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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백신 지재권 논란, 우리 정부가 갈 길은?
  • 2021.05.18.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여부’가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재권 한시적 면제 방안에 지지를 표명하자 WHO가 즉각 ‘인류역사에 기념비적인 결정’이라는 환영 의사를 표했지만 미국 제약업계는 “백신 지재권 포기 결정은 미국의 혁신 기술을 넘기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대체로 미국 제안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EU 지도자들은 미국 정부를 향해 “백신 수출 규제를 푸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의장은 “특허권 유예가 가난한 나라들의 백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마법 총탄’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진보과학자들과 단체들은 백신 제조사들이 지재권뿐 아니라 기술까지 개발도상국에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백신은 인류의 공공재라는 논리다. 일부 급진주의는 “정중하게 백신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만 한다면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기술을 공유하도록 강요해야 하며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개발 제약사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노력·창의성이 들어간 백신의 개발 과정과 노하우를 개도국 제약사에 조건 없이 제공하고 권리도 포기하라는 주장은 터무니없이 들릴 것이 분명하다. 일반적인 경제논리상 있을 수 없기때문이다. 비용을 떠나 기업의 생명과도 같은 ‘혁신성’과 ‘창의성’에 국가가 인위적으로 제동을 거는 일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어서다. 성공적인 신약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기대할 수 없다면 신약 개발에 대한 동기 자체가 사라지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지적은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인류가 ‘죽느냐 사느냐’의 운명이 걸려 있는 한 국가의 문제만이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다. 미국과 유럽에서 집단면역이 달성된다 해도 인도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환자가 더욱더 늘어간다면 나라 간에 아예 장벽을 높이 쌓아놓고 산다고 한들 코로나19의 기세는 꺽을 수 없어 보인다. 백신 생산 능력이 있고 의료 보장 시스템이 흘륭한 부자 나라에서는 동네 약국에서도 백신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공적 의료보험조차 미비한 가난한 나라에서는 의약품에 대한 특허 보호와 이로 인한 비싼 의약품 가격은 곧바로 ‘삶과 죽음’의 문제가 된다.

백신 제조사를 가진 미국과 유럽의 이런 논쟁에 우리 정부가 할 일은 그저 관련 동향을 조심스럽게 예의주시해야 하는 처지라 안타깝지만 이럴 때일수록 국내 백신 개발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국내에서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들에 제공되는 지원금은 글로벌 제약사가 들인 비용에 비하면 ‘코 묻은 돈’ 수준이다. 임상조차도 국내에서 환자 유치 어려움으로 해외로 나가 해야 하는 판에 무슨 백신 개발을 기대한단 말인가. 한 개발업체는 백신 개발 성공 시 우리 정부와의 구매계약 대신 외국과 먼저 공급계약을 하기까지 했다. 백신의 안정적인 확보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또 다가올 새로운 전염병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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