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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프열전]정용재 총주방장, “피아니스트 꿈꾸던 청년, 중식을 예술로 승화”
  •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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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엘 부산 중식당 차오란 주방 책임
수준급 중국어 실력…양식에서 중식으로 전환
부산 토박이 “해산물 요리는 뭐든 자신 있어”
요리 멘토 어머니 “태풍 오기 전에 생선 사둬라”
시그니엘 부산에 위치한 중식당 '차오란'의 정용재 총주방장. [롯데호텔 제공]

[리얼푸드=신소연 기자]부산 해운대 시그니엘 부산 5층에 위치한 중식당 ‘차오란’은 다른 식당보다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많다. 차오란의 미식을 경험해 본 3040 고객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름기가 많다’ ‘육류 위주다’라는 중식의 선입견과 달리 해산물 위주의 광동식 요리가 주로 나오다 보니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먹기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평이다. 이같은 평가는 해산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부산 토박이 정용재 총주방장이 이곳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어 가능했다. 시그니엘 부산 오픈 1주년을 맞아 헤럴드경제가 정 총주방장을 직접 만났다.

정 총주방장은 사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음악도였다. 예술고교를 진학했지만, 당시 너무나 적은 남학생 정원 때문에 결국 외고 중국어과로 편입하면서 음악도의 꿈을 접었다.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다시 찾아왔는데, 바로 군 생활 때였다. 해군 소속으로 청와대 만찬에서 서빙을 하다 양식 담당 군무관 셰프를 만나 ‘요리’라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이에 전역 직후 그는 경주호텔학교에 입학해 양식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부산 해운대 소재 시그니엘 부산 5층에 있는 중식당 '차오란'. [롯데호텔 제공]

그가 중식을 접하게 된 것은 롯데호텔에 입사한 후의 일이다. 당시 롯데호텔과 자매결연 관계였던 대만 헐리웃 호텔 직원들이 현장 실습을 나왔는데, 그때 인사과장이었던 이동호 전 부산롯데호텔 대표가 그에게 중국어 통역을 시켰다. 학창 시절 배웠던 어학이 뜻밖에 입사 이후 도움이 됐던 셈이다. 그는 “당시 중식당 내 24명의 셰프가 모두 화교이다 보니 그들과 소통할 사람이 필요했다”며 “화교 셰프들과 대화하다 보니 중식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 들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그가 처음 중식을 배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업계를 꽉 잡고 있던 화교 출신 셰프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잘 알려주지 않은데다 텃세도 심하게 부렸기 때문이다. 이에 호텔 중식당 주방에서 1년 이상 근무하는 내국인이 거의 없었다. 그는 “당시 조리부장에게 출신 학교나 중국어 소통 여부 등을 동료들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하고, 중식당 주방에서 3년을 버텼다”며 “등 뒤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귀동냥으로 들었던 노하우 등을 화장실에서 몰래 정리하며 요리를 배웠다”고 말했다.

플레이팅을 하는 정용재 차오란 총주방장. [롯데호텔 제공]

그때 정 총주방장은 쉬는 날에는 무조건 비행기표를 끊어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 국가로 향했다. 유명 레스토랑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현지의 음식을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서다. 그가 처음 향했던 곳은 바로 대만. 우리 정부가 대만과의 교류를 끊지 않았다면 전역 후 유학을 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던, 하지만 그러지 못해 한이 맺힌 곳이다. 그는 “배낭 하나 들쳐메고 대만의 타이페이부터 카오슝까지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며 “대만 이후에는 중국 내 도시와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중국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국가와 도시를 많이 둘러봤다”고 말했다.

그의 요리 멘토는 그 누구도 아닌 어머니다. 그가 요리를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었던 것도 부산 지역에서 수십 년간 꼼장어 전문점을 하신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특히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이 지역의 특산물을 잘 알고 있어 정 총주방장이 중식당 차오란을 오픈하며 신메뉴를 개발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는 “처음 요리를 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의 반대가 심해 조리복과 색이 같은 흰 옷도 못입게 할 정도”라며 “2~3년 정도 내 얼굴을 보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요리사의 노고를 잘 이해해 생선을 살 시기까지 귀띔해 주신다”며 “어머니가 (생선 사라고) 말씀하시면 며칠 후 태풍이 오고 생선가격이 급등해 그 전에 생선을 사둔 나는 식재료 원가를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징어먹물, 새우 등 건강한 식재료로 맛을 낸, 차오란 대표 메뉴인 모듬딤섬 세트. [롯데호텔 제공]

그가 자신있게 다루는 식재료는 해산물이다. 부산에서 오래 산데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웬만한 해산물은 모두 다룰 수 있다. 여기에 홍콩에 있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중식 셰프과정을 수료하면서 광동식 해산물 요리에 눈을 떴다. 당시 중식에 잘 사용하지 않은 삭스핀, 랍스터 등을 활용한 신메뉴를 개발하기도 했다. 특히 요즘은 부산 지역의 특산물에 관심이 많다. 그는 “부산 지역의 특성상 신선한 제철 해산물을 싸게 구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셰프 데일리 메뉴’를 만들어 그날 신선한 해산물로 요리를 해 드렸더니 고객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 총주방장에게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지역 특산 제철 생선을 찾는 것이다. 도미나 우럭, 농어 등 자주 쓰는 생선 뿐 아니라 성대, 열기, 쏨뱅이 등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식재료는 이곳에서 오래 살지 않고선 잘 알기 어렵다. 그는 “현지 제철 식재료를 파악하고자 주말마다 시장을 돌아본다”며 “지난 달에는 포항 죽도시장에 갔더니 아귀가 다섯 마리에 만원일 정도로 너무 쌌는데 맛은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부산 호텔은 신선한 해산물을 구하기 쉬운데도 직접 받지 않고, 서울 본사를 통해 납품받는다”며 “비용 관리를 위한 경영상 이유 때문이긴 하지만, 셰프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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