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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싼 MSC 연어로 요리하는 이유요? ”노해동 ebt 셰프
  • 2020.12.24.
-노해동 엘본더테이블 & 이비티(ebt) 셰프 인터뷰, 매장에서 MSC 인증 연어로 요리
-자연산 홍연어, 수은 함량 제로에 단백질 함량 높고 아스타잔틴 성분 풍부
-파프리카 채즙이나 훈연 조리법으로 트렌디한 메뉴도 개발
-비건이나 지속가능식품을 활용한 메뉴도 확장할 계획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샐러드 속 연어가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 제품이라구요?” 이곳은 이케아푸드나 올가홀푸드처럼 지속가능 인증 연어를 파는 곳이 아니다. 완성된 연어 요리를 내놓는 레스토랑이다. 그렇다고 메뉴판에 ‘MSC’ 문구가 친절하게 적혀있지도 않다. 고객이 알지도 못하고, 가격도 2배 가량 비싼데 주방에서는 MSC 마크 포장지를 뜯어버리고 요리를 한다. 왜일까.

엘본더테이블(ELBON the table)과 이비티(ebt) 레스토랑의 노해동 셰프는 해당 연어가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일반 연어와는 다른 영양소와 맛을 가졌으며, 수은 함유량은 아예 없다”고 했다. 이유는 충분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과 ‘미식’이 조화를 이루는 메뉴였다.

 

노해동 이비티 셰프 [사진=ebt 제공]
노햬동 셰프는 “MSC 인증의 자연산 홍연어는 해양생태계를 보호할뿐 아니라, 맛과 영양소, 수은 함량 등에서 일반 연어와 차이가 난다”고 했다. [사진=ebt 제공]

▶청정바다에서 자란 홍연어, 수은 함량 ‘0’=노해동 셰프를 만난 곳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비티 매장으로, 이는 엘본더테이블이 올해 오픈한 유러피언 그릴&바이다. 영국과 미국 등 유명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쌓아온 그는 CJ푸드빌을 거쳐 현재 엘본더테이블 총괄셰프이자 이비티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더 좋은 품질이면 바꾸고, 아니면 그만두라”. 대표님의 기업정신입니다. MSC 인증 연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기업철학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어요. ”

 

MSC 인증은 지속가능한 형태로 조업한 수산물을 뜻하며, 해양생태계 및 어종 보호 등 엄격한 30여개 심사를 통과해야만 라벨이 부착된다. 전 세계적으로 인증 제품은 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시장이 협소하다. 특히 라벨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없는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MSC 인증을 받은 홍연어 [사진=ebt 제공]
홍연어 스테이크 [사진=ebt 제공]

“양식이 안되는 100% 자연산 홍연어입니다. 한 시즌에만 조업이 가능해 수확량도 적죠. 색상도 시중의 노르웨이나 알라스카산 연어보다 붉은빛이 더 진해요. 붉은색은 주 먹이인 크릴 속 아스타잔틴에서 나오는데, 이는 지방 분해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백질은 일반 연어보다 2배 가량 많습니다.”

 

홍연어가 일반 연어에 비해 지방이 별로 없으며, 살이 단단한 이유는 3600㎞ 가량의 장거리를 4년간 헤엄치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청정바다에서 자란 연어답게 수은 함유량이 ‘제로’라는 점이었다. 그가 보여준 국내의 수입품 성분검사 결과표에서 캐나다 수입의 해당 연어는 수은이나 납등의 함유량이 ‘0’ 또는 ‘불검출’로 적혀있었다.

▶건강식 메뉴도 트렌디하게=연어외에도 그의 식재료 선별 기준은 까다로웠다. 경기도 농장과의 직접 제휴를 통해 일부 야채를 매장으로 바로 들여오고, 강남 일대의 스시집에서도 제공받는 고품질 생참치와 비린내가 적은 통영삼베체 굴도 이용한다. 소스 역시 최대한 자연의 맛을 살린다. 파프리카 채즙이 대표적이다. 노 셰프는 “그릴 오븐에 파프리카를 통째로 태우면 달콤한 채즙이 나온다”며 “이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에 섞어 드레싱처럼 사용한다”고 했다.

홍연어를 넣은 샐러드(좌)와 완두콩 리조또(우) [사진=ebt 제공]

건강하면서도 트렌디한 메뉴들도 눈에 띄었다. 건강식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후무스(Hummus, 병아리콩으로 만든 중동 음식)는 보다 부드럽게 요리되어 신선한 채소와 함께 제공되고, 식물성 단백질의 ‘스타’로 떠오른 완두콩은 리조또에 사용된다. 초록빛이 선명한 리조또는 그린색 트렌드를 반영하고 싶다는 그의 생각으로 탄생됐다. 조리법에서는 숯을 이용한 그릴 오븐이 재료 본연의 맛을 책임진다. 노 셰프는 “단시간 고온의 상태로 훈연 조리하면 소금외에 특별한 소스가 없어도 풍미가 깊어진다”고 했다. 간단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음식들이다.

 

▶코로나 위기, 배달·서비스로 버텨=고품질 식재료 선별과 트렌디한 메뉴 개발에도 팬데믹 위기는 벗어날 수 없었다. 노 셰프는 “엘본더테이블의 명동 매장은 올해 초반, 매출의 70% 정도가 감소됐다”며 “사실상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음식 배달도 시도하고 있으나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매장의 서비스 부분이라고 했다. 팬데믹 상황이 나아지면 고객이 재방문할 수 있도록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또한 그는 “앞으로 비건이나 지속가능식품을 이용한 메뉴도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맛’이 곧 자존심인 셰프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지속가능성’과 맛이 꽤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점이다. MSC 라벨이 보이지 않아도 샐러드에서 붉은빛 연어가 맛있게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노해동 셰프 [사진=ebt 제공]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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