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Read
  • 피플
  • [셰프열전]이희준 헤드셰프 “테판 요리사는 고객에게 공연을 선보이는 엔터테이너”
  • 2021.05.25.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테판’ 총괄
‘일식 철판요리’ 고정관념 깨…유럽 조리법 적용
‘소스 대가’ 최수근 교수 영향 소스·퓨레 강점
시원한 해장국 같은 ‘메로 빠삐요뜨’ 일품
이희준 그랜드 하얏트 서울 '테판' 레스토랑 헤드 셰프.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리얼푸드=신소연 기자]‘테판야끼’ 하면 글로벌 체인 레스토랑 ‘베니하니’와 같이 일본식 철판요리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지난 2016년 10월에 문을 연 레스토랑 ‘테판’의 요리는 일본식이라기 보다 유럽식에 가깝다. 철판에서 익힌 국내산 제철 재료에 유럽식 소스와 퓨레를 곁들여 내 한식에 유러피안을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처럼 레스토랑 ‘테판’이 테판야끼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장르의 음식을 두루 접해 본 이희준 헤드셰프가 이곳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셰프는 테판야끼가 다른 요리들과 달리 식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고객들의 눈 앞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이런 음식을 만드는 테판 셰프들은 보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엔터테이너’적인 자질이다. 그에게 테판은 소규모 공연장이고, 셰프는 그 공연장에서 음식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배우다. 더 직관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라면 화려한 불쇼도 거침없이 한다. 이 셰프는 “셰프는 레스토랑 방문 고객에게 감동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며 “음식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이 완벽하게 전달됐을 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준 헤드 셰프가 테판 위에서 식재료에 고도주를 뿌려 불을 붙이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이 셰프에게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를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바로 간장이다. 간장은 종류에 따라 향과 맛이 다르고, 숙성을 시킬수록 깊은 맛이 난다. 테판 메뉴를 구성할 때도 간장으로 맛을 낸 요리는 ‘백전불패(百戰不敗)’였다.

그가 간장에 소위 ‘꽂힌’ 이유는 어머니 덕이다. 대학 근처에서 작은 백반집을 하셨던 어머니는 직접 담그신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으로 간을 맞춘 국물 요리를 잘 하셨다. 프렌치 요리부터 뷔페식까지 두루 섭렵한 이 셰프이지만, 솜씨좋은 어머니 영향을 받다보니 그의 요리 베이스는 한식이다. 그는 “어릴 때 어머니가 야채와 소고기 뼈를 오래 끓여 간장과 청주로 간을 해 만들어주신 국물 면 요리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그 요리에서 영감을 받아 선보인 테판 요리 역시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자리한 레스토랑 '테판' 전경.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그는 또 테판 요리에 곁들여 내는 소스와 퓨레에도 일가견이 있다. 간장을 이용한 소스는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야채로 만든 퓨레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텍스쳐와 맛이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셰프가 소스에 신경쓰는 이유는 그의 요리 멘토인 최수근 조리박물관장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소스의 대가’로 불리는 최 관장은 이 셰프와 경희대에서 스승과 제자 관계로 인연을 맺었다. 그는 “대학 시절 교수님(최 관장)께 요리의 기술은 물론 사람들을 통솔하는 능력,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 등 셰프로서 가져야 할 자질을 많이 배웠다”며 “특히 사람에 대한 존중과 신뢰, 믿음이 주방에서 일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해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 셰프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요리는 바로 ‘메로 빠삐요뜨’다. 빠삐요뜨는 해산물이나 생선을 기름종이에 싸서 오븐으로 조리하는 요리인데, 테판에서는 이 요리가 오븐이 아닌 철판 위에서 익혀진다. 메로 빠삐요뜨는 특히 애주가들이 좋아한다. 다른 빠삐요뜨 요리와 달리 국물이 많아 해장국처럼 속을 단 번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용 특수 필름에 싸서 조리되는 메로 빠삐요뜨.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국물 많은 메로 빠삐요뜨는 사실 이 셰프의 실수로 태어났다. 어느 날 메로 빠삐요뜨를 만들기 위해 요리용 필름에 재료와 소스를 넣는데, 실수로 소스를 만드는 육수를 정량보다 더 많이 넣어버린 것이다. 이미 들어간 육수를 빼 내지 못해 그대로 철판 위해서 끓였는데, 고객의 반응은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며 오히려 만족해 했다. 그는 주방에서 다시 실패한 레시피대로 이 요리를 만들어 내부 테이스팅을 진행했고, 셰프들 역시 만족해 레시피를 바꾸게 됐다. 그는 “우연히 하게 된 실수 때문에 테판의 시그니처 메뉴인 메로 빠삐요뜨가 탄생하게 됐다”며 “이후 실수를 했다고 자책하기 보다 더 깊숙히 파고드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