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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대신 각국의 커피 한잔~
  • 2020.08.27.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커피만큼 적은 돈으로 가장 확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최근들어 홈카페나 스페셜티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을 못가고 ‘혼밥’과 ‘혼술’에 지쳐있다면 커피 한 잔으로 즐기는 ‘집콕 해외여행’도 근사한 힐링이 될 수 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커피를 마시며 해외 분위기를 즐겨보고, 나라별 커피문화를 이해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내 1세대 큐그레이더(Q-Grader, 커피감별사)이자 엔터하츠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의 정화용 대표는 “커피 메뉴의 어원과 나라별 커피 문화를 이해하고 마신다면 국내에서도 훨씬 더 맛있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전문가가 전하는 주요 국가들의 대표 커피를 소개한다.

▶터키 ‘체즈베 커피’

‘커피 세계여행’의 출발지는 터키다. 15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이 전혀 모르던 커피를 16세기에 전파해 준 나라가 터키이며, 그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지난 2013년 유네스코는 터키식 커피의 문화 전통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하며 그 가치를 인정한 바 있다.

터키의 커피 발견은 오스만 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술탄 셀림 1세와 그의 아들인 술래이만 1세가 이집트와 예멘을 점령하면서 이곳에서 유행하던 커피를 발견한 이후 이를 통해 커피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당시 개발된 터키만의 독특한 추출 방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현지인들은 터키식 커피(turkish coffee)를 가장 많이 찾으며, 보통 물 한 잔과 터키 전통 디저트인 로쿰(lokum)을 함께 즐긴다.

터키식 커피는 체즈베(cezve)라는 독특한 기구를 활용한다. 이는 가장 오래된 커피 제조 방식중 하나로, 커피 가루를 체즈베에 직접 넣고 끓이기 때문에 일반 커피보다 향이 강하며 높은 바디감이 특징이다. 다만 커피가루가 그대로 남아있어 추출액 커피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현지인들은 이 커피가루를 점괘에 이용하기도 한다. 커피를 마신후 커피잔을 뒤집은 다음 남은 가루 모양으로 그날의 운세를 본다. 커피가 일상 문화로 자리잡은 터키는 중매 결혼 문화에서도 커피가 스며들어 있다. 결혼전 신랑이 신부집에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신랑의 얼굴을 본 신부가 신랑이 마음에 들경우 설탕 커피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소금 커피를 내준다는 전통 문화가 있다.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라떼’

본격적인 커피 여행을 하려면 이탈리아로 들어가야 한다. 16세기 터키에서 널리 퍼진 커피는 17세기에서야 유럽에 전해지는데 이 때 이탈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십자군 전쟁을 통해 터키를 거쳐 예루살렘까지 진출했던 베니스인들은 터키 이스탄불의 커피를 처음 접하게 되고 이를 유럽에 전파한다. 이로 인해 베니스 항구는 커피를 유럽에 전하는 무역 통로가 된다.

이탈리아인들은 19세기 말 증기압을 이용한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발명하며 또 한번 커피 문화의 발전에 기여한다. 훨씬 빠른 시간에 많은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됐으며, 라떼, 카푸치노와 같은 다양한 메뉴를 만들면서 상업적인 큰 성과도 올린다. 대부분의 커피 메뉴들이 이탈리아어에서 비롯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스프레소 문화를 만든 이탈리아인들은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집에서도 모카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마신다. 흥미로운 점은 이탈리아에서는 오후에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침에 삼겹살을 잘 구워먹지 않는 것과 같은 셈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우유를 아침에 마신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카푸치노와 카페라떼처럼 우유가 들어간 커피의 경우 아침 식사를 할 때 마신다. 이탈리아에서 카페(caffe)는 에스프레소를 의미하며, 마끼야또를 주문할 경우 달콤한 카라멜 마끼야또가 나오는 대신 씁쓸한 맛이 강한 ‘에스프레소 마끼야또’(에스프레소위에 거품이 살짝 올려진 커피)가 제공된다.

