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붉은 고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육류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만큼 육류세가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2016년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육류세와 유사한 법안이 도입돼 시행 중이다.
최근 독일 정치권에서도 가축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육류 제품 판매세를 인상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독일 푼케(Funke) 미디어그룹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56.4%가 이 법안을 지지했고, 3분의 1 이상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영국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한 육류세 도입과 고기 소비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런던대(University of London) 골드스미스(Goldsmiths) 칼리지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고등교육기관 중 처음으로 지난 9월부터 캠퍼스 내 소고기 판매를 중단했다. 프렌시스 코너 골드스미스 칼리지 학장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각 기관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글로벌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22개국에 퍼져있는 오피스 공유업체인 ‘위워크’(WeWork)의 경우에는 다국적 기업 중 처음으로 직원들이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소비하는 것을 금지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피치 솔루션 매크로 리서치(Fitch Solutions Macro Research)는 “육류세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 농업단체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지만 서유럽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는 “만약 이 세금(육류세)이 관심을 끌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닭 등 가금류나 식물성 단백질로 식단을 바꾸도록 장려할 수 있고, 대체 육류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육류세 도입이 확산하면 적색육의 소매가가 상승해 고기 위주의 식습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치솔루션은 “서유럽의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어떤 부가세라도 소매가격에 큰 변화를 가져와야 소비자 구매 습관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육류 생산국인 미국과 브라질에서 조만간 육류세가 집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육류세에 대한 논쟁은 기본적으로 기후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약 4분의 1이 농업분야에서 배출되고, 가축이 전체의 14.5%를 내뿜는다. 대규모로 사육되는 소는 배설물과 소화기관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축산업은 특히 담수의 10분의 1을 소비하면서 산림을 파괴한다. 산림은 대기에서 열을 차단하는 가스를 빨아들이는데, 식물 감소와 토양침식은 온난화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설명이다.
IPCC는 최근 보고서에서 식물 기반 식품 및 지속가능한 동물성 식품이 2050년까지 7억∼8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수백만 평방킬로미터의 땅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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