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빵·파스타·피자 등도 지양
동물보호 의미로 푸아그라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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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영국 왕실이 먹는 식단은 일반인에게 호기심을 일으킨다. 전 세계 미식을 맛보는 동시에 까다로운 전문 영양사와 요리사를 곁에 뒀기 때문이다. 왕실 일가는 평소 어떤 음식을 자주 먹고, 또 먹지 않을까.
영국 BBC방송,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가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왕실에서는 마늘을 먹지 않는다.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왕실에선 금지 대상이다. 특히 마늘은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생전에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던 식품이다.
왕실 일가는 고위급 인사를 비롯해 전 세계 대중과 접촉한다. 중요한 만남에서 마늘로 인한 입냄새 결례를 철저히 막으려는 의도다. 실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셰프였던 존 히긴스(John Higgins)는 “버킹엄 궁전에서는 마늘을 사용한 요리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고 현지 매체 내셔널 포스트를 통해 밝혔다. 양파 역시 같은 이유로 궁중에서 보기 어려운 식재료다.
조개류나 게, 새우 등을 포함한 해산물 역시 상황에 따라 제한된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전 집사였던 그랜트 해롤드(Grant Harrold)는 “우리는 왕실 일가가 공무를 수행할 때나 외출 시 식중독에 걸리지 않도록 항상 대비하고 있다”며 “해외 여행 중에는 해산물 섭취를 더 주의한다”고 전했다.
특히 굴은 변질이 쉬워 왕실이 피하는 해산물 목록 1순위다. 수많은 사진이 찍히는 공개석상에서 왕족이 먹기 쉬운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중독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 기품 있는 모습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프랑스의 별미로 유명한 푸아그라(Foie gras·거위 간 요리)도 마찬가지다.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영국 왕실은 동물복지단체 페타에 보낸 서한을 통해 왕궁에서 푸아그라 메뉴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오래전부터 푸아그라 요리를 반대했다. 거위에게 강제로 사료를 먹여 간을 살찌우게 한 다음, 이를 요리로 만드는 푸아그라를 ‘비윤리적’이라는 시선이 많아서다. 지난해에는 영국 왕실에 이어 네덜란드 왕실도 푸아그라 요리를 퇴출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공개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전 가족사진 [@KensingtonRoyal 트위터 캡처] |
빵과 파스타, 피자도 선호하지 않는 음식이다. 왕실 요리사 대런 맥그레이디(Darren McGrady)는 텔레그래프를 통해 “궁에서 지내는 지난 11년 동안 우리는 피자를 만들지 않았다”며 “고인이 된 여왕은 특히 저녁 시간에 피자, 빵, 파스타가 없는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여왕은 신선한 샐러드를 선호했다”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제철 과일을 좋아했다. 제철 과일에 대한 지식도 상당했다. 그만큼 제철 과일을 고르는 방식도 까다롭다고 알려졌다. 여왕이 가장 좋아했던 제철 과일은 딸기였다. 망고와 복숭아도 자주 즐겼다.
견과류 중에서는 캐슈넛을 매우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견과류에 비해 부드러운 질감으로 소화가 잘된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왕실 식단은 대체로 입이 좋아하는 음식보다 자연의 건강을 고려한 ‘기후 식단’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 배출량을 보다 줄일 수 있는 식단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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