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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급식 건강한가]③착한급식1. 파주 세경고, 2700원으로 만든 ‘귀족급식’의 비밀
  • 2016.11.21.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점심시간이 기다려져요!”(세경고 1학년 오도경 군)

만족도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우리 학교 급식이요? 맛있는 거 많이 나와서 좋아요. 다른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해요!”(1학년 이동명 군), “엄마가 집에서 밥을 안 해요. 집에 가면 학교밥 먹고 싶어요.(웃음)” (2학년 김건희 군)

최근 파주 세경고등학교의 급식이 이른바 ‘귀족급식’으로 떠올랐다. 탄두리 치킨에 치즈폭립, 같은 단가로 내놓는 놀라운 ‘메뉴의 향연’ 덕분이다. SNS로 화제가 된 경기도 파주 세경고등학교 김민지 영양사를 만나 학교급식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지난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를 맞은 세경고등학교의 메뉴는 특별했다. 외식 체인 ‘스쿨푸드’의 장조림 버터비빔밥을 재탄생시킨 닭고기 버터비빔밥에 잘 익은 깍두기와 떡볶이, 수제 유자 에이드에 빼빼로까지가 한 끼 식사로 나왔다. 메뉴의 조화가 절묘하다. 나트륨 저감화로 ‘다른 학교보다 어찌 보면 더 싱거울 수 있는 맛’이라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비빔밥이 매콤한 떡볶이와 시원한 깍두기 맛과 조화를 이루니 부족함이 없었다. “버터 비빔밥은 좀 느끼할 수 있으니 다른 반찬은 매콤한 것으로 맞추려 했어요” 조미료의 맛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건강한 맛’도 급식의 기본을 잘 따랐다.

세경고등학교 역시 다른 학교와 비슷한 단가로 식사를 제공한다. 단가는 3800원, 그 중 식품비는 2700원이다. “입찰 가격에 따라 단가 조정이 있고, 단체여서 더 저렴하기도 하다”지만, 비교체험을 연상케하는 식단엔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음식은 식재료를 대체해서라도 시도하고 있어요. 버터비빔밥도 장조림 대신 닭고기로 바꿔 단가를 맞춘 거고요. 제가 마트 가는게 취미라, 틈만 나면 시장조사를 하는 편이에요.(웃음)”

김민지 영양사는 식단 구성의 기본은 “영양과 조화”라고 전제하면서도 “단가가 맞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메뉴가 많기 때문에 단가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더 좋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김민지 영양사가 발품을 파는 이유다. 
사진출처=파주 세경고 김민지 영양사 인스타그램
“특히 저희 학교에선 수제를 많이 해요. 고추참치덥밥은 사게 될 경우 킬로그램 당 1만5000원인데, 수제로 하면 절약할 수 있거든요. 손이 많이 가도 직접 만드는 편이에요. 음료수를 제공할 땐, 생각보다 물값이 많이 들어가요. 사다 쓰면 7~8만원 정도인데, 학교 정수시설을 이용해 물을 떠다 쓰면 아낄 수 있거든요.” 유자에이드가 제공되는 이날 김민지 영양사는 한 시간 내내 물을 길어날랐다.
제철 과일과 채소를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가 상품’을 시시각각 체크하는 것도 노하우다. “음료수를 제공할 때 담아주는 컵 역시 하나에 100~200원 정도 하거든요. 특가가 뜨면 미리 알아놓고 도매공장에 직접 전화해 가격 할인을 협상해요. 그럼 30~40원 밖에 안해요. 대량구매로 5000개를 사놓으면 아낄 수 있으니까요. 학교에 보고하면 이런 물품의 경우 다 지원해주시거든요.”

파주 세경고 김민지 영양사
영양사의 노하우와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 세경고 급식을 ‘귀족급식’으로 올려놓은 이유다. 학교 급식이 워낙 화제를 모으다 보니, 입학철이 다가오자 서울에서도 지원서가 접수됐을 정도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비리 없는 급식실의 투명성이 학교의 윤리와 투명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이준화 세경고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며 “공부는 기본이지만, 친구가 좋아서, 동아리가 좋아서, 운동장이 좋아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중에서도 급식이 정말 중요하다. 몇 년 전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급식이 즐거움을 주는 요소라는 것을 알았다”며 “급식을 통해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틈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세경고가 급식실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게 된 이유다.

