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10월 16일은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정한 ‘세계 식량의 날’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이후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올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식단의 변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주요 20개국(G20) 의 식단 변화가 시급하다는 연구결과도 주목을 끌고 있다.
노르웨이 비영리단체 잇(EAT) 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식습관’ 보고서(2020)에 따르면 G20 국가를 중심으로 식습관과 건강,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G20 국가는 전 세계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려면 G20 국가의 식단 변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브렌트 로켄(Brent Loken)박사는 “글로벌 식량 시스템에서 거대한 자리를 차지하는 G20 국가가 과일과 채소, 콩류, 견과류의 섭취를 늘리고, 육류및 유제품 소비를 줄인다면 현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 40%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G20국가의 대부분은 유제품과 붉은 고기를 너무 많이 먹고 있으며, 이러한 식습관은 기후와 건강, 경제의 전반적인 부분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미국과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경우 채소나 곡물 및 견과류의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유제품이나 소고기에 많이 의존하는 식습관을 보였다. 호주나 아르헨티나, 캐나다 및 프랑스는 1인당 식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G20국가와 같은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현재보다 1개~7.42개의 지구가 더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의 설정은 오는 2021년 시행을 앞둔 신기후체제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섭씨 1.5도 이하)대로 범위가 정해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만일 전 세계가 미국이나 브라질의 식습관대로 음식을 소비한다면 오는 2050년에는 해당 분량의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 지구가 각각 5.6개, 5.2개 필요하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무려 7.42개가 필요한 수준이다. 육류 섭취가 급증한 우리나라 역시 지구 용량을 초과해 2.3개의 지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인도(0.8개)와 인도네시아(0.9개)만 2050년이 돼도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음식을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국가의 평균 음식 소비를 전 세계로 확대했을 때 필요한 지구의 개수 [자료=노르웨이 비영리단체 잇(EAT)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식습관’ 보고서(2020) |
G20 국가의 식단 변화는 전 세계 식량문제와도 연관된다. 아직 식량공급이 불안정한 국가에서 식품 생산량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G20 국가의 탄소 배출량을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지구가 식품 온실가스 배출량을 버틸수 있는 용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개발 국가의 배출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G20 국가의 배출량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브렌트 로켄 박사는 “식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가 0으로 줄일 수 없기에 부유한 국가의 배출량은 줄이고, 식량이 부족한 일부 국가는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식품의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글로벌 의제를 통해 각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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