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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항이 뚫렸다' 러 선원 집단 확진, 내국인 밀접접촉자 61명 긴급격리
  • 2020.06.23.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방역 및 항만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국립부산검역소와 부산항운노조 등에 따르면 22일 오후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3천933t) 승선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검역소 관계자는 “16명을 제외한 5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의심스러워 추가적인 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항해 이달 19일 오전 10시 부산항에 입항해 이틀 뒤인 21일 오전 8시 감천항에 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역소 측은 1주일 전쯤 발열 증세로 러시아 현지서 하선한 A호 전 선장이 러시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선박 대리점 신고를 받고 선박에 승선해 선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검역소 등 방역 당국은 A호 전 선장이 선박 내 집단감염의 감염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 선원들 모두 현재 선내에 격리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으며, 이중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들은 부산의료원 등지로 이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3천401t). 이 배 선장 등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역 작업 등을 위해 이 화물선에 올랐던 부산항운노조원과 선박 수리공 등 160명가량이 접촉자로 분류돼 조합원 대기실에 긴급히 격리됐다. 연합뉴스

23일 부산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확진된 16명의 러시아 선원들과 접촉한 내국인은 당초 55명에서 61명으로 늘어났다.

61명중 1차 접촉자는 A호에 올라 하역작업을 했던 부산항운노조원 34명이며 2차 접촉자는 A호와 A호 옆에 정박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B(3970t)호를 오간 수리공 6명, 도선사, 화물 검수사, 하역업체 관계자, 수산물품질관리원 소속 공무원 등 27명으로 알려졌다. 시는 밀접 접촉자를 모두 자가격리 조치했으며,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할 예정이다. 특히 두 선박을 오간 선박 수리공 6명은 우선 검사하고, 이들의 진단 검사 결과는 이날 오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박수리공 중 확진자가 나올 경우 두 선박에 투입된 항운노조원의 무더기 격리 조치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감천항 가동에 상당한 차질도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산항운노조 감천지부 노조원은 모두 407명이다.

B호에 있는 선원 21명에 대해서도 이날 진단 검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시는 전날 오후 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A호 승선원 16명을 부산의료원으로 이송, 이날 오전 중 입원시킬 예정이다. 시는 항만당국에 양 선박 이동을 금지하고, 선원 승·하선과 하역작업을 금지하도록 요청했다. 또 해당 선박 도선 작업에 참여한 부두 근로자 63명을 자율 격리하도록 했다.

한편, 러시아선박에서 확진자가 나온 후에도 관계 당국이 우왕좌왕하면서 이들 선원과 접촉한 내국인 항만 노동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황이 나왔다. 러시아 선박의 선장이 코로나19에 확진되고 하역 중지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이미 국내 항만 노동자 34명이 해당 선박에 올라 하역 작업을 하는 상황이었고 해당 노동자들은 이미 해당 선박 선원 21명을 접촉한 상태였다. 하지만 검역 당국은 러시아 선박 선원 21명을 대상으로만 검사 등의 조치를 하면서 항만 노동자에게는 철수 명령만 했다. 항운노조 한 관계자는 “작업 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못해서 벗었고, 이동 중에는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마스크를 벗은 작업자들은 영하 25도 어창에서 작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부산검역소, 부산시, 부산항운노조 등 관련 기관은 부산항만공사(BPA)에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우선 두 선박을 오가며 작업한 수리공들에 대한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항만노조원들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 및 항만운영 방침을 논의하기로 했다. 부산항운노조 집행부도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노조원 확진 및 항만 가동 중단 시 대비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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