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성경에 나온 8번째 메뚜기 떼의 재앙 수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동아프리카를 초토화한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 떼에 대해 “오늘날까지 전례없는 규모”라며 이렇게 표현했다. 사막 메뚜기의 습격은 식량안보, ‘기후 위기’와 연관되며 국제 이슈를 몰고 있다. 기후변화가 실제 인류의 식량안보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다.
사진=FAO |
성인 남자 손가락 정도의 사막 메뚜기가 두려운 이유는 엄청난 식성때문이다. 잡식성인 사막 메뚜기는 쌀은 물론, 귀리와 옥수수, 바나나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FAO에 따르면, 1㎞ 규모(약 1억5000마리)의 사막 메뚜기떼가 지나가면서 먹는 농작물은 대략 3만 5000명분의 하루치 식량과 맞먹는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에서는 1000만 명 가량이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 메뚜기 떼는 바람을 타고 하루 최대 200㎞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메뚜기 떼의 ‘식량 침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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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농업부는 지난달 “메뚜기떼가 막대한 양의 작물과 사료를 먹어치우고 있다”며 급기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동아프리카 지역을 삼킨 메뚜기떼는 빠르게 이동하면서 인도, 파키스탄을 거쳐 현재는 중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번식력도 무섭다. 암컷 메뚜기가 보통 300개의 알을 낳고 있으며, 이중 많은 수의 부화가 시작됐다. 이같은 메뚜기 떼의 침입이 6월까지 이어진다면 현재 규모의 50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FAO의 전망도 나왔다.
피해 지역도 문제이다. FAO는 “사막 메뚜기가 이미 식량부족 문제에 취약한 동아프리카 전역에 심각한 식량안보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FAO가 지난 5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프리카국가들은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4개국’ 가장 많은 34곳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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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떼가 하필 이전부터 식량난을 겪고 있던 동아프리카 지역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든 호주 산불의 원인과 같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의 문제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아프리카 동북부지역에는 평소 강수량보다 무려 400%나 많은 폭우가 쏟아졌다. 축축한 곳에 알을 낳는 사막 메뚜기에게는 황금같은 번식 환경이 제공된 셈이다. 원인은 인도양 서쪽 해수면의 수온 상승이다.
강수량이 급증한 아프리카와 달리 수온이 떨어진 인도양 동쪽은 이상고온현상과 가뭄이 심화돼 호주에서는 거대한 산불이 일어났다. 과학자들은 최근 이러한 기후변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횟수도 잦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호주의 여름 산불(12월~2월)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그 기간은 장기화됐다고 분석한다. 이유는 지구의 온도상승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채택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는 “폭염 등 온난화로 인한 열 관련 현상의 빈도, 강도, 지속기간이 증가했고, 일부 지역에서 가뭄의 빈도와 강도도 증가했다”며 “이러한 기후변화는 식량안보에 영향을 이미 끼쳐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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