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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급식 건강한가]④착한급식2. 신갈고 “아이들이 가공식품을 좋아할 거라 생각했지만…”
  • 2016.11.21.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점심시간 1시간 30분 전, 경기도 신갈고등학교 입구에선 고소한 삼겹살 냄새가 진동했다. 이 날의 ‘하드캐리’는 대패삼겹살. “대패삼겹살은 급식 중에서도 비싼 메뉴 중 하나예요. 3학년 아이들이 곧 수능이라 무리하게 준비했어요.(웃음)” 중식 단가 3900원.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외하면 식품비로 2800원(73%)이 들어간다. 오늘은 삼겹살 반찬에 힘을 주는 날이다. 
고기 메뉴가 나온 날은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다. 신갈고등학교 3학년 최진희 양은 “고기와 국이 정말 맛있다. 체력소모를 많이 하다 보니 점심으로 국과 따뜻한 밥을 먹으면 건강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좋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둔 지난 14일, 경기도 신갈고등학교 김민지 영양사를 찾았다. 신갈고의 스타셰프이자, SNS를 통해 다양한 식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미 오전 7시 30분부터 근무를 시작해 9시부터 조리에 돌입했다.

신갈고등학교엔 독특한 메뉴가 많다. 학생들이 신기해하는 ‘OO(아웃백, 부산시장) 따라잡기’ 시리즈부터 깔끔하고 정갈한 집밥도 마련한다. 김민지 영양사가 여행에서 먹어본 음식(대만 왕자감자치즈)을 급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1000명 분의 식사를 각 2800원으로 준비하는 데도, 근사한 한 끼가 완성된다.

같은 단가에도 학교마다 급식은 천차만별이다. 불량급식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같은 금액인데 우리 학교 급식은 왜 이러냐”는 불만도 온라인 상에선 적지 않다. 하지만 김민지 영양사는 “같은 금액으로 운영해도 급식실의 운영환경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신갈고의 경우 인건비가 22%, 운영비가 5~6% 정도다. 급식실 시설이 얼마나 노후됐느냐에 따라 수도, 가스요금, 주방 소모품 구입에 운영비가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마 그렇게 주고 싶어서 주는 학교는 없을 거예요, 저희 학교의 경우 식재료비를 조금 더 여유있게 쓸 수 있어 급식실을 운영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모든 영양사의 꿈은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맛있으면서,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는 일이다. 하지만 식품비 2800원으로 해보고 싶은 모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양사들이 식단을 구성할 때 가장 고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 출처=신갈고 김민지 영양사 인스타그램

식단 구성에선 “영양과 위생은 기본”이고, “학생들의 기호도와 메뉴의 조화가 식단 구성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김민지 영양사의 생각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아이들이 먹어야 좋은 거잖아요. 학생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돼죠. 메뉴 이름만 보고 ‘오늘은 내가 싫어하는 음식 나오네, 안 먹어야지’ 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이미 학교급식은 “외식과 비교대상”이라고 한다. 김민지 영양사는 아무리 익숙한 메뉴라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메뉴 이름에서도 재기발랄함을 발휘한다. ‘콩닭콩닭’, ‘해변으로 가요’ 케이크, ‘개구리 버거’ 등 독특한 이름의 메뉴가 많다. “사실 별 거 아니에요. 말장난을 치는 거죠.” ‘콩닭콩닭’은 콩나물 닭갈비, 개구리 버거는 햄버거에 개구리 눈알을 붙인 메뉴였다. “아이들이 메뉴 이름에서 받아들이는 게 크더라고요. 메뉴 이름을 보고 한 번 가보자거나 오늘은 안 가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아이들에게 더 먹게 하기 위한 시도인거죠.”

