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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프열전]조성호 셰프 “메모는 나의 힘…고객들이 나의 멘토”
  •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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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총주방장
맛에 민감한 건축학도, 요리에 ‘입문’
최고의 식재료 찾아 전국 순회가 ‘일상’
쇠고기는 최고의 식재료…브루기뇽·스테이크
새로운 도전…‘뱅커스클럽 바이 반얀트리’ 오픈
조성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총주방장.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제공]

[리얼푸드=신소연 기자]“회원 전용 레스토랑은 방문 고객이 일정하기 때문에 다른 레스토랑과 달리 익숙하지만, 늘 새로운 메뉴가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요리도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나만의 경험이나 가치관, 독창성 등으로 변주를 주게 된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는 회원들과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클럽동 5층에 위치한 ‘클럽 멤버스’다. 방문 고객들이 일정하면서도 방문 횟수가 상대적으로 잦다보니 다른 파인 다이닝보다 메뉴 종류가 많다. 같은 한식 메뉴라도 계절별, 주제별로 다른 음식들이 나온다. 이곳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조성호 총주방장이 한 ‘고민의 결과물’인 셈이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내 클럽동 5층에 위치한 '클럽 멤버스' 레스토랑 내부.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제공]

학창 시절 조 총주방장의 꿈은 건축가였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볼 때마다 그는 ‘언젠간 내 손으로 이렇게 멋진 건물을 짓고 싶다’고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대입 시험에서 예상 외의 결과로 건축학과에 입학을 하지 못했다. 당시 좌절에 빠진 그에게 주변 어른들이 추천한 진로는 의외로 ‘셰프’였다. 어려서부터 맛에 예민한데다 요리를 즐겨하고, 미적 감각이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해서다. 그 역시 요리가 건축처럼 예술적으로 무언가 창조하는, 결이 비슷한 작업이라고 생각해 건축학 대신 외식경영학을 선택했다.

이같은 성장 배경 덕에 그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적극적인 편이다. 특히 W호텔 서울에서 조리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국내 최초로 패션 디자이너 계한희씨와 콜라보 한 ‘고메 꾸띄르’ 디너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디자이너 특유의 색깔과 철학을 스타일리쉬한 음식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은 조 총주방장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계 디자이너의 대표 컬러와 ‘벌’ 프린트를 모티브로 한 ‘제주 갯가재&메로’, 강력한 그녀의 매력을 표현한 메인 메뉴인 ‘프라임 쇠고기& 브루쉘 스프라웃’은 조 총주방장 내면의 독창성을 인정받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조성호 총주방장이 요리를 플레이팅하고 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제공]

그는 요리를 할 때 마다 ‘기본에 충실하되 늘 변화하자’고 다짐한다. 음악에도 박자, 음계 등 다양한 변화로 탄생한 변주곡이 있듯 요리도 셰프의 철학과 경험에 따라 변주가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음식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메뉴는 올해부터 시작한 ‘팔도미식’이다. 한식 반상 콘셉트의 이 메뉴는 한식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매달 각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해 새롭게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그간 선보인 팔도미식 경기도편, 강원도편, 제주도편 등은 회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는 “매달 팔도미식으로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자 회원들이 다음 메뉴를 궁금해하며 기다리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조 총주방장이 메뉴를 개발할 때 영감을 얻는 곳은 바로 계절의 변화다. 직장이 남산에 위치해 있다보니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히 관찰하기가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좋은 아이디어나 영감은 언제 어디에서 떠오를 줄 모르는 탓에 그의 유니폼 주머니엔 늘 메모지와 볼펜이 들어있다. 그는 “메모를 할 때 음식 아이디어 외에 그때의 기분도 적어둔다”며 “메모했던 내용은 반드시 테스트용 요리로 만들고, 동료 셰프들과 요리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말했다.

조성호 총주방장이 자신있게 다루는 식재료는 쇠고기다. 사진은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의 스테이크 메뉴.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제공]

그 역시 다른 셰프들처럼 식재료를 고를 때 가장 우선 순위에 두는 기준은 ‘신선도’다. 주방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그날 아침에 들어온 식자재의 신선도다. 좋은 식재료를 위해서라면 전국 팔도 어디든 갈 준비도 돼 있다. 실제로 매년 딸기 뷔페를 준비할 때면 당도가 높은 딸기 품종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올해는 그가 발품을 팔아 찾아낸 전남 담양군 와우리의 ‘와우 딸기’를 사용했다. 그는 “훌륭한 맛을 내는 특별한 레시피와 노하우 만으로는 결코 좋은 맛을 낼 수 없다”며 “요리에 가장 기본이 되는 신선한 식재료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있게 다루는 식재료는 바로 쇠고기다. 쇠고기는 숙성 과정인 ‘에이징’이나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마리네이드’ 등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식재료다. 이와 함께 여러 조리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어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특히 비프 브루기뇽(스튜)이나 스테이크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빠른 교통수단과 패스트푸드 등 여러 분야에서 ‘빠름’을 추구해왔지만, 요리에서 만큼은 빠름과 조급함의 딜레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여유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팔도미식 제주도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제공]

조 총주방장은 올해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회원 고객들을 넘어 일반 고객을 위한 외부 다이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 그는 내달 5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 ‘뱅커스 클럽 바이 반얀트리’ 오픈을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반얀트리 서울의 운영 노하우를 반영해 중후한 공간을 구성하는 한편, 방문 고객에 맞는 한식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도 안정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새로운 맛을 전하는 셰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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