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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추장, 스리라차보다 빠른 성장” 글로벌 소스될 수 있을까
  • 2020.12.07.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경쟁이 치열해진 글로벌 매운 소스 가운데 과연 대세로 자리매김할 소스는 무엇일까. 우리의 전통 장인 고추장도 이 경쟁에 도전해 볼 만하다. 유럽과 미국 내 아시아 소스의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최근 고추장의 빠른 성장 속도가 인기 많은 태국 스리라차(sriracha, 매운 고추, 식초, 설탕, 소금 등을 첨가하여 만든 태국식 칠리소스) 자리를 넘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식품 관련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개발사 테이스트와이즈(Tastewise)가 발표한 트렌드 보고서 내용이다.

▶‘힙’한 핫소스들, “고추장 성장 속도 빠르다”=테이스트와이즈는 수십억 건의 소셜 데이터, 온라인 레시피, 식당 정보, 배달 관련 데이터 등을 분석해 식품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한 업체이다. 테이스트와이즈가 최신 트렌드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인기가 높아진 아시아 매운 소스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태국의 스리라차다. 뒤를 이어 북아프리카식 고추 소스인 하리사(Harissa, 홍고추를 향신료와 함께 갈아서 만든 소스), 그리고 한국의 고추장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테이스트와이즈가 한국 고추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에서 한국 음식의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최근 고추장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른 정확한 수치가 그 근거이다. 지난 1월 이후 영국에서 고추장이 요리에 사용되는 빈도는 매월 평균 약 46%씩 증가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테이스트와이즈가 주목한 포인트이다. 고추장의 성장 속도는 스리라차(9%)나 하리사(23%)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분석이다.

 

▶고추장, 채식요리 활용·건강한 발효장·감칠맛 갖춰=또한 보고서는 고추장이 기존에는 유럽에서 주로 닭요리에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채식 요리에 이용되는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글로벌 채식 트렌드에 따라 앞으로 고추장은 더욱 다양한 채식 요리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어 보고서는 고추장이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에 유통되면서 한국산 브랜드 뿐만 아니라 영국 유통업체 웨이트로즈(Waitrose) 브랜드 등 대형마켓의 고추장까지 나오면서 메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평했다.

영국에서 판매중인 고추장, 아줌마 리퍼블릭 한국산 제품(좌) 과 웨이트로즈(Waitrose) 브랜드 제품(우)

미국에서도 가능성은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의 지난해 보고서에서 고추장은 ‘힙’한 소스중 하나로 언급됐다. 미국의 핵심 소비자층으로 자리잡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미국의 타바스코(Tabasco), 태국식 스리라차, 페루의 아지 베르데(Aji Verde), 인도네시아의 샴볼(Sambal), 그리고 한국의 고추장은 독특한 매운 맛을 가진 이국적 핫소스로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향신료 제조업체 맥코믹(McCormick)이 최근 발표한 ‘향미 전망 보고서’ (McCormick Flavor Forecast) 또한 내년에는 고추를 이용한 매운 소스 시장이 미국에서 더욱 활기를 띌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매체 쿼치(quartzy)는 특집 기사를 통해 한국 고추장을 “‘감칠맛’(Umami)이 으뜸인 소스”라고 소개한 바 있다. 고춧가루, 엿기름과 찹쌀이 혼합되어 맵지만 맛이 깊고 특히 감칠맛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고추장이 건강한 발효장이라는 것도 내세울 만한 장점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발효음식은 면역력 강화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올해 국제식품 규격으로도 채택=다만 고추장의 인지도는 다른 글로벌 핫소스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비스월드(IBIS World) 분석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핫소스는 미국식 타바스코, 태국식 스리라차 소스가 포함된 ‘순한 매운맛’ 계열의 핫소스이다. 대중적인 타바스코 뿐만 아니라 매우 소스 붐의 중심에는 태국식 고추 소스 스리라차가 있다. 하리사 소스 또한 수프나 스튜, 후무스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되며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고추장도 글로벌 핫소스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지난 9월말 개최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고추장’(Gochujang) 규격이 최종 심의를 거쳐 세계규격으로 채택됐다. 고추장이라는 고유 명칭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레드 페퍼 페이스트(Red Pepper Paste)’나 ‘칠리소스’ 등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발효식품으로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식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한류 열풍으로 고추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고추장은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장 건강이나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을 주며, 매운 맛과 단 맛의 적절한 조합도 매력”이라고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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