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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우리의 1.5℃ 미래를 지키는 한 해
  • 2020.01.06.

빙하가 녹아 서식지를 잃고 먹이를 찾아 내려온 북극곰 60여 마리가 러시아 극동지역의 마을 리르카이피를 발칵 뒤집었다. 조명탄을 쏘며 곰의 접근을 막는 사람들. 작은 시베리아 마을에 하얀 포식자의 등장을 환영하는 인간은 없다.

지구가열화가 시베리아 혹은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지난 12월 전 세계 해외토픽을 장식한 뉴스의 핵심이었다. 기후변화는 이미 정치·경제·사회적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19년 1월 환경과학 전문저널 GEC(Global Environmental Change)지는 2010~12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가뭄과 급수문제, 이에 따른 작물 수확량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튀니지와 리비아, 예멘, 시리아에서 정치적 혼란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여전히 내전의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후위기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대응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래,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좌절과 희망을 거듭해왔다. 그 사이 관련 논의는 협상장을 넘어 거리로 나선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의 요구로 퍼져갔고, 기후위기 대응행동은 중앙정부를 넘어 기업과 지방정부 단위로 확산됐다.

‘기후 비상사태’로 요약되는 2019년, UN은 관련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 글로벌 평가보고서, 기후변화와 토지, 해양 및 빙권에 관한 특별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인류를 지탱하는 자연이 어떻게 기후변화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건강한 생태계의 유지는 인류의 기후변화 영향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WWF(세계자연기금)는 UN에서 발행한 보고서와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토대로 ‘기후, 자연, 우리의 1.5℃ 미래’를 작성했다. 기후변화와 인류, 자연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지구의 평균 온도상승을 1.5℃로 제한하자는 외침이었다. 생태계 회복은 자연은 물론 인류의 생명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1.5℃ 수준으로 강화하지 못한 채 2019년이 지나갔다. 하지만 2020년 세계는 달라져야 한다. 지구의 평균기온상승을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선 기후변화와 인류, 자연이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산업과 경제, 정치, 문화, 사회를 아우르는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0년 11월 전 세계의 시선은 COP26가 열리는 스코틀랜드의 작은 항구 도시로 모인다. 그때까지 각국 정부는 2020년 강화된 온실가스감축목표 제출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낼 책임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장기목표를 1.5℃에 맞춰 수립함으로써, 각 부문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 걸친 분명한 제도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얼마전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을 출범했다. 오는 6월 말에 열릴 예정인 P4G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한국의 ‘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이 1.5℃ 목표에 맞춰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글. WWF 안혜진 기후·에너지프로그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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