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위기인 한국, 물 스트레스 '높은’ 수준, “2030년 서울, 물 부족 겪을 도시”
-‘OECD 환경전망보고서’, 2050년 인구 40% 심각한 물 부족 상태
-WRI “물 스트레스는 심각한 식량 위기 만들 것” 경고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오는 3월 22일은 국제연합(UN)이 제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Day for Water)로, 올해는 ‘물과 기후변화’가 핵심 주제로 선정됐다. 산업의 성장과 인구 증가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물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 때문에 생긴 기후변화와 물 낭비, 수질 오염은 전 세계 물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핵 전쟁 가능성보다 물 전쟁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전문가 말이 나올정도로 물 안보 문제는 국제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앤드류 스티어(Andrew Steer)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WRI) 대표는 “물 스트레스는 국제 갈등 형태로 드러나고 있으며 인류의 식량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물을 물 쓰듯’ 하는 우리나라는 더욱이 식량안보 위기국가이다. 곡물자급률이 23%( 2015~2017년 평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그쳐, OECD 회원국 중 꼴찌수준이다. 동시에 한국은 유엔에 이어 세계자원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서 ‘물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지목한 국가이다.
사진=세계자원연구소(WRI)의 ‘물 자원 리스크 지도’(Aqueduct Water Risk Atlas, 2019) 한국은 ‘주황색’과 ‘붉은색’이 섞인 상태로, 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수준이다. |
▶전 세계 인구 25%의 17개국, ‘극심한’ 물 스트레스=세계자원연구소의 경고는 지난해 공개한 ‘물 자원 리스크 지도’(Aqueduct Water Risk Atlas)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이는 수질, 수량, 규제 등 12개 지표를 이용해 전 세계의 물 위험도를 지역별로 나타낸 지도이며, 여기서 말하는 ‘물 스트레스’(%)란 100 * (담수 수자원 취수량)/(전체 수자원 - 환경 유지 용수)이다. 쉽게 말해 연평균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에서 물의 수요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즉 비율이 높을수록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지도에서 ‘적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물 스트레스’ 지수가 80% 이상에 해당하는 ‘극심한’(EXTREMELY HIGH BASELINE WATER STRESS) 단계다. 무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17개국이 속한다. 물이 부족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나 인구가 많은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다. 다음 단계인 ‘붉은색’은 40~80%으로 ‘높은’ (HIGH BASELINE WATER STRESS) 등급이다. ‘적색’과 ‘붉은색’ 단계를 모두 합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44개국)이나 된다.
20~40%에 해당하는 '주황색'은 ‘중간이상 높은’(MEDIUM-HIGH BASELINE WATER STRESS) 등급이다. 한국은 ‘주황색’과 ‘붉은색’이 섞여진 상태로, 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수준이다. 이어 ‘노란색’은 ‘보통’(LOW-MEDIUM BASELINE WATER STRESS)수준의 물 스트레스 지수(10~20%)단계를, ‘연노란색’은 ‘낮은’(LOW BASELONE WATER STERSS)등급의 지수(10% 이하)를 나타낸다. 세계자원연구소는 오는 2030년 45개 대도시에서 4억 7000만 명의 인구가 물 부족을 겪게 된다는 비극적 전망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도쿄나 LA와 함께 한국의 서울이 포함돼 있다.
사진=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 (25~70%)로 소개한 유엔 보고서(2018) |
▶‘물 부족’ 못느끼는 한국, ‘물 기근 국가’에 근접=유엔이 공개한 ‘세계 물 보고서’(2018)의 ‘국가별 물 스트레스 수준(Level of Physical Water Stress)’에서도 한국은 물 스트레스 지수 25~70%를 나타내며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됐다. 더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 펴낸 ‘OECD 환경전망 2050’ 보고서(2012)에서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물 부족이 심각한 나라’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보고서는 한국을 물 스트레스 지수가 40%를 초과한 ‘심각한(severe)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며, “(한국이) 오는 2025년 ‘물 기근 국가’ 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보고서는 “오는 2050년 전 세계의 물 수요는 지난 2000년에 비해 55%가량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2050년 전세계 인구 40% 이상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한국이 여러차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물 사용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환경부의 ‘상수도통계 2017’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 기준 국민의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은 287ℓ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물을 많이 사용한다. 독일(127ℓ)이나 덴마크(131ℓ) 등 유럽국가의 2배가 넘는 물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은 1인당 하루 94ℓ의 물로 살아가고 있다.
▶‘물 스트레스’는 곧 식량 안보 문제=한국인의 물 사용량이 높은 이유는 일상에서 물 부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탓도 있다. 우리나라는 수자원은 부족하지만 하천에서 최대한 물을 끌어쓰고 있으며, 수도세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물 스트레스 문제는 식량안보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이다. 유엔은 기후위기로 물 스트레스가 더욱 높아지면서 식량 생산량이 크게 감소돼 식량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위기는 습한 지역을 더욱 습하게 만들어 폭우 발생을 잦게 하고, 건조 지역의 토양을 더 메마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식량 수요는 오는 2050년까지 10년마다 14%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 IPCC) 되는 반면, 쌀과 옥수수등 주요 곡물 수확량은 오는 2100년까지 20~40 %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미국 워싱턴 대학, 2009)도 나온다.
현재 전 세계의 물 문제는 네 가지 원인에서 온다. 기후위기와 인구 증가, 물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화, 그리고 하천등이 오염되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된 물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수자원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임형준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물과 식량은 뗄 수 없는 중요한 생존 조건이다. 식량 위기에 직면한 세계 곳곳에서 물 부족은 농업 생산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아울러 인류 건강을 위해서도 수질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세계자원연구소는 물 스트레스가 인간의 삶과 사회·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일으킨다고 하면서도 “물에 대한 정책과 관리에 더 많이 투자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스티어 세계자원연구소 대표는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인간의 삶과 생태계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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