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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5대 밭작물 먹으러 하영들 옵서~”…‘제주 밭한끼 캠페인’ 체험기
  • 2022.12.01.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일환
‘제주 5대 밭작물’ 가치 알리기 위해 기획
무·메밀·브로콜리·당근·양배추가 ‘주인공’
밭담 투어·밭작물 도시락 만들기 등 체험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흑돼지, 갈치, 옥돔…. 흔히 제주 여행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이다. 하지만 제주 땅을 밟고 선다면, 먹어봐야 할 진짜 제주의 맛은 따로 있다. 바로 제주 땅이 키워낸 ‘밭작물’의 맛이다. 제주 옥돔국도 무가 맛있어야 제맛을 내듯이 밭작물은 제주 음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제주는 우리나라 밭작물의 주산지다. 우리가 흑돼지와 생선류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그동안 쉽게 놓쳐버렸던 대목이다. 제주의 5대 밭작물로는 무·메밀·브로콜리·당근·양배추가 꼽힌다.

올해 11월부터는 제주 밭작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제주 밭한끼 캠페인’도 시작됐다.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의 일환인 이 캠페인은 제주도민과 여행객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제주 밭작물의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만나본 밭작물들은 기존의 ‘조연’ 역할 대신 메인 요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새롭고 만족스러운 한끼를 내어줬다.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은 제주 5대 밭작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제주밭한끼 캠페인’을 시작했다.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 제공]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된 제주 밭담…밭작물 지키고 길러내

제주 5대 밭작물은 예상외로 전국 생산량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메밀은 전국 생산량이 1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의 메밀 생산량은 지난 10년 간(2016년 제외) 전국 생산량 1위를 기록했다. 제주 무의 경우, 제주 농작물 중 감귤에 이은 제2의 소득작물로, 전국 생산량의 30% 내외를 점유하며, 제주 양배추 역시 30%~40%를 차지한다.(농협제주지역본부 보고서 2020, 제주도청 농축산업현황 2018).

이러한 생산량은 제주 밭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민들이 까만 돌로 쌓아올린 밭담은 바람으로부터 작물을 지키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제주 밭담 농업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으로 인정받아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도 등재됐다.

제주 밭담 안에 심어진 밭작물(왼쪽), 제주 밭에서 뽑은 당근(오른쪽) [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최근 다녀온 이 캠페인의 시작은 이러한 밭담을 돌아보는 제주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의 밭담 투어였다. 제주 전역의 밭담은 중국 만리장성보다 긴 길이(약 2만 2000㎞)를 자랑할 정도로 끝없이 늘어서 있었으며, 그 안에는 밭작물들이 심어져 있었다. 밭담 투어를 진행한 현경애 귀덕리 사무장은 “화산섬인 제주는 물빠짐이 잘 되기 때문에 밭작물 생산에 최적화된 환경을 가졌다”고 말했다.

밭담이 키워낸 밭작물로 나만의 한 끼 도시락도 만들었다. 샘표 우리맛 연구팀이 이끄는 ‘제주 채소 도시락 만들기’ 프로그램에서는 ‘양배추 꼬마 김밥’과 ‘브로콜리 유부초밥’을 직접 요리하고 맛볼 수 있었다.

핫한 제주 당근, 제주 잎·새로운 조리법 활용
제주 당근으로 만든 ‘당근 라페’(왼쪽), 제주 밭작물 한 끼 도시락(오른쪽)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 제공]

다음 주인공은 최근 핫한 식재료로 위상이 높아진 당근이었다. 유명한 ‘구좌 당근’의 고향, 제주 구좌읍 평대리에서는 당근 밭투어가 진행됐다. 땅에서 뽑은 당근의 흙을 툭툭 털어내며, 선명한 주황빛과 매끈한 모양새를 눈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이다. 당근 요리로는 유행으로 번진 ‘당근 라페(프랑스식 당근 피클)’와 ‘당근 뢰스티(스위스식 당근전)’가 선보여졌다. 익숙한 당근 맛 대신, 새콤하거나 바삭하게 즐기는 트렌디한 요리다.

이어진 당근 토크쇼에서는 새로운 요리법도 소개됐다. 샘표 우리맛 연구팀의 안형균 연구원은 “믹서기로 당근을 갈은 후 여기에 카레를 넣으면 색다른 카레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부석희 평대 마을 해설가는 “당근 잎은 대부분 버려지게 되지만, 부드럽고 상큼한 맛을 지녔다”며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샐러드 또는 볶아서 먹어도 맛있다”고 했다.

제주 5대 밭작물로 만드는 바비큐 [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저녁에는 김영빈 요리연구가의 밭작물 바비큐파티도 열렸다. 꼬치에 끼워진 브로콜리와 무, 당근, 양배추가 삼겹살 대신 그릴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당근이 이렇게 달았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구운 당근은 단 맛이 강했다. 김영빈 요리연구가는 “겨울에 제주 밭에서 딴 브로콜리와 당근을 우적우적 씹어보면, 제철 식재료 맛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메밀칩·무즙 반죽의 면 요리…파인다이닝 코스로
파인다이닝 코스로 나온 메밀칩(왼쪽), ‘애월 무로 만든 구면’ 요리(오른쪽) [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한 끼 도시락에서 소소한 매력을 뽐냈던 제주 밭작물이 파인다이닝(고급 식당)에서는 화려하게 변신했다. 제주 ‘넘은 봄’ 레스토랑의 강병욱 셰프는 바삭한 메밀칩부터 브로콜리 크로켓, 오븐에서 찐 양배추 등 6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애월 무로 만든 구면’ 요리에서는 조선시대 음식백과사전 ‘정조지’에 나오는 무 반죽법(구면)도 사용됐다. 이는 밀가루 반죽시 찐 무를 갈아서 넣는 방법으로, 밀가루 소화를 돕는 역할도 한다.

이재근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장은 “제주 밭작물이 철마다 많이 생산되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제주 밭작물만의 풍미와 활용법 등을 전하면서 5대 밭작물의 인식과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레시피를 개발하고, 지역별 밭작물 판매 매장의 오픈도 계획중”이라고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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