응급의료환경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준 이국종 교수가 다시 돌아와 ‘낭만닥터’답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