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123RF]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한국 떡볶이의 인기가 아시아와 미국을 넘어 유럽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이 최근 발간한 ‘유럽 시장 내 떡볶이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떡볶이 시장은 지난 3년 동안(2019~ 2022년) 북미에서도 제품 수가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유럽으로도 확산되는 중이다. 유럽 내 떡볶이는 여전히 틈새시장이지만, 높은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유럽에서 판매중인 떡볶이용떡과 간편식 컵떡볶이 [aT·CJ제일제당·영풍 제공]

특히 떡볶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보고서는 영국에서 한식당을 찾는 현지인은 일식당 보다 적으나, 한식은 젊고 모험심이 강한 Z세대에게 훨씬 더 인기있다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럽지사도 떡볶이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최주희 aT 파리지사 과장은 “떡볶이의 인기로 파리 한식당에서도 대부분 떡볶이를 판매한다”며 “프랑스 내 대형 에스닉(Ethnic·다민족) 유통매장에는 아예 떡볶이 매대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마트에서 고추장, 떡, 오뎅을 사서 떡볶이를 직접 만들어 먹는 현지인이 부쩍 많아졌다”며 “까르푸(Carrefour)나 오샹(Auchan) 등의 마트에서도 한국산 ‘컵떡볶이’와 함께 ‘떡볶이용 떡’도 잘 팔린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업체 중에는 전 세계 60개국에 '요뽀끼'를 수출하는 영풍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박진수 영풍 글로벌영업팀 매니저는 “현재 12개의 유럽 국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유럽은 빠르게 수출이 늘어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시장에 뛰어든 대상 오푸드에 이어 CJ제일제당도 11월 ‘비비고 떡볶이’를 영국에 출시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K-푸드 불모지’라 여겨졌던 유럽이 최근에는 떡볶이 등 K-스트리트 푸드(길거리 음식) 트렌드가 번지고 있다”며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수출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상 오푸드의 '로제 떡볶이소스(왼쪽)’와 ‘뇨끼떡볶이’ [대상 제공]

그동안 떡볶이의 ‘매운맛’과 ‘쫄깃한 식감’은 유럽 시장의 걸림돌로 지목돼왔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런 성향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주희 과장은 “유럽인은 쫄깃한 식감을 싫어한다는 통념이 강했으나, 현재는 식감에 대한 불만 보다 떡볶이 맛에 더 큰 호감을 보이는 MZ세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피시케이크(fishcake)로 번역되는 떡볶이 속 오뎅 또한 “유럽에선 낯선 식재료지만, 이전과 달리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매운맛 역시 글로벌 열풍이 일면서 유럽에서도 매운맛 스낵이나 라면 등의 상품이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민텔 보고서는 유럽인에게 떡볶이가 상당히 매울 수 있고, 이는 한식에 도전하는 소비자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한식 특징은 살리면서 유럽 입맛에 맞춘 상품이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 사례로는 떡볶이에 크림을 섞어 매운맛을 줄인 오푸드의 ‘로제 떡볶이 소스’를 언급했다.

현지 식재료의 활용도 방법이다. 보고서는 유럽 시장에 진출한 오푸드의 ‘뇨끼 떡볶이(Gnocchi Bokki)’도 소개했다. 생소할 수 있는 떡의 식감을 덜기 위해 이탈리아 뇨끼(파스타 일종)를 활용한 제품이다. 쌀떡과 감자를 혼합한 뇨끼떡은 떡볶이 떡보다 식감이 부드럽다.

이규민 경희대학교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한식의 발전은 전통 음식의 보존과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함께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엔 서양인이 떡볶이 식감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떡볶이 산업 육성방안이나 떡볶이 연구소 설립 등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현재는 K-콘텐츠 영향으로 떡볶이를 먹어보려는 MZ세대들이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aT 통계에 따르면 떡볶이 등의 인기에 힘입어 떡류(쌀가루 조제식품)의 유럽 수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떡류의 대(對)유럽 수출량은 지난 2021년 2093t(톤)에서 2023년에는 3312t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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