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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의료원 긴급 국민설문조사, "본인 감염확율 12%, 건강피해는 74%가 심각...정부·방역당국 대응 대체로 양호"
  • 2020.02.07.
-서울대 유명순 교수팀, 1천명 긴급설문… 49%가 의학정보와 달리 “메르스보다 치명력 크다” 인식
-“가짜뉴스 본 적 있다” 42%, 위험소통 ‘적신호’… 중국인·확진자 등 혐오 표현 경험도 60%나
-‘메르스’ 때보다 우리 사회 대응 “잘 하고 있다” 57%… “국민 불안감 줄이는 심리방역 중요"
-‘국립중앙의료원, 질병관리본부 등 치료 · 방역 기관 신뢰 높아’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우리 국민들은 자신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 등 피해는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 발생 17일째를 맞는 가운데 유명순 교수 (서울대 보건대학원·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천명 긴급 설문조사 (조사기간 1월 31~2월 4일)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신종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12.7%에 불과하지만,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 등 “피해가 심각하다”는 생각은 73.8%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신종코로나로 인해 일상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0.2%에 불과했다. 첫 확진 보고 이후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감염 확산은 국민의 일상을 빠르게 흔들고 있는 것이다.

상황별로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는 “내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비난, 추가피해를 받는 것이 두렵다”는 응답이 5점 척도에서 평균 3.52를 기록, 가장 높았고 “무증상 감염되는 것”이 3.17, “주변에 증상이 의심되는데도 자가신고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두렵다”가 3.10으로 뒤를 이었다.

신종코로나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으로는 불안(60.4%)이 압도적이었고 공포(16.7%), 충격(10.9%), 분노(6.7%)가 뒤를 이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유 교수팀이 900명을 대상으로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2016년 5월)와 불안(73.2%) 공포(34.6%) 충격(28.6%)등 감정 양상은 유사하나 분노(23.7%)의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위험인식 연구에서 이런 감정들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진 감정촉발요인(outrage factor)의 측정도 진행됐다. 이 감정촉발요인은 일반인의 위험인식을 높이는 주관적 요소로 정의되는데, 조사 결과, ‘인위성’ 즉,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에 의해 초래된 위험’이라는 인식이 5점 척도중 3.99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는 동시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참사가능성 (3.94), ‘공포,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는 공포(dread, 3.92), ‘과거의 유사한 감염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사고 전력(accident history. 3.87), ‘위험 발생, 대응 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이 있다’는 불공정함(3.81), ‘어린이에 더 위험하다’는 어린이에 미치는 영향(3.75), ‘감염 원인, 경로, 치료 등 의학적으로 불확실한 점이 많다’는 불확실성(3.72)에 대한 인식 등 7가지 요인이 총 15가지 감정촉발요인 평균 3.32보다 높게 나타났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이런 측면에 대한 강한 인식이 감정적 반응 촉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응답자의 91.6%가 신종코로나 소식을 접할 때 메르스를 떠올린다고 답한 가운데, 지난 감염병 경험이 현재의 위험 판단과 위험 대응 행동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다. 먼저, 신종코로나가 ‘메르스보다 치명력이 더 클 것이다’는 설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절반 수준인 49.3%에 달해 “그렇지 않다”(20.5%)의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신종코로나는 메르스보다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고, 더 오래 지속되며, 사회에 피해를 더 크게 끼칠 것이라는 인식이 나타나, 신종코로나의 치명률이 메르스에 비해 높지 않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감염병 확산에 대한 사회의 위험인식이 과도해진 측면을 엿보게 했다.

반면, 국민들의 신종 바이러스 확산 위험에 대한 대응 행위는 적극적으로 변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이 마스크 착용 행위. 유 교수팀의 2016년 조사에서는 마스크 착용 “한다”가 35%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가끔” “자주” “항상” 착용한다는 응답자가 81.2%에 달했고 “비누로 꼼꼼하게 손을 씻거나 소독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무려 98.7%에 달했다.

메르스 때와 비교한 신종코로나 대응 수준을 ‘나 자신’, ‘우리사회(일반국민)’, ‘정부’로 나누어 질문했을 때 잘하고 있다의 응답이 가장 높았던 것은 “사회(일반국민)”로, 56.6%가 ‘잘 하고 있다’고 응답해, ‘못하고 있다’ 14.1%, ‘비슷하다’ 29.3%보다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정부대응은 ‘잘하고 있다’가 44.1%로 ‘못하고 있다’(27%) 혹은 ‘비슷하다(28.9%)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정부 대응에 대해 영역별로 질문한 결과, 보건당국의 환자 치료, 방역, 검역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감염 환자의 치료’는 응답자의 53.8%가 ‘중간’(=3) 보다 높은 ‘잘하고 있다’(4 혹은 5)는 반응을 보였고 ‘잘 못하고 있다’(1 혹은 2)는 16.7%에 그쳤다. (공항, 항구 등)의 검역도 ‘잘 하고 있다’가 41.1%로 ‘못 하고 있다’(25.3%) 보다 많았다. 그러나, 정부 대응중 ‘언론 대응’이나 ‘국제외교적 조정’과 같이 바이러스 대응을 넘어 사회적 위기 관리 측면에서는 각각 23%, 27%만 ‘잘 하고 있다’고 응답해 ‘못 하고 있다’는 반응과 역전 현상을 보였다.

