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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급식 건강한가]②나트륨 줄이기, 당과의 전쟁 그 후…어떻게 달라졌나
  • 2016.11.21.
[헤럴드경제=고승희ㆍ박혜림 기자] ‘단짠’(달고 짠 맛) 열풍이 아무리 거세도 식탁 위는 ‘백색전쟁’이 한창이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고당, 고나트륨이 청소년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자, 학교 급식에서도 당과 나트륨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나트륨 저감화는 진작부터 시작됐다. 2013년 교육부는 오는 2017년까지 학교 급식 나트륨 함량을 한 끼 기준 740㎎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나트륨 저감화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는 ‘당과의 전쟁’도 가세했다. 
‘아이들 먹거리’를 책임지는 학교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학교 밖으로 나가면 패스트푸드와 분식의 유혹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상황이다. 심지어 아이들의 일평균 나트륨과 당 섭취량이 상당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12~18세 일평균 나트륨은 3766mg, 2013년 기준 당 섭취량은 81.4g이다. WHO의 평균 권장량인 2000mg(나트륨), 50g(당)을 훨씬 웃돈다.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는 “학교급식에선 저당, 저염에 대한 노력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실 학교에선 현실적인 고민이 많다.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지다 보니 아이들이 저염, 저당 식단은 잘 먹지 않는다”는 고충을 들려줬다.

많은 학교에서도 다양한 시도와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앞서 무엇보다 당과 나트륨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옥선 장안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나트륨 저감은 소금을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나트륨을 조금만 먹는 것이 핵심”이라며 “나트륨이 곧 소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나트륨을 줄인다고 소금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신장병 발병 가능성 및 신경전달물질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금을 식사로 먹는 건 크게 문제가 안 된다”면서 “문제는 가공식품 활용률”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공식품에 함유된 나트륨과 첨가물에 포함된 나트륨 성분이 더해지며 나트륨 함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햄을 조리하기 전, 물에 행궈 나트륨 첨가물을 녹여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미리 교수도 “첨가물 형태의 나트륨이 많이 들어가는 가공식품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일손이 부족하다보면 완제품 형태의 가공식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삼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천연 감칠맛으로 나트륨의 짠 맛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다”면서 “소금 대신 간장이나 버섯, 양파 등을 우려낸 물을 넣는다면 소금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학교에선 나트륨, 당 저감화를 위해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영리한 조리법’을 통해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 파주 세경고등학교와 경기도 신갈고등학교에서의 활용 사례들에 주목할 만하다.

세경고등학교 김민지 영양사는 “나트륨, 당 저감화를 위해 조리법을 개선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소금 대신 저염 간장을 이용해, 국 염도를 0.4에 맞춰 식단으로 제공하고, 한 달에 두 번은 ‘국 없는 날’로 정해 적당한 나트륨 섭취를 유도한다. 김치류에도 염도가 높아 “배 깍두기를 만들어 염도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당 제한을 위해 에이드와 같은 음료수를 만들 때는 사이다 대신 탄산수나 생수를 이용한다. 당도가 높은 과일을 많이 넣어 단맛을 내기도 한다. 음식을 만들 때에도 설탕 대신 감미료를 사용하거나, 단맛이 나는 천연재료를 활용하고 있다.

신갈고등학교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트륨, 당 저감화에 동참한다. 신갈고등학교 김민지 영양사는 “밖에서 내는 음식에 비해 맛을 내기가 힘들다. 게다가 조미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2%가 부족한 심심한 맛이 난다”며 “대신 맛을 낼 수 있는 건강한 조리법을 활용해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채 뿌리, 파프리카 씨를 모아 맛 간장을 만들어 소금 대신 사용하는 것도 신갈고등학교의 노하우다. 급식을 통해 제공되는 가공식품에서도 나트륨과 당 함유량이 높기 때문에 소시지나 햄의 경우 물에 데친 후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조리법을 볶음 보다는 데치거나 삶기 위주로 전환했고, 튀김 요리 역시 기름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오븐이나 전판으로 구워 제공하고 있다. 소스가 필요한 음식의 경우 직접 만들어서 단맛과 짠맛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칼륨이 많이 함유돼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는 채소 제공 역시 학교마다 빠지지 않고 시도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노력과 더불어 급식 전문가들은 학교에서의 식생활 교육을 강조한다. 현재 세경고등학교에선 급식실에 설치한 TV를 통해 학생들의 식사시간에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교육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박인숙 대표는 “식단이나 조리법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아이들의 식생활 교육이 중요하다. 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식생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히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자극적인 맛이 없어 급식에 대해 ‘맛있다, 맛없다’는 말로 평가하지만 실질적인 아이들의 식생활을 이해하고 급식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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