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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한발 3000명만 전수조사?…베이징,상해 등 우회 입국자는?
  • 2020.01.2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입국장에서 중국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 제공]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정부가 ‘최근 2주 간’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내외국인 3000여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만으로는 우한 폐렴의 추가 확산을 막는데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우한 지역 봉쇄 전에 우한을 탈출해 중국과 해외로 나간 인원만 500만명이 넘는 가운데, 특히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충칭 등 중국내 대도시를 거쳐 국내로 입국한 잠복기 환자들에 대한 조사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내외국인 3000명 전수조사 범위는 현재까지 출입국기록 등으로 파악된 우한 공항에서의 입국자 중 1월 13일부터 27일까지 입국자 총 3023명이 대상이다. 내국인 1166명과 외국인 1857명으로, 외국인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우한에서 직항편(대한항공·중국남방항공 등)을 이용해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은 총 1만276명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를 최장 14일로 추정해 전수조사 규모를 3000여명으로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자체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일괄조사 및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우한에 다녀온 내국인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확인되는 경우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이송해 격리·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외국인은 출국 여부를 우선 확인하고 국내 체류자의 경우 경찰청 등과 협조해 조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수조사 범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완벽한 조사로는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우한페렴이 발생하고 사망자와 감염자가 속출하자 중국 당국이 교통을 통제하는 등 우한봉쇄령을 내렸지만 그 전에 이미 춘절 등 연휴와 공포감으로 우한을 탈출한 사람만 500여만명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들은 이미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충칭 등 중국의 대도시로 대부분이 나갔는데 나간 사람들 중 잠재적 잠복기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 발열 등의 증상없이 입국할 경우 우한에서의 입국자 3000여명 전수조사는 그다지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소자 범위를 더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 제일재경망이 지난 27일 중국 항공서비스 앱 ‘항공반자’(港班管家) 데이터를 통해 우한에서 도시가 봉쇄되기 전 빠져나간 500여만명의 행방과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우한 탑승객의 목적지 상위 10개 도시는 모두 중국 주요 대도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30일∼1월 22일 우한에서 출발한 탑승객 중 6만5853명은 베이징으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하이 5만7814명, 광저우 5만5922명, 청두 5만4539명, 하이커우 4만8567명, 쿤밍 4만4751명, 샤먼 3만9641명, 선전 3만8065명, 산야 3만1213명, 난닝 2만9496명 등이 상위 10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로 떠난 우한 탑승객은 태국이 2만5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 1만680명, 도쿄 9080명, 한국 6430명 순으로 조사됐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서는 사망자와 지역내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우한이 아닌 중국내 대도시에서 입국한 감염자에 의한 전염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중국관광객을 안내한 버스운전자가 확진자로 판명되고 독일에서도 우한을 다녀온 적이 없는 상하이에서 온 중국여성이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우한뿐 아니라 중국에서 온 모든 입국자를 전수조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가 23일 우한 봉쇄령 직전에 우한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단체관광객이 설 연휴 동안 서울 곳곳을 누빈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 단체관광객 중 지난 21일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9명은 26일까지, 22일에 입국한 16명은 27일까지 서울에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인솔한 여행사측은 “입국과 출국당시 공항 검역에서 발열 등 이상 증상은 없었고 관광 중 이상증상을 보인 관광객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무증상 감염자 및 잠복기 환자등의 개연성이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들 단체관광객들은 서울 강남에 있는 호텔에 숙박하면서 남산타워와 경복궁, 명동, 트릭아이 뮤지엄, 남이섬 등 명소 곳곳을 둘러봤고, 서울 시내에 있는 면세점 4곳에서 쇼핑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 중국에서도 우한시와 후베이성을 집중적으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전역이 감염지역이라고 보면 된다”며 “우리 보건당국도 우한 입국자만 정밀조사 할것이 아니라 중국전역에서 입국했거나 입국하는 중국인과 내국인들에 대해서도 정밀한 역학조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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