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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뿌려먹는다’, 잘 나가는 김치의 스낵화
  • 2021.02.18.
-밥 반찬으로 먹던 전통 김치, 해외에선 다양한 스낵 메뉴에 사용
-가루나 소스 등 혁신적인 제품 출시와 함께 과자, 버거 등으로 영역 확장
-감칠맛 높이는 효과와 유산균 함유한 건강식품으로 주목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김치가 변했다. 밥과 함께 먹던 반찬에서 가벼운 ‘스낵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우리처럼 밥이 주식이 아닌 나라에서는 김치가 햄버거나 핫도그, 과자 등에 활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음식의 느끼함을 잡아주거나 매콤함으로 감칠맛을 높이기도 한다. 밥을 떠나버린 김치의 변화는 우리가 알던 고유 형태는 아니지만 분명 기분좋은 ‘배신’이다. 이러한 추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후 김치가 면역력 식품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트렌드로 올라섰다. 김치의 잠재력에 눈을 돌린 식품기업들은 김치를 넣고 뿌리고 곁들이면서 새로운 스낵 메뉴 개발에 애쓰는 중이다.

뿌려먹는 김치맛 가루 '김치시즈닝' [사진=푸드컬쳐랩]

▶어디서든 뿌려먹는 김치맛 가루·김치 소스=혁신적인 제품으로 최근 ‘김치 스낵화’의 트렌드를 이끄는 제품은 김치맛 가루이다. 한국인에게도 생소했던 ‘김치 주스’가 세계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데 이어 이번에는 김치맛 가루가 미국 아마존 사이트를 점령했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인 푸드컬쳐랩가 만든 ‘김치 시즈닝’으로, 미국 아마존 사이트의 글로벌 칠리소스 부문에서 출시 7개월만에 인기 제품 1위(2020년 11월 기준)를 차지했다. 재고가 금방 소진돼 업체가 현지 공장 가동을 고려할 정도다. ‘김치 시즈닝’은 파스타, 피자 뿐 아니라 감자튀김이나 팝콘, 과자 등의 가벼운 간식에도 간편히 뿌려주기만 하면 새로운 맛이 탄생된다. 마치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만능 양념장’처럼 스낵류의 ‘마법가루’인 셈이다. 매운 맛만 나는 스리라차나 타바스코소스와 달리 짠맛과 단맛, 신맛이 어우러져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평이다. 감자튀김 봉지에 ‘김치 시즈닝’을 뿌리고 흔들어 먹는 등 최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후기 동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에서 먼저 돌풍을 일으킨 이 제품은 현재 일본, 중국, 홍콩 등의 해외 시장과도 수출 계약을 완료했다.

‘김치 시즈닝’의 후기 영상[사진=유튜브 캡처]

뿌려먹는 ‘소스’도 나왔다. 단순한 김치 국물맛이 아닌 맛과 형태가 다른 신개념 김치소스다. 지난해 10월 풀무원이 한국과 미국에 동시출시한 ‘김치 렐리쉬’는 핫도그나 나초, 감자튀김 등 다양한 국적의 음식에 소스로 사용할 수 있다. 토마토를 넣어 보다 달콤새콤한 ‘스윗&칠리’ 맛도 있으며, 젓갈을 넣지 않아 채식인도 먹을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김치 시즈닝’이나 ‘김치 렐리쉬’ 모두 ‘뿌리기만 하면 된다’는 조리의 간편성과 휴대가 쉽다는 장점을 갖췄다. 만들기 복잡하고 가지고 다니기 어려웠던 전통 김치와는 다르다. 풀무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를 쉽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으며, 앞으로도 김치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스로 사용하는 풀무원의 ‘김치 렐리쉬’ [사진=풀무원]

▶미 국무부 직원도 반한 김치 버거·바삭한 김치 감자칩=햄버거에도 김치는 트렌디한 식재료가 됐다. “대박, 완전 강추(강력추천)입니다!” 지난 1월 미국 대사관이 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미국 국무부 소속 직원은 한국어로 이같이 감탄했다. 국내에서 화제를 모은 이 영상은 미국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Shake Shack)이 출시한 ‘고추장 버거’ 후기다. 쉐이크쉑은 해당 버거를 출시하면서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이 제품은 전 세계 고객에게 공유할 수 있는 멋진 메뉴”라며 “한인이 운영하는 ‘최씨네 김치’의 백김치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백김치를 넣은 쉐이크쉑(Shake Shack)의 ‘고추장 버거’ [사진=쉐이크쉑]

패스트푸드점에서 김치는 버거 외에도 다양한 메뉴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형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카르타지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김치는 라면에서 스낵으로 활용도가 확장되고 있다”며 “젊은층이 주로 찾는 식당에서는 다진 김치를 넣은 핫도그 등이 메뉴에 추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치 프라이스’(Kimchi fries, 감자튀김에 양념고기와 김치를 얹은 음식)의 경우, 미국의 음식 배달업체인 ‘그럽허브’(Grubhub)가 인기 메뉴로 이미 언급했던 메뉴이며,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반응이 좋다. 피클처럼 사이드메뉴로 ‘김치 코울슬로’(coleslaw)가 제공되는 해외 식당도 늘어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김치 아보카도 토스트, 김치 카나페 등으로 현지 음식에 접목되고 있다.

과자류는 어떨까. 김치의 새콤함은 의외로 바삭한 감자칩에 어울렸다. 베트남 생감자 스낵시장에서 최근 3년 연속 매출 1위를 차지한 오리온의 경우, ‘포카칩 김치맛’(현지명 오스타)으로 출시했던 제품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에서는 ‘스윙칩 한국김치맛’(현지명 하오요우취)이 판매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베트남 ‘오스타 김치맛’은 오스타 전체 실적에서 34%를, 중국 ‘하오요우취 한국김치맛’은 하오요우취 전체 실적에서 33%를 차지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의 대표 감자칩 브랜드 ‘피아토스’(Piattos)에서도 포장지에 ‘김치’(KIMCHI)와 갓을 쓴 남자가 그려진 제품이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판매중인 오리온의 김치맛 감자칩(좌), 필리핀 ‘피아토스’(Piattos)의 김치맛 감자칩(우)

가장 김치맛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스크림마저 전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그 가능성을 선보인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의 미디어센터 식탁에는 현지 아이스크림 브랜드 어더스(Udders)가 만든 김치맛 아이스크림이 올려졌다. 이 디저트는 “차가운 김치 맛”이라는 취재진들의 생생한 후기와 함께 각국 언론에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싱가포르 어더스(Udders)가 선보였던 김치맛 아이스크림 [사진=어더스]

▶면역식품 김치, “스낵도 건강하게 먹는 기분”=사실 김치는 이전부터 다양한 메뉴로 개발되고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김치 스낵화’의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김치가 면역식품으로 대두된 이후 부터다. 호흡기 전문가인 장 부스케 프랑스 몰펠리에대 교수는 “코로나 사망자 수가 적은 나라는 발효한 배추를 먹는다”며 “한국인이 매일 먹는 김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억제에 큰 도움이 됐다”는 연구를 발표했고, 이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김치 시즈닝’을 스낵에 뿌려먹는 미국남성은 “김치에는 유산균이 많아 보다 건강하게 먹는 기분도 든다”고 말한다. aT 파리지사 관계자는 “김치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은 판매를 늘릴 수 있는 기회”라며 “김치가 소스나 주스 등 한국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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