김민지 영양사는 급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재료’라고 강조한다. 한 달치 식단을 구성한 뒤 입찰을 통해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모든 학교의 급식 구성 과정이다. 매일 오전 들어오는 식재료의 경우 영양사의 꼼꼼한 확인 과정이 필수다. 김민지 영양사는 과일의 경우 당도 측정을 통해 상태를 체크하고, 해산물은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며 철저하게 식재료를 관리하고 있다.

잘 구입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세경고는 아이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식사를 준비한다. 세경고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많다. 한 달에 서너 번 ‘세계 음식의 날’을 정해 일본식 돈코츠 라멘이나 그리스식, 인도식 등 다양한 메뉴를 준비한다. 한 달에 두 번은 ‘냉면기 사용의 날’이다. “냉면기를 사용하면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거든요” 조리원들의 업무량은 늘어나지만 아이들을 위한 일이니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학교에서 제안해 시작된 일이다. 한 달에 네 번 이상은 과일을 제공하고, 매주 수요일은 ‘에코그린데이’로 정해 남김 없이 다 먹는 날로 유도하고 있다. “이 날은 아이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메뉴로 식단을 짜요. 그렇다 보니 잔반이 거의 없어요.”

새로운 메뉴를 제공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김민지 영양사는 “아이들이 신메뉴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며 “요리 프로그램이나 책자, 다른 학교 영양사 선생님들과 소통해 레시피를 주고 받는다”고 했다.

특히 인기를 모았던 메뉴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본 뒤, “복고 열풍을 반영한” ‘추억의 도시락’, 타학교 영양사의 레시피를 활용해 인기를 모은 ‘지코바치밥’, ‘그리스의 피타브레드’였다. 메뉴의 이름만 보면 고칼로리 외식처럼 보이지만, 세경고 역시 한 끼당 800칼로리로 균형잡힌 식단을 구성한다. “똑같이 보여도 알고 보면 달라요. 아이들이 성장기여서 비만, 다이어트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맛있는 걸 제공하면서도 영양도 생각해야 하니, 최대한 칼로리를 고려한 조리법을 활용하고 있어요”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소금 설탕의 사용도 줄이고 있다. 햄이나 어묵 등을 조리할 땐 한 번씩 끓는 물에 데친 후 오븐에 굽거나 찌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제 3년 차가 된 새내기 영양사에겐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워낙 외식 입맛에 길들여져 있고 짜고 자극적인 걸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학교 급식은 학교 급식으로 지켜야할 부분이 있고요. 아이들 교육을 정말 많이 했어요.”

세경고 급식실엔 곳곳에 TV가 설치돼있다. 월화목금엔 급식실에서 밥을 먹는 동안 ‘나트륨, 당 저감화’ 운동에 대한 교육 자료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강조한다. “애들도 몇 백 번 보다 보니 인식이 됐나 보더라고요.”

그간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급식이 ‘다양하지 않다’, ‘양이 적다’, ‘느끼하다’는 피드백도 많았다고 한다. 어려운 점이 있을 때마다 아이들과 소통했고, 조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행착오를 극복했다. 김민지 영양사는 아이들의 알레르기 종류까지 일일이 기억하며 관심과 애정으로 세경고 급식실을 이끌고 있다.

“아이들에게 급식실은 단순히 밥 먹으러 오는 장소가 아닌 학업 스트레스 없이 이 시간만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밥 먹으러 학교 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웃음)”

[김민지 영양사의 세경고 급식 추천 레시피]

* 고추참치비빔밥
<재료>
다랑어, 고추장, 옥수수통조림, 마능, 감자, 진간장 조금, 홍고추, 물엿 조금, 설탕 조금, 당근, 양파. 청양고추, 실파 김가루 토마토 케찹, 콩기름(계란후라이 때 사용) 계란.

1. 다랑어 잘게 부숴 오븐에 굽거나 솥에 찐다.
2. 청양고추 파 마늘 기름 조금 넣고 볶다가 고추장, 설탕 넣고 한 번 더 볶는다
3. 야채는 깎둑썰기한다. (당근, 옥수수, 양파는 그냥 넣어서 볶고, 감자는 전분 제거 위해 한 번 데친 후 따로 볶아서 넣는다)
4. 참치는 제일 마지막에 넣고, 홍고추에 마지막에 살짝만 볶는다.

shee@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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