무수히 많은 메뉴 중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메뉴가 있다. 냉동연어 위에 홀스래디쉬소스(마요네즈, 양파, 레몬즙을 올리고 양파채와 무순 올린 소스)로 맛을 더한 연어 스테이크, 닭의 넓적다리에 치킨 가루를 발라 오븐에 구운 장각오븐구이, 돼지뼈와 고기를 우려 만든 돼지국밥이다. “돼지국밥의 경우 예상보다 호응도가 높았던 메뉴라 깜짝 놀랐어요.”

거기에 냉면기에 국수 종류를 메뉴로 내놓으면 인기가 높다. 3학년 전주미 양은 “그냥 식판에 먹을 때보다 한 끼를 제대로 먹는 느낌이 나서 냉면기에 음식이 나올 때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무리 부실한 급식들이 언론을 통해 오르내려도 현장의 많은 영양사들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한 끼’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조미료를 안 쓰는 것은 기본이고, 기름은 한 번만 사용한다. “조미료를 많이 쓰는 게 이상한 거죠. 대부분의 학교들이 그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그게 원칙이니까요.”

나트륨, 당 저감화를 위한 노력도 적지 않다. 볶음 보다는 데치거나 삶는 방식으로 조리법을 전환하고, 튀김보다는 오븐에 굽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건강하면서도 맛도 좋고, 아이들의 입맛에 맞춘 식단을 내놓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1000명이라는 학생들의 입맛을 모두 맞추기는 어려운 점이 많아요. 정해진 예산이나 주방환경에 따라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도 난관이고요.”
신갈고 김민지 영양사
식단은 모든 급식의 기본이다. 신갈고의 경우 매달 3~4가지의 신메뉴를 내놓고 있다. 김민지 영양사는 “요리서적이나 다른 학교 영양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메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고 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참고하며 학교 급식은 점차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과거엔 상상도 못 했던 음식들이 급식 식단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영양과 건강까지 갖췄다. 소홀한 것도 아니다. 한 끼당 평균 800칼로리를 맞추고, 영양상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당연히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김민지 영양사는 “처음엔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스파게티, 돈까스, 치킨너겟 같은 아이들 위주의 식단을 많이 짰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가공식품 반찬보다 집밥같은 정갈한 식단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메뉴를 잘 때 적절히 섞어서 반영”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어렵지만, 연초보다 잔반량이 1/3 가량이나 줄었다.

“제가 학교 다닐 땐 매점과 급식실을 같은 분이 운영하셨나봐요. 목요일에 카레가 나오면 다음날 매점에선 카레 우동이 나왔어요. (웃음) 급식실에 대한 추억이 없어요.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하루 한 시간 만이라도 공부는 내려놓고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매일 급식이 특별할 수는 없어도 졸업 후엔 ‘급식실에서 참 즐거웠지’, ‘급식 맛있었는데’라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요. 그런 급식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김민지 영양사의 신갈고 추천 레시피]

* 매운어묵꼬치 
“겨울철 간단 메뉴”로 추천

<재료>
멸치육수2컵, (양념) 고춧가루1T, 고추장1T, 설탕, 후추가루, 마늘 약간
어묵꼬치 또는 분식집 어묵꼬치, 콩나물

<레시피>
1. 양념과 육수를 끓여서 어묵꼬치를 넣고 같이 끓여준다
2. 기호에 따라 국물의 양은 조절한다
3. 마지막에 콩나물을 함께 넣고 끓이면 끝 


* 두부카프레제
“모짜렐라치즈와 토마토 샐러드를 응용한 메뉴로 연말연시 홈파티용으로 좋은 샐러드” (김민지 영양사)

<재료>
두부.토마토,어린잎(생략가능), 냉장고에 있는 기본 샐러드 드레싱, 발사믹소스(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다), (추천 소스) 오리엔탈 드레싱, 흑임자 드레싱

<레시피>
1. 두부와 토마토를 일정한 두께로 썰고 번갈아가며 담아준다
2. 어린잎이나 발사믹 소스는 생략이 가능하다.


shee@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a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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