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Play
  • 헬스
  • 생소한 골반울혈증후군, 자궁근종·생리통과 다른 점
  • 2020.09.02.

[헤럴드경제=건강의학팀] 송파구에 거주하는 33세 여성 K씨는 원인 모를 골반통을 겪어 병원을 찾았다. 매달 생리 전후로 골반 주변이 욱신거릴 때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골반울혈증후군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조언을 받고 정밀 검사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골반울혈증후군은 무엇일까. 민트병원 김건우 정맥류센터장(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았다.

혈관에는 피가 역류하지 않고 정방향으로 흐르도록 잡아주는 판막이란 조직이 있다. 이 판막이 망가지면 피가 역류해 장기나 조직에 고이게 된다. 바로 정맥류 질환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다. 김건우 센터장은 ”대중에게 아직 생소한 골반울혈증후군은 난소정맥 속 판막의 이상으로 혈액이 역류, 골반 내 정맥총(혈관덩어리)에 울혈이 생겨 복부 불쾌감, 허리·엉덩이 통증, 성교통 등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양쪽 다리가 저리거나, 허벅지 뒤쪽이 당기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오래 앉거나 서 있을 때, 생리 직전일 때, 성관계 직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누워 쉬면서 마사지로 풀어주면 통증이 약간 가라앉는 느낌도 받게 된다. 난소정맥류로도 불리며, 흔히 알려진 하지정맥류와 발생 부위만 다를 뿐 원인은 같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의외로 유병률이 높다. 특히 출산 과정에서 정맥 판막이 손상돼 만성 골반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잖다. 최근에는 꽉 조이는 스키니진, 무리한 다이어트,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는 생활패턴 등의 영향으로 출산 경험이 없는 20~30대 여성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젊은층에서의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다. 1949년 골반울혈증후군을 처음 발견한 하워드 테일러(Howard Taylor) 박사는 감정적 스트레스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평활근 경련을 일으켜 골반부 정맥의 울혈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은 자궁근종이나 생리통 등과 증상이 헷갈려 자칫 엉뚱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김 센터장은 “골반통과 다리저림을 호소하는 환자가 내원하면 먼저 복부 도플러 초음파검사를 시행하고, 원인이 되는 정맥류 혈관이 잘 보이지 않을 땐 골반 혈관 MRI를 촬영한다”며 “MRI는 허리나 골반 쪽 문제를 같이 진단할 수 있어 증상 원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골반울혈증후군은 정맥류의 일종으로 일반 산부인과에서 다루지 않을 수 있어 혈관 치료에 특화된 인터벤션영상의학 진료과를 찾아가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료는 난소정맥류 색전술로 이뤄진다. 이 치료법은 직경 2mm의 얇은 카테터를 혈관 속으로 삽입한 뒤 혈액이 역류된 곳을 경화제 등으로 막아 문제 혈관을 직접 차단한다. 차단된 혈관으로는 혈액이 더 이상 흐르지 않아 역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간단한 시술이라 입원 기간이 짧고 통증 감소 효과가 크다. 김 센터장은 “자궁과 골반 주변부는 다른 부위보다 신경이 적게 분포돼 통증 정도나 부위가 모호한 게 특징”이라며 “골반울혈증후군은 허리디스크, 맹장염, 자궁근종 등과 증상이 헷갈릴 수 있어 가급적 초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골반통과 함께 회음부, 사타구니, 엉덩이 등 부위에 꼬불꼬불하고 굵은 혈관이 비쳐 보이면 골반울혈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onelinenews@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