 

프랑스 ‘카페 알롱제’

프랑스 혁명의 배경에는 카페 문화가 있었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카페를 중심으로 계몽주의 사상가와 시민들이 교류하며 공감대를 쌓아나갔다. ‘르 프로코프’ (Le procope)는 지난 1686년 파리에서 첫 번째 문을 열은 카페로, 볼테르나 루소 등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모임이 있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거리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테라스 카페는 지난 1853년 시작된 파리 대개조 사업으로 거리가 정돈되면서 현재의 근사한 테라스 커피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다. 또한 카페 바(comptoir)에서 커피를 서서 마시면 더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커피는 ‘카페 알롱제’(café allonge)로, 이는 ‘당기다, 길게 뻗다’는 뜻을 가진다. 에스프레소에 소량의 물을 넣어 연하게 마시는 메뉴로 이탈리아에서는 카페 ‘룽고’라 부른다. 또한 프랑스인들이 즐겨 마시는 카페 누아젯(café noisette)은 에스프레소 위에 소량의 우유 거품을 올린 것을 말한다.

 

▶오스트리아 ‘아인슈페너’

국내에서도 인기인 ‘아인슈페너’는 이전 세대에게 ‘비엔나 커피’로 잘 알려져 있다. 우아한 모양이나 발음과 다르게 어원은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이다. 이는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마차를 몰았던 오스트리아의 마부에서 유래됐다. 당시 마부들은 커피가 쏟아지는 것을 막기위해 크림을 듬뿍 올렸고 이것이 아인슈페너의 기원이 됐다. 크림을 듬뿍 올리면 커피가 식는 것을 다소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아인슈페너는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생크림을 구입한 후 전동 휘핑기를 통해 크림을 만들어 커피위에 올려주면 끝이다. 취향에 따라 생크림에 바닐라나 초코시럽을 넣어도 된다. 국내 카페에서는 거의 대부분 생크림에 시럽이나 설탕을 넣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설탕없이 담백한 크림만 올려져있다.

 

▶호주 ‘롱블랙·플랫화이트’

플랫화이트(좌), 카페마끼아또(우)[사진=엔터하츠 제공]

글로벌 커피브랜드인 스타벅스가 호주에서는 마음껏 기량을 펼치지 못했을 정도로 호주는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라이다. 세계 2차대전 이후 다수의 이탈리아인들이 호주에 정착하며 커피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성있는 개인 카페를 선호하며, 이로인해 커피업계에서는 스페셜티커피의 강자로 군림하는 나라다.

아메리카노를 많이 먹는 한국인들이 호주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호주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가 없다는 사실이다. 대신 아메리카노보다 살짝 더 진한 ‘롱블랙’이 있다. 호주에서는 에스프레소 대신 ‘숏블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숏’ 과 반대되는 ‘롱’ 단어의 ‘롱블랙’은 아메리카노보다 물 양을 적게 넣은 커피다. ‘카페 마끼아또’의 경우 호주에서는 ‘숏마끼아또’로 불린다.

최근 국내에서도 핫한 커피인 ‘플랫화이트’(flat white)역시 호주식 커피이다. 뉴질랜드와 원조 논란이 있지만 호주에서는 대략 1980년 대 중반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평하다’는 플랫(flat) 단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우유의 거품층이 매우 얇으며, 우유의 양도 적다. 또한 호주 커피중 ‘작다’라는 어원을 가진 ‘피콜로’(piccolo) 커피는 라떼 중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를 가진다. 우유 양이 적어 에스프레소의 풍미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스페인 ‘꼬르따도’

몇 년 전부터 국내 일부 카페에서도 등장한 ‘꼬르따도’는 스페인식 커피이다. 스페인어로 에스프레소의 강한 맛을 ‘잘랐다’라는 뜻을 가지며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비율을 1대 1로 섞어 만든다.

메뉴별로 다른 커피잔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에스프레소·마끼아또 등에 사용하는 가장 작은 데미타세 잔, 5온스(oz)의 플랫화이트 잔, 12온스의 일반 라떼·아메리카노 잔[사진=엔터하츠 제공]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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