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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는 궁중음식에서 많이 나와야” 인간문화재 정길자 궁중병과연구원장
  •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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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조 궁중음식 3대 인간문화재 정길자 선생,49년 궁중병과 외길 인생
-영양만점인 궁중병과, 집에서 만들기 어렵지 않아
-최근들어 떡 등 전통병과 배우려는 젊은층도 늘어나
-우리 전통 병과의 매력을 살려 해외에 널리 알려야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김치나 치킨 등 전 세계로 뻗어가는 ‘케이푸드’(K-Food)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K-Food 하면 바로 떠올려지는 간식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정길자 궁중병과연구원장은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궁중음식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며 “특히 떡이나 한과 등의 궁중병과로도 한국 음식의 위세를 세계에 떨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전통 병과가 나이든 사람들이 즐기는 간식 혹은 집에서 만들기 어렵다는 고정관념부터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 것이지만 친숙하지는 않았던 궁중병과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간문화재 정길자 궁중병과연구원장 [사진=한독 제공]

▶“궁중음식은 궁궐에서만 먹는 특정 메뉴가 아니다”=서울 종로구 궁중병과연구원에서 만난 정길자 원장은 해외 행사에서 경험한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했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 각국 영사관 주관의 ‘한국의 날’ 행사에서 직접 만든 궁중병과를 외국인에게 선보였습니다. 한국 음식하면 항상 김치나 잡채등만 먹어봤던 외국인에게 떡과 한과를 만들어주니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우리나라의 전통 간식도 해외에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정 원장은 궁중병과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앞으로는 해외에서 관련 행사도 자주 진행되어야 하며, 일본이나 대만의 전통 과자처럼 약과 등의 병과도 공항에서 가볍게 들고 나오는 기념품으로 더 많이 진열돼야 한다고 했다.

궁중음식이라는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의 기능보유자로, 3대 째 전통 왕실 궁중음식 중 궁중병과 계보를 잇고 있다. 조선왕조궁중요리로 인간문화재가 된 고(故) 황혜성 선생님 밑에서 가르침을 받아 지난 2007년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후, 우리의 전통 떡 · 과자 전문기능인을 양성하는 궁중병과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궁중음식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궁중음식이 궁궐에서만 해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양반들도 만들어 먹었던 만큼 특정한 메뉴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죠. 궁중음식이란 궁궐의 전문요리사가 제철 식재료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가장 맛있게 만든 음식입니다. 궁중음식이 세분화된 궁중병과 역시 종류가 매우 많으며, 두텁떡처럼 다소 낯선 간식뿐 아니라 백설기 또한 궁중병과입니다.”

 

흔하게 먹는 백설기나 약식이 궁중병과에 속한다는 것은 미처 몰랐던 부분이었다. 화려하고 고급 식재료만 사용할 줄 알았던 궁중음식은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메뉴들도 속해있다. 이는 정 원장이 궁중음식의 세계화를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길자 궁중병과연구원장은 “떡과 같은 궁중병과는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영양간식”이라고 했다.[사진=한독 제공]

▶젊은층도 관심보이는 궁중병과의 매력=외국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맵고 자극적인 맛에서 벗어난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이다. 정 원장은 “궁중음식은 은은하게 뒷맛이 남아있는 음식”이라며 “떡볶이의 경우 매운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은은한 맛을 자아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궁중병과의 매력적 포인트들도 쏟아냈다.

 

“색감을 알록달록하게 잘 표현할 수가 있어요. 밤이나 콩, 대추 등 식재료들도 건강하기 때문에 영양만점인 간식입니다. 최근 제조되는 제품들은 세련된 디자인이나 소량 포장, 인터넷 판매 등을 통해 더욱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어요.“

 

관심을 보이는 젊은 세대도 늘고 있다. 특히 젊은층에게 유행인 쫄깃한 식감의 떡이 그렇다. 정 원장은 최근 들어 떡을 배우러 찾아오는 20대가 많아졌다며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인간문화재 지킴이 온택트 참여마당’에서 정길자 원장이 선보인 약식과 오미자화채 [사진=한독 제공]

▶궁중병과, 어렵지 않다=젊은층에게 궁중병과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온라인 강의도 시작했다. 이번 강의는 수년간 인연을 쌓아온 한독 제약사를 통해 참여하게 됐다. 한독은 전통 문화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문화재청과 함께하는 ‘인간문화재 지킴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온라인으로 ‘인간문화재 지킴이 온택트 참여마당’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동참한 정 원장은 약식과 오미자화채 조리법을 선보였다.

 

“약식은 실패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조리도구나 식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죠. 오미자화채의 경우 하루 불린 오미자로 오미자즙을 만든 후 설탕으로 단 맛을 내면 끝입니다. 몸에 이로운 건강 음료이며 붉은빛도 참 예쁩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강의의 포인트는 ‘누구나 쉽게 배우는’ 궁중병과이다. 그는 “레시피대로만 하면 떡 만들기도 정말 쉽다”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접근하라”고 말했다.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전통 간식의 장벽을 스스로 높인 것은 아닌지 뒤돌아본 순간이었다. 정 원장은 “세상이 급변하면서 전통을 많이 잃어버렸으나 궁중음식은 조상의 지혜가 모두 담긴 귀한 음식”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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