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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유행 의류를 저가로 대량 생산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시장을 주도해왔던 ‘헤네스앤드모리츠 AB(이하 H&M)’가 최근 고전 중이다. H&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6억 달러(약 2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이는 최근 6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다. H&M이 주춤하는 사이 영국의 의류업체 아소스(ASOS)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아소스는 패스트패션을 넘어 더욱 빨라진 ‘울트라 패스트 패션’(Ultra fast Fashion)을 내세웠다. 기존 패스트패션보다 의류 디자인과 제작, 판매 주기를 더욱 단축하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매출을 늘렸다.
▶H&M↓ vs ASOS↑
H&M은 양적 성장에 집중해 최근 수 년간 디지털 적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 유통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에 집중하는 사이, H&M은 오히려 매장 수를 늘렸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 388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반면, 아소스는 오프라인은 포기하고 온라인에만 집중했다. 기존 패스트패션 업체보다 빠르게 생산 결정을 하고,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췄다. 디자인에서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 ‘리드타임’(lead time)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이다.
리테일 연구기관 ‘펑 글로벌 리테일 앤 테크놀로지’(Fung Global Retail & Technology)에 따르면 기존 패스트패션 업체인 H&M과 자라, 유니클로의 리드타임은 평균 5주가 걸린다. 아소스의 경우 자체 제작 상품(전체 제품 중 60%)의 리드타임은 2주에 불과하다. 다른 울트라 패스트패션업체인 미스가이디드(Missguided), 부후(Boohoo) 등의 리드타임도 1~2주 정도다.
▶리드타임↓ 타깃연령↓ 가격↓
아소스와 미스가이디드, 부후 등 울트라 패스트패션 업체들의 리드타임이 짧은 것은 온라인 판매 중심이기 때문이다. 공급망을 간소화하고 주요 시장의 생산ㆍ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맞추는 전략을 내세운다. H&M이 세계 각 국에 위치한 매장에 제품을 보내는 것과 달리, 아소스는 전 세계에 있는 물류창고 8곳에만 배송하면 된다.
또 타깃연령을 16~24세의 젊은 층으로 낮추고, 세련되고 저렴한 옷을 소량 출시한다. 출시 이후엔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홍보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경우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재고부담을 없앴다. 이 방식을 통해 울트라 패스트패션은 지속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아소스는 매주 신상품 약 4500개를 내놓고, 미스가이디드도 매달 1000여개의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울트라 패스트패션 업체의 매출은 급성장 중이다. 아소스의 연간 매출은 2013년 7억6940만 파운드(약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9억2360만 파운드(약 2조7500억원)로 4년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의류 소비↑
패스트패션 시장의 성장으로 의류 과소비 현상이 심해졌다. 책 ‘나는 왜 패스트 패션에 열광했는가’에 따르면 자라의 고객이 1년 동안 새 옷을 구매하는 횟수는 평균 17차례에 달한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 해에 버려지는 섬유량은 2013년 기준 1510만t(톤)에 이른다.
이 책의 작가 엘리자베스 클라인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일주일만 지나도 소비자가 유행에 뒤처졌다고 느끼게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일부러 옷을 빨리 망가지게 하는 전략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울트라 패스트패션의 등장은 소비자의 의류 과소비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보다 의류 가격이 더욱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소스는 전체 상품의 11%가 10유로 이하고, 부후는 23%가 5~10유로 정도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싼 가격에 옷을 사고 쉽게 버리는 경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패스트패션 → 바다 오염
의류 과소비의 가장 큰 문제는 환경파괴다. 패스트패션에 쓰이는 섬유는 값이 저렴한 ‘폴리에스터’다. 플라스틱인 폴리에스터는 제조 과정에서 면 섬유의 세 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한다. 또 의류를 세탁할 경우에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 오염을 가속화시킨다. 매년 의류 세탁에서 배출되는 초극세사 플라스틱만 50만t에 달한다. 이는 플라스틱병 500억개와 맞먹는 수준이다.
