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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프열전]이승찬 콘래드 서울 총주방장 “투자한 시간만큼 음식의 맛 달라져”
  • 2021.05.11.
맨몸으로 파스타 배우러 이태리 행
멘토의 소중한 가르침 ‘정성’의 가치 배워
지속가능 해산물 관심…동물복지까지 확대
내년까지 수산물 25% MSC 인증 재료 사용

이승찬 콘래드 서울 총주방장. [콘래드 서울 제공]

[리얼푸드=신소연 기자]“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셰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과 책임감이다. 내 시간을 얼마나 투자했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에 큰 차이가 난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이탈리아 음식인 ‘파스타’는 매우 생소한 단어였다. 대신 ‘스파게티’가 이탈리아 국수 요리를 통칭하면서 스파게티아, 소렌토 등 스파게티 전문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이태리 음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당시 어느 곳에도 없었다. 그때 제법 많은 젊은이들이 미국이나 이탈리아로 가 음식을 배워왔는데,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의 모든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승찬 총주방장도 이때 음식을 시작했다.

20대 중반의 혈기 넘쳤던 이 총주방장은 파스타(당시 스파게티)가 당시 외식 메뉴의 대표 주자였던 짜장면·짬뽕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하지만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요리학원은 한식이나 일식 위주였고, 요리 전문학교는 요리의 원론적인 부분만 가르칠 뿐 실전 이태리 요리 기술은 가르치지 않았다. 이에 이 총주방장은 답은 ‘현지’에 있다는 생각에 당시 서울 압구정동에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 유학원을 찾았다. 그는 “유학원에서 3개월 어학코스 연수 후 요리학교에 접수할 수 있다고 해서 3개월치 수강료를 한꺼번에 내고 당장 보내달라고 우겼다”며 “이태리어의 ABC도 모르고 결심 23일 만에 이태리행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소재 콘래드 서울 2층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아트리오'의 피자 메뉴. [콘래드 서울 제공]

이 총주방장이 이탈리아에서 선택한 도시는 바로 밀라노였다. 서울에 좋은 음식점이 많은 것처럼 이탈리아의 돈이 모이는 ‘경제 수도’ 밀라노에도 좋은 레스토랑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 장벽이 있다보니 초반에는 어학원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4개월 가량 어학원과 개인 교습 등을 받으며 이태리어를 독하게 공부했고, 남들은 2년이 걸리는 요리학교 코스도 13개월 만에 수료했다. 그는 “짜장면·짬뽕처럼 스파게티 배우는 데 6개월 정도면 될꺼라는 생각에 무작정 이탈리아로 갔다”면서 “어학과 요리학교 수료, 미쉐린 레트로랑 실습 등을 거치다 보니 이탈리아에서 예상보다 긴 4년이나 있었다”며 웃었다.

이 총주방장이 셰프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정성과 책임감이다. 음식에 얼마나 시간을 들여 노력했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도 확연히 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그의 음식 철학은 그의 멘토인 세라피노 까사고 셰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까사고 셰프는 그가 2년 간 미쉐린 원스타에 빛나는 이탈리아 소재 ‘라 베키아 필란다’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막내 셰프와 총주방장으로 만났다. 그는 “한 번은 까사고 셰프의 팔에 기름이 엎어져 붕대를 감아도 팔에서 진물이 계속 났다”며 “당시 수셰프가 일을 잠깐 쉬고 치료를 받으라고 했는데, 까사고 셰프는 ‘손님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러 왔는데 어떻게 자리를 비우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감명받았다”고 회상했다.

서울 여의도 소재 콘래드 서울 2층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아트리오'의 대표 파스타 메뉴인 바질 리코타 파스타. [콘래드 서울 제공]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진 식재료는 바로 ‘지속가능 수산물’이다. 지속가능 수산물은 지속 가능한 어업방식과 생산 유통 과정을 거친 ‘착한 수산물’로, MSC인증을 받은 기업이나 ASC인증을 받은 양식 사업장의 수산물을 뜻한다. 바다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산물을 잡고, 가두리 내 양식 생선 수를 제한하다 보니 일반 수산물보다 가격이 30% 가량 비싸다. 이 총주방장은 지난 2016년 힐튼 계열 동료 총주방장 및 식음 책임자들과 함께 하는 컨퍼런스에서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후 이를 실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는 “셰프라는 직업인으로서 지속가능 수산물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킨다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세미나나 학술회의 같은 곳에 가 자주 듣고 공부하다 보니 어느 순간 관련 행사의 전문 패널로 초대해주더라”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 수산물의 소비를 방해하는 것은 ‘가격’이라고 봤다. 일례로 ASC인증을 받은 연어 가격은 일반 연어보다 가격이 30~40% 더 비싸다. ASC인증을 받으려면 가두리 내 양식 연어 수를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다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힐튼 계열은 물론 하얏트 등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인증 수산물을 적극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가격 차가 5% 내외로 줄었다. 그는 “콘래드 서울에서 사용하는 연어와 새우, 전복은 모두 MSC나 ASC인증을 받은 재료”라며 “덕분에 콘래드 서울이 인증 수산물을 잘 유통시키는 회사만 받는 CoC(Chain of Custody)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곳에서 사용되는 수산물의 14% 정도가 MSC인증 수산물이지만 올해는 20%, 내년에는 25% 등으로 점차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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