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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유럽에서 먹는 ‘달콤’ 한국 빵, 국내 트렌드는 ‘유럽빵’
  • 2021.06.14.
-해외 진출한 국내 대표 베이커리업체, 코로나19에도 매출 증진
-간식으로 먹는 한국 빵, 다양한 품목과 화려한 비주얼로 주목 끌어
-국내에선 한 끼 대신하는 담백한 ‘식사빵’ 유행
-편의점도 뛰어들며 프리미엄급 식사빵 내놓아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달콤한 한국식 빵을 ‘간식’으로 사먹기 시작한 미국·유럽인들과 반대로 국내에서는 담백한 유럽빵을 한 끼 ‘식사’로 먹는 가정이 늘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표 베이커리업체의 성과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이후 달라진 식문화에 따른 결과이다.

300여 종의 다(多)제품·앙증맞은 비주얼…한국 베이커리의 매력

한국인은 우리나라 빵 기술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밥’을 먹어온 한국인이 ‘빵’을 먹는 서구권을 이길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제빵기술은 우리의 생각보다 뛰어나다. 국내 최대 규모 제과제빵 아카데미인 ‘리치몬드 제과기술학원’을 맡고 있는 권형준 '리치몬드' 대표는 “빵에 대한 우리나라 소비자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려는 제조 기술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며 “인절미 빵 등 한국 특징을 잘 살린 빵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국식 빵의 특징은 빵 안에 여러 식재료를 넣으면서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는 것이다. 주식이 아닌 간식으로 먹기 때문에 보다 달콤하고 부드럽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영상에서 한 미국 여성은 “미국 베이커리에 비해 한국 빵은 종류가 다양하고 루돌프, 꽃 모양 등 앙증맞은 케이크들이 많다”라는 반응을, 한국 고구마케이크를 먹어본 한 미국 남성은 “이런 맛은 처음이다. 미국 케이크처럼 무겁지 않아서 디저트로 먹기 좋다”고 말한다.

 

뚜레쥬르 미국 브루클린 매장 내 진열된 빵과 외관 모습[CJ푸드빌 제공]

현지인의 반응에 힘입어 국내 대표 베이커리업체들은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오봉팽’, ‘파네라 브레드’, ‘프레따망제’ 등 유명한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푸드빌의 경우 지난 2018년 해외 법인 중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곳이 뚜레쥬르 미국 법인이다.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64개 점포를 가지고 있다. 단팥빵, 김치 고로케 등 한국식 빵들이 진열된 매장에는 현지인들이 북적거린다. 300 여 개에 달하는 품목수는 타국의 경쟁 베이커리 브랜드 품목수의 2~3 배 되는 수치다. 푸드빌 관계자는 “서양식 빵과는 달리 부드럽고 달콤한 맛, 김치·마늘·쌀 등 한국적 재료를 가미한 점 등이 호기심을 자극해 수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생크림 케이크와 조각 케이크는 미국의 대형 케이크나 버터 케이크 위주의 시장에서 화려한 비주얼, 촉촉하게 녹는 맛을 통한 차별화로 현지인을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뚜레쥬르는 미국을 비롯한 6개국에 280여 개 매장이 있으며,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미국 맨해튼 렉싱턴점 외관 모습[SPC 그룹 제공]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또한 지난 2013년부터 뉴욕 맨해튼 주류시장 상권인 타임스스퀘어, 미드타운 등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미 전역의 매장을 200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최근에는 배달 비중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비교적 배달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미국, 프랑스에서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4~5%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지 업체와의 차별화 마케팅으로는 “300 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으로 ‘선택의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429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편의점도 가세…코로나 이후 확산된 국내 ‘식사빵’ 트렌드
뚜레쥬르 ‘고소함이톡톡곡물식빵’ [뚜레쥬르 제공]

달콤한 한국식 빵 맛에 스며든 미국·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담백한 빵을 한 끼로 먹는 ‘빵식(食)’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확산후 삼시세끼 밥을 해먹는 부담감을 덜어버리고 밥 대신 선택한 빵이 ‘식사빵’ 이기 때문이다. 이는 식빵이나 곡물빵, 치아바타. 깜빠뉴처럼 안에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유럽 빵’, 즉 서구권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던 빵이다. 생크림식빵, 통우유식빵 등 SNS에서 ‘핫’한 식빵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뚜레쥬르는 지난해 식사빵 매출이 제품별로 25%에서 많게는 30%까지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제공]

‘홈베이커리’의 유행도 영향을 미쳤다. 가정에서 직접 식빵 등을 만들어 먹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편의점 또한 식사빵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주로 달콤한 빵이 진열돼있던 편의점이었지만 최근에는 앞다투어 식사빵을 내놓는 추세이다. ‘슬세권’ 문화(슬리퍼를 신고 나갈 정도로 짧은 거리를 주무대로 삼은 일상)가 확산되면서 가까운 편의점에서도 식사빵을 구입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해 식빵 매출은 전년 대비 146% 신장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코로나19상황에서 식빵은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한 끼 식사로 활용할 수 있어 주거지 상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세븐일레븐과 CU, GS25 편의점은 베이커리 브랜드를 론칭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삼시세끼=밥’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춰 한 끼를 먹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식사빵’ 트렌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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