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GO GREEN
  • ‘탄소잡는’ 재생농업, 식품의 영양가도 높을까
  • 2022.04.06.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지속가능한 식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 또는 재생 유기농법(Regenerative Organic agriculture)이 각광을 받는 새로운 농업형태로 떠올랐다. ‘재생 유기농업’은 유기농업에서 한층 발전한 단계로, 토양 건강과 동물복지 등 상세 기준이 추가된 전 세계 유기 농업의 최고 표준이다.

이는 토양의 건강 개선을 최우선으로 한 방식으로, 생태학적 접근을 통해 토양 생물의 다양성을 늘리고, 대기중 탄소를 잡아두는 흙의 탄소 저장 능력을 되살린다. 땅에서 영양분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땅을 치유하는 방식인 셈이다.

재생농업은 리서치업체 테이스트와이즈(Tastewise)를 비롯해 다양한 기관 및 매체에서 ’2022년 식품 트렌드’로 선정할 만큼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물론 초점은 기후위기 해결과 지속가능한 식량의 공급이다. 최근에는 재생농업으로 키운 식품의 영양소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 과학저널 피어제이(PeerJ, 2022)에 발표된 워싱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농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재생 농업으로 재배한 식품은 영양소 함량이 일반 식품보다 더욱 높게 나타났다. 특히 10년에 걸쳐 장기간 재생 농업 방식을 실행한 농장의 경우, 재배 식품에서 더 많은 비타민과 미네랄 및 식물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해당 농장의 토양은 인근의 전통 농장의 토양보다 더 많은 영양분을 가지고 있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기존 방식으로 재배된 육류보다 오메가-3 지방산 수치가 더 높았다. 재생 농업은 토양 속 미생물을 다양하게 만들어 흙의 건강을 개선하기 때문에 식물을 더욱 영양가 있게 키워낸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화학 집약적 농업은 토양의 생물학을 간과한 방식”이라며 “만성 질환과 관련된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 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재배하느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수십년 동안 더 많은 작물을 집약적으로 생산할 경우, 식품의 영양밀도가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지난 1950년과 1999년 사이 미국 농무부(USD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통 집약적 농업에서 생산된 작물의 인, 철, 칼슘, 단백질, 리보플라빈 함량이 9%에서 최대 38%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토양 과학자 크리스틴존스(Christine Jones)은 오늘날 전통적으로 재배되는 농산물의 낮은 영양 상태는 “영양소 흡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생물학적 토양에서 비롯된다”고 말한 바 있다. 유기농을 연구해온 미국의 로데일 연구소(Rodale Institute) 또한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토양의 건강 개선을 통해 많은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토양의 생물 다양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기후 위기 및 개인의 건강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생농업은 인류의 식량 위기 측면에서도 언급된다. 비영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인구가 오는 2050년에는 100억 명에 육박할 것이며, 모든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 농업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식품 기업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세계 최대 식품 기업인 제너럴밀스(General Mills)를 비롯해 호멜푸드(Hormel Foods), 다논 노스아메리카(Danone North America) 등의 유명 식품 업체들도 재생농업에 자본을 투입하며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에 집중할 것을 선언했다.

 

이상민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연구관은 “재생농업이나 유기농업 등 토양을 보호하고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농업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꽤 많은 예산을 투입해 관련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농업의 경우, 비료나 농약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되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는 농업에서는 배출량 자체를 줄일 수 있으며, 이와 동시에 퇴비 등의 유기자원으로 토양을 관리하면서 토양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가둬둘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즉 토양의 건강을 고려하는 농업방식은 “탄소를 이중으로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gorgeous@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