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속이 비칠 듯 얇은 만두피 안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 다진 고기, 깊은 향의 버섯이 꽉 채워진다.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 십여개의 주름이 만들어지면 한 입 크기의 ‘샤오롱바오’가 탄생. 손으로 집어먹기에도 ‘딱 좋은’ 작고 귀여운 고기만두처럼 보인다. 샤오롱바오가 쪄지는 시간은 불과 10분. 갓 쪄낸 샤오롱바오를 무턱대고 입으로 가져가면 ‘큰 코 다친다’. 평범해보이는 만두 안에는 진한 육즙이 가득 차 있다. 입 천장과 혓바닥은 수난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때문에 샤오롱바오를 먹는 순서도 정해져있다. 숟가락 위에 샤오롱바오를 올린 뒤 얇은 만두피를 찢어 육즙을 먼저 맛 본다. 그 뒤 함께 나온 생강채를 올려 맛 보는 방식이다. 우리식 만두와는 또 다른 세계다. 

딤섬(點心ㆍDimsum)은 중국 남부 광동 지방에서 3000년 전부터 만들어 먹은 음식이다. 홍콩에 들리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그 종류만 해도 1000여가지에 달한다. ‘샤오롱바오’를 비롯해 ‘샤오마이’, ‘하가우’ 등은 국내에도 진출한 많은 딤섬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추천 레스토랑인 크리스탈 제이드 관계자는 “딤섬은 1920년대부터 홍콩 사람들이 차와 함께 즐겨찾던 브런치 메뉴”라며 “홍콩의 브런치 메뉴를 접한 사람들이 늘며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 마음에 찍은 점=‘딤섬’의 한자는 아침과 저녁 사이의 끼니를 뜻하는 ‘점심’(點心)을 쓴다. ‘마음에 찍은 점’이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점심은 제대로 된 한 끼이지만, 사실 ‘점심’은 불교 용어다. 초기 불교의 규율 중에는 오후엔 밥을 먹지 못 하는 ‘오후 불식’이 있었다. 승려들은 이 때문에 오후가 되기 전 약간의 요기를 했다고 한다. 딤섬이라는 말은 여기에 뿌리를 둔 음식이다. 배를 꽉 채워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점을 찍’듯이 끼니 사이에 간소하게 먹는 음식이다.

홍콩에서의 딤섬은 언제 어디서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20세기 초 부둣가 노동자들이 즐겨 먹는 서민식이었다. 딤섬의 변화는 홍콩의 빠른 경제성장에 발을 맞췄다. 1970년대 경제 부흥기를 거치며 딤섬 역시 고도 성장을 마주했다. 딤섬의 소에 고급 재료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셰프들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림처럼 예쁜 딤섬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작은 대통에 4개씩 담겨 나오는 지금의 딤섬이 태어난 것도 이 시기를 보내면서였다.

홍콩에선 딤섬을 먹을 땐 항상 차를 함께 곁들이는데, 딤섬과 차를 함께 마시는 행위를 ‘얌차’라고 한다. 주로 전채요리로 즐긴다. 중국에선 코스요리의 중간 식사로 먹고, 한국에선 후식으로 먹고 있다. 

▶ 딤섬 3대장=딤섬은 만두, 찐빵, 교자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만두와 비슷한 모양의 모든 음식을 일컫는다. 무수히 많은 딤섬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딤섬 3대장이 있다. 특히 딤섬 전문점에서 인기가 높은 메뉴들이다.

먼저 만두 안에 육즙이 들어있는 샤오롱바오(小籠包)다. 샤오롱바오는 작은 찜통에 찐 만두라는 뜻으로, 딤섬의 인기를 견인한 대표 음식이다. 상하이의 항구도시에서 태어난 샤오롱바오는 안을 꽉 채운 육즙을 내는 것이 각 셰프의 노하우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의 황티엔푸 셰프는 “샤오롱바오 맛의 비결은 육수”라며 “홍연에선 번거롭더라도 정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노계, 돼지 사태, 화퇴를 넣고 6시간 이상 푹 고아낸 상탕을 젤라틴 형식으로 굳힌 뒤 고기속과 섞어 만두피에 싼다”고 설명했다. 10분간 샤오롱바오를 찌면 젤라틴이 액체로 변해 입 안에서 터지는 육즙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딤섬의 또다른 대표 선수는 교자만두 하가우(蝦餃)다. 새우를 넣어 찐 만두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만두피에 12개 이상의 주름을 빚어 시각적 만족도를 높인다. 탱탱한 새우의 식감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딤섬의 마지막 대표주자는 샤오마이(燒賣)다. 샤오마이는 끝을 밀봉하지 않고 꽃 모양으로 빚은 만두다. 원나라 시절 찻집에서 유래했다. 만두소의 내용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밀봉하지 않고 빚은 만두다. 워낙에 만두소의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로 ‘딤섬의 세계’엔 셰프들이 말하는 ‘딤섬 4대천왕’이 있다. 황티엔푸 셰프는 “딤섬의 4대천왕은 보통 샤오마이, 하가우, 펑좌, 파이구를 꼽는다”고 말했다. 펑좌는 닭발로 만든 딤섬, 파이구는 갈비찜을 속재료로 한 딤섬이다.

▶ 장국영의 소울푸드=지난 2003년 만우절,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홍콩 배우 장국영의 소울푸드는 ‘딤섬’이었다.

홍콩에는 특히 장국영이 일주일 한 번 이상은 찾았다는 유명 딤섬집이 있다.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장국영의 맛집 예만방(譽滿坊)은 홍콩 딤섬의 성지와 다름 없다. 이 곳에서 파는 딤섬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다.

예만방이 현지에서 인기를 모으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딤섬이라는 말의 유래와 달리 홍콩 최초로 한밤중에도 딤섬을 판매하면서였다. 홍콩 레스토랑에서 딤섬은 보통 아침부터 저녁 식사 전까지만 판매한다.

다양한 종류만큼 고급스러운 속재료를 꽉 채운 예만방의 딤섬은 다른 곳에 비해 가격대가 높지만, 홍콩 딤섬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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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홍연, 크리스탈제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