감염병 대응은 질병관리 중에서도 가장 공적인 대응으로, 공공 기관에 대한 신뢰는 위기소통의 핵심자본이며 신뢰가 고갈될 경우 그 틈을 타고 혼란과 감정촉발을 일으킬 수 있기에 점검이 중요하다. 감염병 대응의 공적 주체에 대한 ‘신뢰’ 조사 결과, 감염대응 콘트롤타워와 환자치료기관(국립중앙의료원 77.1%, 질병관리본부 74.9%, 공공보건의료기관 72.6%)에 대한 신뢰가 정부당국(보건복지부 68.3, 청와대 57.9, 지방자치단체 52.6%)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위험소통의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내용적 개선 방향에 대한 시사점도 제기됐다. 특히, 바이러스 진원지가 교류가 잦은 인근 중국이 되면서 감염병 소통에서 혐오 발언이 두드러졌다. ‘최근 일주일간 신종코로나 관련해서 혐오 표현을 듣거나 본 적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려 60.4%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듣거나 본 적 있는 혐오표현의 대상’에 대한 복수 응답 질문에서는 ‘중국인’이 82.1%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8.9%)도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됐다. 이 밖에 언론 매체와 정당 및 정치인도 각각 2.5%를 차지했다.

또, 가짜 뉴스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2.1%가 “가짜임을 확인한 가짜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가짜 뉴스 유포자들은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압도적인 94.7%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감염병 대응 관련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도 포함됐다. “우한폐렴 대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바꿔 쓰기로 한 결정이 얼마나 적절하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적절한 편”(48.6%), “매우 적절”(17.4%)의 긍정 응답이 66%에 달했다. 실제, -5점(매우 부정적)부터 5점(매우 긍정적)의 척도로 질문한 결과, 우한 폐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나 생각은(-2.42) 신종코로나(-2.24)보다 더 부정적이었고, 서로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해외체류 교민의 안전을 위해 우한에서 국내로 이송한 것에 대해서는 72.7%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고 ’해외 교민의 특정지역 격리 수용‘, ‘자국민 보호를 위한 국내 거주 외국인 치료’에도 각각 87.1, 76.4%가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정부 당국, 언론, 국민 간의 원활한 위기 소통을 위해 개선될 지점도 파악됐다. 매일 보건당국에 의해 감염병 현황 정보가 만들어져 언론 등을 통해 전달되지만 정작 국민들은 관련 용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인지도가 가장 떨어지는 용어는 ‘선별진료소’로, “전혀 알지 못한다” (4.9%) 거나 “잘 알지 못한다”(40.3%)는 응답자가 45.2%에 달했고 ‘능동 감시’, ‘경계 단계’의 경우도 잘 알지 못한다. 전혀 알지못한다는 응답자가 38~41%에 달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접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정보는 귀하의 궁금증을 해결하기에 충분했는지” 여부를 물었을 때 “충분했다”는 답은 29.5%였지만 “부족하였다”는 응답자가 30.7%로 적지 않은 미충족 정보 수요를 확인했고, 필요한 정보를 얻기까지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경우도 17.2%에 달해 정보 접근성 개선 필요도 엿볼 수 있었다.

정부의 정보제공과 소통에 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서, 국민들은 정부의 ‘신속한 정보 제공’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가 43.3%로 ‘못하고 있다’(24.5%)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정확한 정보 제공’과 ‘투명한 정보 제공’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각각 38.6, 35.8%로 부정 평가(27.9, 31.8%)와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제공되는 정보의 양과 복잡성 또한 늘어나고 있기에, 정보제공의 정확성이 중요함을 경각하게 하는 결과이다.

한편,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다시 한번 신종코로나가 한국 사회를 기습한 것과 관련, 장기적 대응 방향에 대한 질문에서는 ‘자진 신고, 정확한 정보공개 등 시민의식의 성숙’을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응답자가 70.7%로 가장 많았고, ‘개인의 예방수칙 준수 생활화’ (67.6%),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 (58.5%), ‘콘트롤타워 역량강화(질병관리본부 권한과 자원 확충)’(57.8%)이 뒤를 이었다.

조사 결과에 대해, 유 교수는 “감염병 대응은 바이러스에 대한 역학적 방역과 함께 심리방역이 중요하다. 심리방역은 감염병 상황에 대한 국민의 합리적인 판단,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집단 효능감, 성숙한 시민행동과 사회적 신뢰, 정부, 전문가, 언론, 시민사회 간 효과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갖출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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