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디자인된 컵홀더, 재활용 어려워
환경단체, 무분별한 사용 자제해야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은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소비를 줄여야 하는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반면 일회용컵에 항상 따라오는 종이 컵홀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낮은 편이다. 잠시만 사용된 후 그대로 버려지는 종이 컵홀더는 해마다 커피전문점에서 많은 양이 소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는 문화가 강조됨에 따라 컵홀더 사용을 ‘당연한 소비’로 여겼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30대 양 모씨는 “컵홀더를 씌우지 않으면 아이스커피의 물방울이 흘러내려서 잡기 불편하고, 뜨거운 것을 잘 못잡는 이들은 커피를 손에 쥐기 힘들다”고 말했다. 양 모 씨의 경우처럼 컵홀더는 음료를 쉽고 안전하게 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에서는 컵홀더로 불리지만 영어 명칭은 슬리브(sleeves)로, 컵에 종이를 덧 씌운 것을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회용컵과 세트로 종이 컵홀더가 항상 사용되기 때문에 국내 소비량이 높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커피를 유난히 사랑하는 나라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2018)에 따르면 한국 성인은 1인 당 연간 353잔의 커피를 마신다. 이는 유럽인보다 더 많은 양이며, 세계 평균의 약 3배이다. 컵 홀더를 매일 사용한다면 일년에 350개가 넘는 컵홀더가 버려지는 셈이다. 이는 다른 식품보다 커피의 소비 빈도가 높기 때문에 컵홀더의 문제 또한 지나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너무 뜨거운 커피가 아니라면 매번 컵 홀더를 습관처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너무 뜨거운 커피는 암 유발 가능성이 있어 몸에 해롭다. (세계보건기구는 65도 이상 뜨거운 커피를 암 유발 가능성이 높은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40대 직장인 권 모씨는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커피라면 컵홀더를 끼우지 않더라도 괜찮다. 나무가 베어진다고 생각하면 아주 잠시만 사용하고 버리는 컵홀더를 습관적으로 끼우는 행동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텀블러나 다회용(플라스틱 또는 천)으로 만들어진 컵홀더 사용을 늘리자는 의견도 있다. 20대 학생인 서 모 씨는 “평소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다보니 일회용컵 뿐 아니라 컵홀더까지 사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소비가 줄어들면서 컵홀더 역시 사용량이 감소된 사례도 있다. 최근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재활용이 가능한 다회용 컵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용후 무인반납기에 넣으면 보증금이 반환되는 방식이다. 다회용 컵 도입 이후 컵홀더의 소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월 6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서울 12개 에코 매장을 조사한 결과, 컵홀더 사용량은 시행 한달 전보다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컵홀더 사용에 대한 논란은 그 대상이 소비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컵 홀더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목적, 바로 커피전문점들의 ‘컵 마케팅’이 있다. 로고 사용은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도 컵홀더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소비자의 이목을 빼앗는다.
하지만 일회용컵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이 된 컵홀더 역시 재활용이 쉬지 않다. 또한 남겨진 음료와 함께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컵홀더에 이물질이 묻는 것도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회용컵에도 로고가 있는만큼 컵홀더에는 디자인을 빼도 될 것 같다”라는 의견이나 “재생지를 활용한 컵홀더 제작의 확대”를 제기한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 부장은 “컵홀더는 재활용도 쉽지 않기 때문에 커피전문점에서는 진열대에 자유롭게 배치해 두거나 아예 컵에 끼운 상태로 전달할 것이 아니라 ‘원하는 소비자’에게만 제공하도록 서비스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갑거나 뜨거운 커피가 직접 손에 닿는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느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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