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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호회·소규모 종교모임 등의 작은 불씨가 '슈퍼전파'로 확산가능성 커
  • 2020.06.26.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양상이 최근 다양한 경로의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확산되면서 방역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부터 클럽, 물류센터, 교회, 방문판매업체, 사우나, 요양시설 등 대형 업종이나 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서는 소모임 관련 감염자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동회회 모임같은 소규모 친목모임은 누가 책임자가 되어 미스크 착용 등의 감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남의 장소나 형태도 불규칙하고 다양해 현실적으로 방역당국이 관리·감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서울에서는 여의도 한강 주차장 자동차 동호회 모임과 관련해 5명(참석 4명·접촉 1명), 역삼동 방문판매와 관련해 7명(참석 5명·접촉 2명)이 각각 확진됐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참석자와 방문자가 많지 않은 소규모 모임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동호회 모임에는 10명이 참석했고, 역삼동 모임은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다수를 대상으로 한 판매행사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식당가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소독하고 있다. 대전시 등에 따르면 이 백화점 식당가 입주업체 직원 1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소규모 모임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초 수도권의 여러 종교 소모임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왔다. 정규 예배의 경우 온라인으로 전환됐거나 오프라인으로 진행됐어도 자리 띄어 앉기 등의 거리두기가 대체로 잘 지켜졌지만, 삼삼오오 모여 밀접접촉을 하는 소모임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더욱이 소모임 집단감염은 처음 발견 당시에는 감염자 수가 적지만 상대적으로 뒤늦게 확인되는 특성 탓에 ‘n차 감염’으로 번질 위험성이 크다.

26일에는 서울의 대형교회 중 하나인 관악구 왕성교회에서 신도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확진된 환자들의 거주지는 관악구 3명(관악 90, 95, 96번)과 경기 광명시 1명이다. 방역당국은 이날 오전 교회 앞에 임시선별진료소를 설치키로 했다. 이 교회 교인은 1700여명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소모임이라고 해도 감염자가 전도사나 판매원과 같이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경우라면 슈퍼전파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소규모 모임에서는 밀접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실내든 실외든 2m 거리두기를 안 하고, 마스크 착용을 안 한 상태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런 소모임발(發) 코로나19의 높은 전파력을 경계하고 있지만, 소규모 모임을 일일이 관리·감독할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동호회나 역삼동 방문판매 소모임에 대해서까지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무서운 세 가지 특징은 무증상·잠복기·경증 전파가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확진자와 접촉한 지) 15분보다 짧은 시간에도 전파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결국 국민이 방역 주체가 돼서 생활방역이라는 공고한 방어벽을 쌓아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호회 같은 소규모 모임을 방역당국이 컨트롤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생활방역은 어떻게 보면 국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방역수칙 등을) 잘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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