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Read
  • 피플
  • “동물복지, 결국 사람에게도 좋은 일”…풀무원 이정주 PM· 김기현 연구원
  • 2021.06.09.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동물복지, 계란 살충제 파동과 코로나19 이후 관심 더욱 높아져
-김기현 풀무원기술원 책임연구원 “행복하게 자란 가축은 보다 건강”
-이정주 풀무원 식품마케팅 PM “동물복지 제품 출시로 건강한 메시지 전달”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거꾸로 생각하면 쉽다. 한 평생 건강한 몸으로 행복하게 산 다음, 고통없이 죽는다면 누군가에게 먹이로 제공돼도 덜 불행하다. 나에게도 그에게도 보다 이익이 될 수 있다. 동물복지는 이런 것이다.

“동물복지는 그 고기와 계란을 소비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 “다만 소비자는 자세한 축산 현장을 모를 뿐이다” 풀무원의 이정주 식품마케팅 프로덕트 매니저(PM)와 김기현 풀무원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이같이 말했다. 이전보다 관심은 높아졌으나 사실 동물복지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마치 채식이 처음 언급되기 시작했을 때처럼 말이다. 풀무원 내 시장 전문가와 수의사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복지에 대한 시선을 다시 짚어봤다.

동물복지 인증 농가[풀무원 제공]

어차피 잡아먹는 가축, 동물복지는 왜 필요할까

서울 강남구 풀무원 본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동물복지 전문가이다. 이정주 매니저는 현업 경력 13년차로, 풀무원 가공계란에 이어 냉동계육 가공분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풀무원기술원의 김기현 연구원은 경기도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가금농장 질병 진단과 산란계 농가 살충제 모니터링 등을 담당했던 수의사이다. 김기현 연구원에게 ‘동물복지도 결국 잡아먹는다는 측면에서 일반 가축과 다르지 않냐’는 일부 사람들의 궁금증을 먼저 물었다.

“채식과 비교하자면 동물의 희생을 요구하므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채식을 할 수 없다면 보다 올바르게 생산된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일반 사육과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동물복지 인증 농가의 가축들은 보다 넓은 공간에서 자라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도축되므로 도축과정에서의 부상과 공포감이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동물복지가 실제로 동물에게 행복을 준다는 사실이 백혈구 수치 등의 과학적 방법을 통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풀무원기술원 책임연구원[풀무원 제공]

행복한 가축은 더 건강하다

그렇다면 행복한 가축은 더 건강할까. 김 연구원의 대답은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된다”였다.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에 일반 사육보다 면역력 수치가 높아 질병 위험이 낮아집니다. 반면 공장식 사육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해야하는 일이 많습니다. 배설물 가스에 노출되어 발생되는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등을 주입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밀집된 공간이 원인이다. 바이러스도 금방 퍼진다. 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은 7일 이내 축사 전체로 퍼진다고 했다. 살충제도 마찬가지다. 그는 “간지러운 진드기는 닭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털어낼 수 있지만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면 사람이 살충제를 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정주 풀무원 식품마케팅 PM. 그는 “동물복지가 동물을 보호한다는 개념에서 그치기 쉽지만 최종적으로 그 고기와 계란을 소비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풀무원 제공] 

이정주 매니저는 지난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을 통해 동물복지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동물보호 개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는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라는 개념으로의 전환이다. 열악한 환경의 동물에서 시작된 질병이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축산연구소는 전염병 감염에 취약한 집약적 축산은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시대에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이미 서유럽은 지난 2012년 모든 계란을 동물복지로 생산해야 한다는 법이 제정됐다.

아직 쉽지 않은 생산, “그래도 메시지는 필요”

국내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소, 돼지, 닭, 오리를 대상으로 식용란(계란)과 신선육 등 가공을 거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만 동물복지 인증을 인정하고 있다. 이정주 매니저는 “동물복지 가공 제품 시장은 축산 선진국인 서유럽과 비교해 관련 규정이 아직 세부적이지 않으며, 비싼 원료에 소비자 인식도 낮아 출시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풀무원이 최근 ‘동물복지 치킨너겟’을 내놓은 이유를 물었다. 이 매니저는 “치킨 너겟은 어린이 반찬으로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아이 건강을 신경쓰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동물복지 개념을 전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농가 수도 적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동물복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유통 판로가 부족하기 때문에 관련 농가수가 늘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물복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풀무원의 선언은 관련 농가 측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까다로운 검사를 받는 수고가 더해졌다. 풀무원이 직접 농가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매달 농가에서 계란이나 사료, 분변 등을 수거해 500여 종의 성분을 검사한다”고 했다. 정부가 인증한 동물복지 농가임에도 자체 검사를 따로한다는 사실이 놀라워 재차 묻자 간단명료한 답변이 돌아왔다. “풀무원의 엄격한 식품관리기준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만든 제품의 수요는 어느 정도일까. 이 매니저는 “‘동물복지 치킨너겟’처럼 당장 수요가 적은 상품이라도 공급을 점차 늘려나가면 보다 세부적인 법 기준 마련과 소비자 인식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누군가는 ‘좋은 제품이 많아지기 위해서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 선택이 중요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소비자, 정부보다 한 발 앞서 제품 출시로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는 것 또한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다. 우선은 제품이 있어야 소비자도 선택할 수 있다.

gorgeous@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