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악영향”
초가공 · 과대포장 · 잦은 섭취량 줄여야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지난 수십 년 간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증가해 온 가공식품은 주로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관련 연구가 진행돼왔다.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 암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됐으나 지구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발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붉은 고기에 이어 가공식품이 또 하나의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학술지 ‘랜식’ (The Lancet) 최근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소비된 식품의 환경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 UPF)은 인류의 건강 뿐 아니라 지구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은 인공과정에 따라 단계를 나눌 수 있는데, 샐러드 봉지와 같은 ‘최소 가공식품’부터 가장 가공과정을 많이 거치는 ‘초가공식품’까지 있다. 초가공식품으로는 소시지 등의 가공육, 즉석식품, 과자류, 설탕이 들어간 청량음료 등이 해당된다.
연구팀이 지난 30년 동안(1987년~2018년) 초가공식품 1000㎉ 의 환경지수(탄소발자국, 물발자국, 생태발자국)를 계산한 결과,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가공식품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점차 높아졌다. 해당 기간동안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개인의 일일 환경지수를 최소 두배 이상 증가시켰다. 그 중에서도 육류를 가공한 소시지, 햄 등의 가공육 환경지수가 가장 높았다.
연구에 참가한 히메나 슈미트(Ximena Schmidt) 런던 브루넬대학교 박사는 “초가공식품의 소비 증가가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높이고, 얼마나 더 많은 물과 토지가 소비되는지를 이번 연구를 통해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진인 크리스찬 레이놀즈 (Christian Reynolds) 런던 식품정책센터의 박사는 “초가공식품 섭취로 인한 각종 질병과 다이어트 문제, 그리고 기후위기는 동일한 원인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는 식단을 통해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가 또 발표된 바 있다. 과학저널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최신호에 실린 미국 퍼듀대(Purdue University) 연구팀에 따르면 설탕이 들어간 탄산음료나 사탕, 과자 등 칼로리가 높으면서 영양가는 낮은 ‘정크푸드’를 평소보다 줄인다면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제품 생산 및 서비스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29%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가정 내 5만 7000여 개의 식료품 구매 기록, 그리고 식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집계한 결과이다. 연구팀은 “정크푸드를 덜 먹는다면 매일 먹는 식단을 변경하는 것보다 탄소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려느 박민혜 WWF(세계자연기금) 시장변화 분야 팀장은 “천연재료를 그대로 요리해 먹는 것보다 가공식품의 탄소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생산과 유통및 소비 과정에서 에너지소비가 많기 때문”이라며 ”가공식품의 포장재는 매립이나 소각과정에서도 탄소배출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가공과정을 거치면 영양소 손실 등 건강 문제도 발생하므로 환경과 건강을 위해서는 가공식품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한편 지난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푸드(Nature Food)’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식품 시스템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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