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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박항서 매직 이후, 지속가능한 한-베 우정의 조건
  • 2019.12.12.

정을 나누는 친구와 일할 때 잘 맞는 친구는 따로 있다고들 한다. 같이 놀 때는 좋았는데 일을 함께 할 때는 안맞는 사이도 있고, 일 할 땐 죽이 척척 맞는데 회식이나 MT가면 어울려 놀기에 어색한 관계도 있다.

와신상담으로 대표되는 오-월의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지만, 월나라 실세 범려는 전쟁터에서 환상의 콤비를 보이던 월왕 구천의 곁을 떠난다. 구천은 끈기와 참을성이 커 고난을 같이 할 수 있으나 질투와 의심이 많아 평화 국면엔 안락을 함께 누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반면, 우정을 고리로 친구와 벌인 거사나 동업이 역할 분담, 상호 기대감 충족에 실패하면서 결국 사업과 우정 모두 파탄에 이르는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목도한다. 정도 나누고, 일도 같이 잘 할 수 있는 우정이라면 이보다 더 두툼하고 영속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아낌없이 주기만 하기 보다는, 친구의 야채를 내가 얻고, 내 고기를 친구에게 주는 모습이 지속가능한 우정을 위해 더 필요한 덕목이겠다. 대문호 세익스피어는 ‘성실하지 못한 벗을 가질 바에는 차리리 적을 갖는 편이 낫다. 천박한 벗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고 했다.

‘박항서 매직’을 매개로 한, 베트남과 한국의 우정이 깊어진다. ‘병아리를 보호하려는 어미닭’ 박감독의 리더십 스토리, 한국서 사랑받는 베트남 며느리의 미소,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좋아해주는 베트남 국민들의 인정, 태극기를 들고 열광하는 베트남 친구 등 소식을 듣노라면 어떨 땐 콧날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우정은 아직 낭만이다. 이제는 동업까지 할 수 있는 우정이어야 한다. 축구로 쌓은 우정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흠집날 수 있고, 관광교류로 두터워진 친근감이 동업에 임하는 태도의 문제, 이익 분배 과정의 오해 때문에 싸늘해 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낭만의 한계이다. 함께 일을 잘 도모해 모두가 발전하는 방법을 세심하고 배려심 깊게 모색할 때인 것이다.

코트라의 리포트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0년 경제, 국제정치 위상이 크게 높아진다. 아세안(ASEAN) 의장국,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아태 평화유지활동센터(AAPTC) 의장국이 된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디지털경제시스템 구축 등 산업구조의 고도화, 국영기업의 민영화, 메콩강 유역 등지에 대한 대대적 투자, 부패 척결과 글로벌스탠더드 거버넌스의 정비, 투자인센티브 강화와 투명화, 국가 R&D센터, 혁신센터 설립 등을 추진한다고 한다. 우정이 커졌으니 베트남의 호재는 한국의 호재이다.

이럴수록 우리는 몸을 낮추고, 단기간 큰 수익이 나지 않아도 베트남의 발전을 바라는 진정성을 갖고, 그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세심하게 긁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 지워지지 않은 전쟁 상처 보듬기, 다문화가정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여행자들의 겸손한 태도 등도 필요하다.

중국이 수천년 두려워하던 똑똑한 두나라, 안남(베트남)-동이(한국)의 동업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마치 미래를 약속한 한국-베트남 예비부부 처럼 설렌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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