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Play
  • 헬스
  • [팀장시각] 의사면허는 ‘종신면죄부’가 아니다
  • 2020.05.07.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코로나19 최전선에 선 국내 의료진에게 많은 국민이 박수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자신의 감염위험을 무릅쓴 사투의 현장에서 지난 6일까지 1만774명을 치료해 9333명을 완치시켰다.

하지만 최근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일부 의료계의 ‘일탈행동’은 이런 희생정신을 희석하고 있어 씁쓸하다. 얼마 전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치료 중 숨진 모습 등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지방의 한 대학병원 의사가 국민의 공분을 샀다. 마치 게임을 하듯 죽어가는 자신의 환자를 ‘생중계’한 이 의사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학생들을 교육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여론은 거세다. 해당 대학병원과 의협도 윤리위원회를 열어 중징계를 결정했다. 응급실에서 환자의 동의 없이 촬영을 하고 영상을 유포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한 민감정보에 해당할 소지가 있고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또한 의료법에서는 의사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품위를 손상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1년 범위에서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제66조 제1항 제1호)하고 있다.

무자격자 대리·유령수술뿐 아니라 수술실에서의 성범죄·생일파티 등으로 의료진의 윤리의식 문제가불거진 기억이 채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최근에는 의사들의 SNS 커뮤니티인 ‘메디게이트’ 등에서도 환자들의 신체정보가 버젓이 ‘희화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SNS를 통한 환자의 개인정보유출이 문제되자 의협은 지난해 11월 의사 SNS 가이드라인을 만든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식별 가능한 환자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해서는 안 되며,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관련 법규와 의사윤리지침을 소셜미디어 사용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는 자체검열이기에 실효성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의사 면허를 관리하는 별도 기구가 없고 정부에 자율징계권만 있어 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복지부에 징계를 의뢰하는 경우 제식구 감싸기는 충분히 예견가능하기 때문이다. 징계도 일반적으로 1개월 면허자격 정지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의사 면허제도는 다른나라에 비해 통제장치가 거의 없다. 치매나 심지어 정신질환이 있어도 진료를 통제할 어떠한 제재수단도 없다. 현행 의료법은 면허규제 대상 범죄를 낙태나 의료비 부당 청구 등 일부 범죄로 한정해 의사가 강력범죄 등으로 처벌받아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강간, 폭행, 음주운전 의대생은 의사가 되면 안됩니다’라는 글에 4만3000명이 지지의사를 밝혔다. 전북소재 의대에 재학 중인 한 의대생이 자신의 여자친구를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뒤 국민적 공분을 산 후 올라온 청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사 면허 재교부 신청 및 신청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면허 재교부 신청은 총 55건으로 승인율이 9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의사면허는 국민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도록 발급한 ‘종신면죄부’가 아니다. 더는 ‘일탈’과 ‘불법’을 일삼는 의료진에게 국민의 생명을 맡겨두게 해서는 안 된다.

/kty@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