▶패스트 → 지속가능
지난해 11월 엘렌 맥아더 재단(The Ellen MacArthur Foundatio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재활용되는 의류는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환경친화적인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패션은 적게 사고, 좋은 것을 고르며, 오래 지속되게 하는 것”이라며 의류업체들의 속도경쟁을 비판해 왔다. 친환경 패션 디자이너로 알려진 스텔라 맥카트니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패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소비보다 공유하고 교환하는 방식을 소비자가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 파괴의 책임은 쉽게 옷을 사고 버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뜻이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최신 유행 의류를 저가로 대량 생산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시장을 주도해왔던 ‘헤네스앤드모리츠 AB(이하 H&M)’가 최근 고전 중이다. H&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6억 달러(약 2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이는 최근 6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다. H&M이 주춤하는 사이 영국의 의류업체 아소스(ASOS)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아소스는 패스트패션을 넘어 더욱 빨라진 ‘울트라 패스트 패션’(Ultra fast Fashion)을 내세웠다. 기존 패스트패션보다 의류 디자인과 제작, 판매 주기를 더욱 단축하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매출을 늘렸다.
H&M 매장 |
▶H&M↓ vs ASOS↑
H&M은 양적 성장에 집중해 최근 수 년간 디지털 적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 유통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에 집중하는 사이, H&M은 오히려 매장 수를 늘렸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 388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반면, 아소스는 오프라인은 포기하고 온라인에만 집중했다. 기존 패스트패션 업체보다 빠르게 생산 결정을 하고,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췄다. 디자인에서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 ‘리드타임’(lead time)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이다.
리테일 연구기관 ‘펑 글로벌 리테일 앤 테크놀로지’(Fung Global Retail & Technology)에 따르면 기존 패스트패션 업체인 H&M과 자라, 유니클로의 리드타임은 평균 5주가 걸린다. 아소스의 경우 자체 제작 상품(전체 제품 중 60%)의 리드타임은 2주에 불과하다. 다른 울트라 패스트패션업체인 미스가이디드(Missguided), 부후(Boohoo) 등의 리드타임도 1~2주 정도다.
▶리드타임↓ 타깃연령↓ 가격↓
아소스와 미스가이디드, 부후 등 울트라 패스트패션 업체들의 리드타임이 짧은 것은 온라인 판매 중심이기 때문이다. 공급망을 간소화하고 주요 시장의 생산ㆍ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맞추는 전략을 내세운다. H&M이 세계 각 국에 위치한 매장에 제품을 보내는 것과 달리, 아소스는 전 세계에 있는 물류창고 8곳에만 배송하면 된다.
또 타깃연령을 16~24세의 젊은 층으로 낮추고, 세련되고 저렴한 옷을 소량 출시한다. 출시 이후엔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홍보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경우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재고부담을 없앴다. 이 방식을 통해 울트라 패스트패션은 지속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아소스는 매주 신상품 약 4500개를 내놓고, 미스가이디드도 매달 1000여개의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울트라 패스트패션 업체의 매출은 급성장 중이다. 아소스의 연간 매출은 2013년 7억6940만 파운드(약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9억2360만 파운드(약 2조7500억원)로 4년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의류 소비↑
패스트패션 시장의 성장으로 의류 과소비 현상이 심해졌다. 책 ‘나는 왜 패스트 패션에 열광했는가’에 따르면 자라의 고객이 1년 동안 새 옷을 구매하는 횟수는 평균 17차례에 달한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 해에 버려지는 섬유량은 2013년 기준 1510만t(톤)에 이른다.
이 책의 작가 엘리자베스 클라인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일주일만 지나도 소비자가 유행에 뒤처졌다고 느끼게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일부러 옷을 빨리 망가지게 하는 전략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울트라 패스트패션의 등장은 소비자의 의류 과소비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보다 의류 가격이 더욱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소스는 전체 상품의 11%가 10유로 이하고, 부후는 23%가 5~10유로 정도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싼 가격에 옷을 사고 쉽게 버리는 경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패스트패션 → 바다 오염
의류 과소비의 가장 큰 문제는 환경파괴다. 패스트패션에 쓰이는 섬유는 값이 저렴한 ‘폴리에스터’다. 플라스틱인 폴리에스터는 제조 과정에서 면 섬유의 세 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한다. 또 의류를 세탁할 경우에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 오염을 가속화시킨다. 매년 의류 세탁에서 배출되는 초극세사 플라스틱만 50만t에 달한다. 이는 플라스틱병 500억개와 맞먹는 수준이다.
▶패스트 → 지속가능
지난해 11월 엘렌 맥아더 재단(The Ellen MacArthur Foundatio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재활용되는 의류는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환경친화적인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패션은 적게 사고, 좋은 것을 고르며, 오래 지속되게 하는 것”이라며 의류업체들의 속도경쟁을 비판해 왔다. 친환경 패션 디자이너로 알려진 스텔라 맥카트니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패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소비보다 공유하고 교환하는 방식을 소비자가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 파괴의 책임은 쉽게 옷을 사고 버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뜻이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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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