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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회가 ‘Six Times’? 황당한 한식 표기, 싹 고친다
  • 2023.08.16.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한식당의 메뉴판에서 ‘여섯 번’이라는 뜻의 표기가 등장한다. 국내외 한식당에 적힌 이 음식은 숫자와 전혀 관련이 없다. 쫄깃한 식감에 시원한 배맛이 일품인, 그저 맛있기만한 ‘육회’다. 한식 표기 오역의 대표적인 사례다.

육회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파오차이(김치)’부터 ‘Six Times(육회)’·‘Bear Soup(곰탕)’까지…황당한 한식 표기

육회의 황당한 오역 표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돼지주물럭은 마사지가 나오는 ‘Massage Pork’로, 훈제오리는 ‘Smoking Duck’, 곰탕은 예상대로 곰이 등장하는 ‘Bear Soup’로 표기된다. 심지어 매생이 전복죽은 갑자기 삶이 언급되는 ‘Every life is ruined’, 방어구이는 방어 수단을 취하는 ‘Fried Defence’ 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유행어가 절로 외쳐지는 황당 사례들이다.

국내 식당에서 ‘파오차이(泡菜)’로 표기된 김치만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특히 ‘파오차이(泡菜)’로 표기된 김치는 가장 시급하게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치의 중국어 번역을 ‘신치(辛奇)’로 명시했지만, 중국은 김치 원조가 중국 쓰촨성 지역의 채소 절임 음식을 뜻하는 ‘파오차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알려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올해 5월 페이스북을 통해 “김치찌개·김치만두 등 김치 음식들에 아직까지 ‘파오차이’로 번역된 곳이 많았는데, 이런 상황은 중국에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서 교수가 표기를 지적한 곳은 해외가 아닌 우리나라 식당이었으며, 국내 유명 베이커리에서도 김치전 모양의 메뉴에 파오차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김밥이 스시?”…K-푸드 인기지만 한식명은 잘 몰라

사실 한식은 중식이나 일식에 비해 해외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아시안 음식점 중 대다수가 중식당과 일식당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아시아 음식점 중 가장 많은 곳은 중식당(39%)이며, 일식당(28%)이 두 번째를 차지한다. 뒤를 이어 태국 식당(11%), 인도 식당(7%), 베트남 식당(7%), 한식당(6%)의 순이다.

최근 K-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아직 한식 메뉴명을 정확히 모르는 이들이 많다. 최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한국인의 식판’에서도 미국인들이 김밥을 먹으면서 이를 “스시”라고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의 두부와 된장 명칭은 몰라도 일본의 ‘토푸(tofu)’와 ‘미소(miso)’는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K-푸드 인기, 한식 명칭부터 바로잡아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한식메뉴 외국어표기법 길라잡이 800선’을 제작해 보급했다. 사진은 한식포털의 한식메뉴 외국어표기법에서 '순두부'를 검색했을 때 나온 화면. [한식포털 캡처]

육회가 ‘Six Times’로 오역되고, 김밥이 ‘스시’의 한 종류로 불려지는 일은 단순히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문제다. 현재는 한류 덕분에 K-푸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처음 접할 수 있는 한식 메뉴판에 황당한 한식 명칭부터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한식명을 영어·일본어·중국어로 번역한 ‘한식메뉴 외국어표기법 길라잡이 800선’을 제작해 보급했다. 현재 한식포털 사이트에서 ‘순두부’등 한식 메뉴를 검색하면 정확한 외국어 표기명이 나온다.

한식진흥원 관계자는 “국내외 한식당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잘못된 외국어 메뉴명으로 혼란을 겪는 일을 방지하고, 정확한 한식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aT 뉴욕지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한식은 코로나 이후 K-콘텐츠의 영향력, SNS를 통한 레시피 전파, 건강한 음식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최근 들어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고 보여진다”고 전했다.

서경덕 교수는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대거 몰려오고 있다. 한식을 제대로 알릴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함께 관심을 갖고 올바른 표기를 위해 힘을 모아야만 할 때”라는 당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한식진흥원 관계자는 “국내외 한식당 2000여 개에 올바른 외국어 메뉴판을 직접 제작해 보급했다.매년 ‘외국어 표기법 길라잡이’를 개정 및 발간하고, 이를 한식포털을 통해 공유하고 있으므로 식당 업주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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