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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인류와 바이러스의 끝나지 않는 전쟁
  •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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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가 바나나를 물고 먹다가 한 돼지사육농장의 천장에 매달리고 떨어뜨린 바나나를 한 돼지가 주워먹는다. 돼지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곧 체내에서 변이를 일으킨다. 이후 한 카지노에서 조리된 돼지를 요리하다 나온 주방장과 악수를 나눈 첫 감염자에 의해 바이러스는 무서운 속도로 인류로 퍼져나가고 전 세계는 패닉에 빠진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의 엔딩컷에서 암시한 바이러스의 경로다. 10여년 전 영화지만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과 너무나 흡사하다.

인류는 과학이라는 무기로 천연두, 황열, 홍역, 소아마비 등 그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수많은 바이러스와 싸워왔고 결국 이겨왔다. 지금도 바이러스와의 끝없는 전쟁은 진행 중이며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바이러스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마이클 올드스톤은 그의 저서 ‘바이러스, 유행병과 역사’란 책에서 “천연두 바이러스 하나만으로 20세기 들어 3억명이 사망했다”고 적고 있다. 바이러스와 인류의 ‘숨은 전쟁’은 많은 역사적 사실로도 확인된다. 문화인류학자인 제럴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총, 균, 쇠’에서 16세기 인구가 수백만에 불과한 스페인이 수천만명이 사는 중남미의 아즈텍과 잉카문명을 정복한 것은 천연두바이러스 때문이었다고 지적한다. 1801년 나폴레옹은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서인도제도 아이티에서 발생한 흑인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병력 2만5000명을 파견했다. 파죽지세로 전진하던 프랑스군대에서 황열병이 발생했고 사령관과 함께 2만2000명이 사망해 프랑스군은 퇴각해야 했다. 세계 제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3월 18일, 미국 진영에서 한 취사병이 고열, 두통, 근육통을 호소했다. 전세계에서 2500만명을 사망하게 하고 공포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의 서곡이었다,

천연두, 황열병,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지만 그 자리를 이어받은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발생한 에이즈 바이러스는 아직까지도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1997년 홍콩에서 처음 조류인플루엔자(AI) 환자가 발생했을 때 세계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당황했다. 사람에게는 전염이 안 되는 걸로 알았던 이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염이 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02년 말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 남부에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초기 진압에 실패했고 결국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확산됐다. 이후 메르스와 에볼라, 돼지열병 등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들은 지속적이고도 주기적으로 우리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인류가 아는 바이러스의 수는 500여개에 불과하다. 미지의 바이러스의 수는 셀 수조차 없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카피처럼 바이러스 역시 영원하다. 헤르페스는 인체 내 면역체계에 굴복하고마는 일반적인 바이러스와는 달리 한 번의 감염에도 체내에서 완전제거가 불가능하며 평생 인체 내에 잠복한다. 바이러스의 위협은 인류와 늘 함께하는 위협이다.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이 끝없는 전쟁을 끝낼 수는 없겠지만 어차피 함께 살아가야 할 거라면 이렇게 ‘격하게’ 만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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