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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 섬의 일본인 로푸드 전도사, 다나카 사유리
  • 2016.10.22.
일본인이 발리 섬에서 요가를 하며 비건 푸드 요리를 강의한다. 얼핏 들으면 쉽게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다. 

일식을 도입한 아보카도 스시, 배추 장아찌에서 치아씨드 발효 요거트, 초콜릿 비건 케이크, 아몬드 밀크를 이용한 파스타까지, 다나카 사유리는 이미 세계 로푸드 업계에서 유명한 쉐프다. 일 년에 스무 번은 넘게 비행기를 타며 세계 여러 나라에 초청받아 로푸드 강연을 연다.

다나카의 강연은 음식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다이어트 효과를 보려고 그녀의 쿠킹 클래스를 들었다는 한 일본인 수강생은 “몸매나 칼로리에 집착하기보단 여유를 갖고 자연에 감사하며 요리하고 먹는 법, 행복해지는 비결을 배웠어요” 라고 밝혔다.


▶디저트 애호가 여고생, 마크로비오틱에 빠지다

다나카의 로푸드 전문가로서 자질은 이미 학창 시절부터 싹텄다. 여느 여고생처럼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한 다나카는 방과 후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케익, 쿠키를 만들었다고 회상한다.

“어머니 덕에 요리의 즐거움을 일찍 깨달은 편이었어요. 다이어트에 워낙 관심 많은 나이여서, 달콤하지만 먹어도 살찌지 않는 디저트 레시피를 궁리하기도 했죠. 그 때는 무조건 칼로리를 줄이는 데만 신경썼어요.”

백설탕, 유제품은 ‘적’으로 규정하고, 칼로리가 낮은 디저트 만들기에만 집착했다는 다나카. 두부 디저트, 유제품이 들어있지 않는 치즈 케익 등 ‘성공작’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샌가 요리가 즐거운 행위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일로 변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궁리해 만든 음식이 맛없거나, 칼로리가 높으면 실패작이라고 자학했어요. 다른 건 고려하지 않았어요. 오로지 칼로리에 따라 모 아니면 도, 성공 아니면 실패였죠.” 

할머니가 만들어 준 조청까지 거부할 정도로 ‘신경질적인 요리사’ 였던 다나카의 음식관을 바꾼 건 마크로비오틱 요리였다.

“마크로비오틱 요리 강좌로 유명한 리마 요리 학원의 수업을 들으며 제가 너무 여유 없이 살아온 걸 알겠더군요. 음식의 본질은 감사함과 즐거움, 그리고 건강함인데 저는 영양 성분은 고사하고 오로지 칼로리에만 신경 쓰고 있었어요. 만드는 사람이 여유가 없으면 음식도 비슷해지는 걸 안 거죠.”

여유를 되찾은 다나카는 도쿄의 채식 카페인 ‘카페 8’, ‘퓨어 카페’ 등에서 수 년 간 일하며 채식 요리사로서 커리어를 차근차근 쌓아나갔다. 

▶요가, 여행...로푸드의 세계에 발딛다

2006년은 다나카의 시야가 더욱 넓어진 해였다. 심신 안정을 위해 아쉬탕가 요가를 시작했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일 년 간 발리 섬, 태국, 호주, 뉴질랜드를 여행한 다나카는 인도 고아의 한 요가 수련원에 정착했다. 

“수련원에서 사 오 년 간 쉐프로 일하면서 로푸드의 개념을 배웠어요. 그 전에는 채식 요리라고 해도 대부분이 조리한 음식이었는데, 생(raw) 음식을 찾는 요기(Yogi-요가 수련생)들이 많더군요. 이 때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한 로푸드 쿠킹 클래스를 열었어요.” 

호주로 건너가 로푸드 카페에서 일한 다나카는 그 때부터 ‘로푸드 쉐프’를 자처했다.

2010년부터 2013년은 다나카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은 시기였다. 발리의 요가 트레이닝 센터에서 요기들에게 로푸드를 만들고 쿠킹 클래스를 열었다. 그 뒤론 미국의 로&비건 푸드 정식 교육원 ‘매튜 맥케니(Matthew McKenny)’ 에서 로푸드 지도자 양성 강좌를 수료했다. 아리조나 주의 디톡스 센터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에서 일하며 업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발리-일본 오가며 로푸드 전문가 양성하고 쿠킹 클래스 열어

2013년, 다나카는 발리 섬에 정착했다. 일 년에 네 다섯 번씩 정기적으로 2주간의 로푸드 전문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연다. “기계처럼 레시피만 전수하기보다 자연 속에서 요가를 하고 음식을 만들며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이 취지” 라는 이 수업에는 전 세계에서 수강생들이 몰려든다. 트레이닝 프로그램 외에도 ‘사유리 힐링 푸드’ 라는 쿠킹 클래스를 열거나 비건 카페를 운영한다.

다나카는 일본에서도 이미 유명인이다. 로푸드 관련 책 4권을 내고 도쿄 등지의 요가 수련원에서 디저트 쿠킹 클래스를 연다. 최근에는 그녀의 로푸드 디저트가 도쿄 시부야 중심가의 히카리에 쇼핑몰 카페에서 한정 판매되기도 했다. 오는 10월 말, 핑거푸드 레시피 북 사인회를 앞둔 다나카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You are what you eat. 먹는 게 변하면 당신의 인생도 변합니다. 자연을 빚고 요리하면서 저도 자연처럼 관대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이전에는 사소한 거에 집착하고 주변에 감사할 줄 몰랐어요. 지금은 요리할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항상 ‘오늘도 건강한 삶을 살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라고 생각하죠.”

송지원 기자/jiwon.s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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