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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량수출국들의 ‘문 걸어잠그기’, 코로나가 식량위기 가져올까
  • 2020.04.17.
-세계식량계획(WFP) “코로나로 대규모 기근 발생할 수 있어”
-주요 식량수출국들의 수출 중단 이어지며 ‘식량안보’ 대두
-유럽의 노동인력난ㆍ유통망 붕괴ㆍ아프리카 식량난 우려
-식량자급률 낮은 우리나라도 부담 피할 수 없어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지난 두 달 동안 식량 공급 모니터링을 2배로 늘렸다” 미국의 빅데이터 전문회사인 ‘오비털 인사이트(Orbital insight)’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이후 식량 공급 상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는 지금 식량문제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경고가 나왔으며, 주요 식량수출국들은 식량비축을 위해 문을 걸어잠궜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은 이제 각국의 식량 안보론까지 전면에 세우기 시작했다.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심각한 식량 위기상황 벌어질 수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아직 슈퍼마켓 선반은 채워져 있지만 장기화된 전염병 위기는 식량 공급망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식량조달 시스템 보호를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2억 120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대규모 기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형준 WFP 한국사무소장은 “WFP는 이미 ‘2019 식량 위기 현황 지도’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8억 2100만 명이 식사를 충분히 못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해왔다”며 “전 세계 취약계층의 식량 상황이 코로나19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로 WFP가 진행해왔던 학교급식 사업은 대부분의 학교가 폐쇄되면서 차질이 생겼고, 3억 6600만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많은 학생들에게 급식은 하루중 유일한 한 끼이다. 임형준 소장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이나 수출입, 물자 이동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 WFP는 아프리카에 코로나19 대응 물품을 전달하고, 식량안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WFP가 공개한 ‘2019 식량 위기 현황 지도’(Hunger Map 2019), WFP 한국사무소는 “전 세계적으로 8억 2100만 명이 식량부족을 겪고 있으며, 취약계층의 식량 상황이 코로나19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자국의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식량 수출을 중단하는 국가들은 늘어나고 있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의 경우 수출 물량을 전년보다 40% 줄였다. 앞서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 쌀 수출 금지가 이어질 경우 세계 쌀 공급량이 10~15% 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캄보디아도 이달 초부터 쌀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최대 밀 생산국인 러시아는 지난 3월 열흘간 수출을 중단했으며, 태국은 계란 수요가 3배 급증하자 이달 말까지 계란 수출을 금지했다. 이외에 알제리, 카자흐스탄, 필리핀, 미얀마, 북마케도니아 등도 일부 농산물 수출을 제한했다.

생산도 문제이다. 동유럽 농업노동자에 의존해왔던 서유럽의 경우 심각한 인력난에 빠졌다. 디디에 기욤 프랑스 농업부 장관은 “현재 프랑스 농가는 20만 명의 일손을 잃었다. 현재 일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농가로 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도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중남미 농업노동자들의 일손이 사라졌다. FAO는 유럽에서 약 100만 명 가량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추산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은 시장 가격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통망도 무너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의 실행으로 학교나 음식점 및 카페, 호텔 등의 영업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수확후 출하를 포기하며 식량을 폐기하는 상황도 벌어졌지만 반면 아프리카와 같은 국가들은 심각한 식량 부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수입 곡물로 만드는 가공품 역시 공급망이 파괴되면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방콕지사 관계자는 “식량 수출을 중단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연쇄적으로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공식품에서도 식품 제조기업들이 공장운영을 중단하고 시장이 감축되면서 공급애로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출렁이는 곡물 가격, 우리나라 상황은?

반면 코로나 19가 전 세계 곡물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미비하다는 주장도 온다. 작황 양호로 공급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식량위기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FAO 자료에 따르면 올해 쌀·잡곡·밀 등 세계 곡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27억2060만톤(t)이 예상된다. 지난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 또한 172.2포인트로 전월 대비 4.3% 감소하면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더 많은 국가들이 농산물 수출을 금지하고 식량 확보에 나선다면 불안감으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FAO에 따르면 곡물 중에서도 쌀 가격은 3개월 연속 오름세이다. 인디카 쌀(일명 ‘안남미’)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인디카 쌀은 베트남과 태국 등지에서 생산되며, 전 세계 쌀 생산분의 약 90%를 차지한다.

밀이나 원당의 가격도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은 보름 만에 14.4% 급등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를 비롯한 외신들은 “전반적인 공급이 충분한 데도 불구하고 각국이 식량비축에 나서면서 최근 쌀과 밀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피치솔루션(Fitch Solutions)은 “쌀과 밀 가격은 앞으로 수주간 높은 가격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문을 걸어잠글수록 곡물 가격은 요동칠 것이고, 이는 식량 공급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켜 식량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식량의존률이 높은 각국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황 또한 긴장감이 감돈다. 수입산 쌀을 사용하는 가공식품이나 밀가루 수요가 많은 라면 및 과자 등을 만드는 업체들은 아직 원재료 수급이나 가격 부담이 크지 않지만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이로 인한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쌀 이외에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이다. 최근 국신밀산업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은 또 발생할 수 있다”며 “식량 자급률을 높여 식량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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